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1. 06:00ㆍ★ 부부이야기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나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조금은 앞당겨졌다.
집에서 별로 하는 일도 없는 듯 한데 요즘에는 나도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많아져 일찍 잠이 드는 경우가 있다.
판촉이라서 늦어질거라는 남편의 보고 전화를 받았다.
밤 10시경에 잠이 들었다.
잠결에 전화벨 소리가 들려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자? "
아니 지금 몇신데 그럼 안자고 있을까봐서? 새벽2시 20분이었다.
" 지금 출발해? 나 그냥 잘께 제발 깨우지 말고 자기도 들어오면 그냥 자~"
라고 말했다.
그리고 축 쳐진 몸둥아리를 이불속으로 또아리를 틀며 다시 잠을 청하려 한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잠이 오질 않는다.
입에서 욕이 나올라고 한다. 왜 자는 사람을 매번 이리 깨워서 나를 힘들게 하나?
하는 남편을 원망 하는 마음이 든다.
남편도 밖에서 힘들고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편치만은 않을 술자리에 있다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매번 이리 새벽에 들어온 남편을 기다리며 말끔한 얼굴로 남편을 맞이하는 아내가
되기에는 내 몸상태는 정말로 안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화장실에 들렀다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새벽녘의 바깥 풍경을 본다.
얼른 들어와서 얼른 씻고 얼른 잠이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만 갖게 된다.
3시가 넘어갈 때쯤에 남편의 차가 단지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그때부터 나는, 괜히 좁은 주방안을 우왕좌왕, 왔다 갔다 하면서 초조해 하기 시작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나는 술 취한 남편을 맞이할 때면
그런 초조함과 두려움,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떤 날은 순하게 들어와서 옹알이 같은 주정을 하다가 잠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가끔씩은 밖의 술자리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그 푸념들과 스트레스를
거친 말로 풀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나는 두 아이들이 그걸 들을까봐서, 다른집 사람들에게 그 소리가 들리게
될까봐서 전전긍긍 하면서 최대한 남편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매번 그러지는 않는다고 해도, 남편이 술에 많이 취해서 들어오는 날에는,
나는 초조하고 불안하고 조금은 두렵고 그리고 힘이 든다.
술에 취해 드르렁 드르렁 거친숨과 코를 골면서 잠든 남편하고는 반대로
부산한 남편의 귀가로 이미 잠이 깬 나는 그 때부터 불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아프고 생골이 아프고 욱씬거린다.
온 몸둥아리도 누구에게 흠씬나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씬거리고 아프다.
그런 날에는 하루 종일 멍~ 하니 허수아비처럼 허우적대면서 보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잠 못자는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예전 톨게이트 근무 시절에도 밤근무를 하고 나면 온 몸이 꼭 그랬으니까.....
그 밤근무의 힘겨움만 참을 수 있었다면 나는 지금도 톨게이트를 다니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난 남편의 얼굴이 퉁퉁 부어 보이고 눈도 심하게 충혈되어 있다.
" 힘들어요? " 라고 물어본다.
아무 말이 없는 남편~
"나도 힘들어!" 라고 말하는 나~
"미안해..~" 라고 말하는 남편~
어제 아침에는 다시마 국물 떡국을 끓여 줬다.
웬일로 남편이 한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다.
옷을 챙겨 입은 남편, 여느 날보다 출근이 늦어졌다.
회사로 바로 출근 안하고 오전 11시에 서울 강남에서 약속이 있어서 10시에 나가면 된다고 했다.
그래도 국물 있는 끼니를 먹으면 남편의 얼굴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본다.
아직까지는 건강검진상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워낙에 술자리가 많은 남편인지라
매일 매일 그날 그날 내린 양파즙을 챙겨줄 수 밖에 없다.
칡즙도 홍삼원액도, 양배추즙도, 배즙도, 검은콩 삶은 물과 마도 갈아서 주고, 골고루 다 해 봤지만
남편이, 본인에게는 양파즙이 젤로 맞는 것 같다고 해서 그것만 열심히 갖다 바치고 있다.
이제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숙면을 위해서라도
술마시고 오는 날이면 전화도 하지 말고, 아주 조용히 들어와서 아주 조용히
잠자리에 드는 그런 남편이 되어주기만을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남편도 많이 힘들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보미 아빠야 , 많이 힘들어요? 근데 나도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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