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7. 08:00ㆍ★ 아이들 이야기
큰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다녀왔다.
엄마와 작은아이 그리고 동생의 아들내미까지 함께 다녀왔다.
큰 아이는 내게 당부를 했었다.
동생도 데려오지 말고, 할머니도 안 왔으면 좋겠고 건이(동생의 아들)도 데려오지 말라고~
이유는 친구들도 다 엄마만 오기로 했다고~ 아빠가 오는 것도 촌스러운 풍경이라고~
그리도 아빠를 좋아하고 따르건만, 엄마를 잔소리쟁이라고 싫다고 하면서도
정작 졸업식에는 아무도 오지 말고 엄마만 올 것을 몇 번이나 당부하던 딸 내미였다.
그리고 꽃다발은 꼭 사가지고 와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런 딸 아이의 부탁을 무시하고 집에 있는 모든 식구들을 대동하고 나는 그렇게 첫 아이의 졸업식을 다녀왔다.
큰 아이 말로는 요즘 문제시 되는 졸업식 풍경들 때문에, 경찰아저씨들도 배치될거라고 했지만
어제 학교에서, 경찰차량이나 경찰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쌀살한 날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학교측의 설몀이 없었다) 시청각 교실에서 졸업식이
치뤄지고 그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촬영이 되서, 졸업생 학부형들은 복도에서 서성거리면서
졸업식을 문틈으로 보거나, 각 교실에 설치되어 있는 대평스크린을 통해 졸업식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후배들의 송별(?) 음악회와, 송사와 답사가 이어지고, 좀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훈시도 이어졌다.
아마도 교장선생님의 훈시 말씀은 좋은 말씀이셔겠지만, 그 내용은 나도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앉아 있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웃고, 가장 기뻐하던 순간은,
교장선생님의 훈계가 끝나고 "졸업생 여러분 사랑합니다!" 의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이 끝날 때였다.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웅성거림이나 산만함도 없었다. 200명이 넘는 졸업생들로 좁은 시청각실은 학부형들은 입실할 수가 없었다. 많은 학부형들 손에는 캠코더나 카메라가 들려져 있었다. 그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내가 가진 소형 디지탈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도 쉽지 않는 일이었다. 아줌마의 특별한 억척스러움으로 비집고 촬영하기에는 나또한 고상한 학부형인척 해야 했다. 그런 나를 대신해서 졸업식에 함께 간, 동생의 12살된 아들내미가 어른들을 비집고 들어가서 사진들을 촬영해준 것들이 있어서 그나마 실내에서의 사진들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뭐가 그리도 심각한지 내 큰 딸의 얼굴이 젤로 심각하게 보였다.
그런 큰 아이의 모습에 외할머니인 우리 엄마는, 어째서 니 딸은 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지 몰겄다고~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은 초등학교 6년내내, 아니 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단골메뉴로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지적당해온 성격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보미의 모습을 고치라고 몇 번 다독거려보기는 했지만, 심하게 닥달을 하거나
활달하고 밝은 아이가 되라고 강요는 하지 않던 엄마였다.
왜냐 하면, 내가 어린 시절 딱 보미 같았으니까....
아무리 엄마가 고치려고 했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런 아이었으니까.....
주변에서 지적을 한다고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 않으니까...
되려 엄마가 나의 그런 지나친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속상해하시면서 나를 몰아세울때면
한 없이 더 슬퍼지고 주눅만 들었던 나의 기억들을 너무 잘 알기에, 나의 어린시절의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을 고스란히 닮아 있는 보미를 닥달을 하거나 윽박 질러서 고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더 많이 칭찬해주고 이뻐해주고, 안아 줄 것이다.....
이 곳 학교로 작년 11월달에 전학을 온 보미의 졸업식이기에 여늬 아이들과는 그 느낌이 다를 것이다.
그 조용하고 내성적인 내 큰 딸 보미가,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은 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각 교실로 모인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졸업장을 받으면서 아쉬운 포옹을 했었다.
우리 때는 선생님과의 이별에 슬퍼하면서 훌쩍거리기는 했지만, 그 시절에 한없이우러러 보이기만
하던 선생님과의 포옹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눈물바다였던 나의 국민학교 졸업식과 같은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1년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선생님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사진들을 스크린을 통해
볼 때는, 요즘 아이들도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졸업 일정이 끝나고 보미는 친구들과 사진도 찍었고, 작은아이 혜미와도 사진을 찍고
엄마인 나와도 사진들을 찍었지만 그 사진은 절대로 블로그에 올리지 말 것을 약속했기에
그 사진들은 올릴 수가 없다.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 되는 큰 아이의 중학교 생활과 사춘기의 떨리고 혼돈스러운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엄마인 나도 함께 그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빛나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탄 언니에게 꽃다발을 안긴 작은아이가 말했다.
"언니 졸업 축하해.... "
활달함이 지나친 작은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은 아마도 큰 아이 졸업식하고는 다른 마음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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