엄마 잔소리로부터 살아내기

2011. 2. 15. 09:35★ 부부이야기

 

 

 

 

눈을 뜨자마자 엄마의 잔소리는 시작되었다.

주방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화장실을 가는 길에 습관적으로 불을 켰다. 

안방에 앉아 계시던 엄마가 야단을 치셨다.

전기세 아끼라고~ 주방에 불이 훤히 켜졌는데 뭣하러 화장실 불을 켜냐고~~~

변기 위에 앉아서 한숨을 쉬면서 생각했다.

아,, 오늘 부터 나와는 비교도 안되는 잔소리 대왕이신 울 엄마와의 전쟁이 시작되었구나~~

 

 

아침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수도물을 틀어 놓고 그릇들을 씻었다.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던 엄마가 또 한마디 하셨다.

수도물 낭비하지 말라고, 세제 묻혀 닦은 다음 물을 받아서 헹구라고~

그게 물을 절반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인상을 쓰셨다.

그런 부분적인 곳에서 아끼는 것이 습관이 되야 한다고...

빨래를 할 때도, 손빨래를 해서 때를 뺀 다음에, 두어번 헹군 다음

세탁기에서 헹구면 물도 절약되고, 전기세도 아낄 수 있다는 고견(?)을  말씀해주셨다.

 

 

 

 

 

함께 마트에 가서 시장을 볼 때도, 친정엄마의 간섭과 잔소리들은 이어졌다.

외삼촌, 외숙모과 이모님과의 전화통화도 줄줄이 이어지고 엄마의 일정은 바쁘셧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이모 아들이 살고 있어서

어제 오후에는 엄마와 함께 그 집에 들렀다가 20정도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17개월된 딸내미의 봄옷 한벌을  사들고 다녀오면서 초행길이라 엄마랑 함께 한참을 길을 헤매야만 했다.

이모의 며느리는 내게 형님이라고 부른다.

다음 달즘에 다시 복직을 한다는 그 조카며느리를  보면서 요즘 젊은 아이의 모습을 봤다.

나보다 12살이나 어리디 어린 애기 엄마가 나보고 형님이라고 부르는 데도 나는 아직도

그녀에게 나는 말을 놓기가 어렵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가 또 한마디 하셨다.

 

 

 

엄마와의 시간은 엄마의 일방적인 잔소리로 시작해서 잔소리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우리집 두 딸이 그랬다. 엄마의 잔소리가 바로 시골할머니에게서 유전받은 것 같다고~

그리곤 말한다. 엄마 이제 우리들 심정을 좀 알겠어?(난 무진장 잔소리 안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게 몇 번이나 말했다. 엄마엄마, 내가 엄마 딸이니까 웃기도 하면서 엄마 잔소리 듣지

내가 며느리였다면 나, 아마 엄마랑 산지 하루만에 돌아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그러고 보니 울 시어머니도 잔소리 같은게 거의 없는 분이신데(며느리인 나에게는 잔소리는 한번도 안하신것 같다.)

두 시누들에게는 수시로 잔소리를 하시는 모습을 자주 본 기억이 났다.

딸 이었으니 엄마에게 이년 저년 욕을 듣고도 웃을 수 있지만

며느리였다면? 흐흐흐흐~~~

판촉 술자리였음에도 우리 서방도, 어젯밤에 자정도 되기 전에 귀가하시는 귀염을 토했다.

그러고도 울 엄마, 오늘 아침 나를 챙겨주셨다.

니 애기 잔소리에서 벗어 날 수 있게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니가 유일하게 잘하는 글쓰라고~~

엄마의 잔소리에서 살아나기 위해서 지금 나는 이 글을 쓰는 짧은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
그래도 엄마랑 종일 이런저런 수다들과 그리고 말다툼도 하면서 ,

블로그에서서 읽은 세상이야기들도 엄마에게 해주면서

들으시는 엄마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