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딸의 모습에서 엄마인 내 모습을 본다

2011. 2. 10. 05:30★ 아이들 이야기

 

중학교에 입학하는 큰 딸의 중학교 교복을 한 벌 구입했다.

겨울방학을 하기전에 이미 중학교 배정은 받았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교복을 구입한다고 해서 그것만 주문하면 될 줄 알았는데

주변 친구들과 동생이 교복은 한 벌 가지고는 안된다고 해서, 어제 이마트에 입점해

있는 학생복 전문매장에 가서 한 벌,  따로 구입을 했다.

교복 한 벌과 여벌의 블라우스 한장과 넥타이까지 구입한데 든 비용은 250.020원이었다.

학교에서 단체로 구입 한 것은 한벌에 155,000원이었는데....

 

 

 

 

 

내가 중학생이 되던 1983년도 부터 교복 자율화가 실행되는 바람에,

단발머리 여학생을 더 청순하게 보이게 해주는 교복을 한번도 입어볼 기회가 없었다.

국민학생때부터 중고생 언니들이 입고 다니던 교복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나였던지라 내가 중학생이 될 때부터 교복 자율화가 된 것에 억울한 마음마저 가졌던 기억이 있다.

 

 

 

 

 

 

 

 

 

 

 

 

 

촌스러운 엄마인 나와는 다른 큰 딸은  자기 학교  교복이 촌스럽단다.

엄마인 내가 보기에는 인근 모든 중, 고등학교 교복은 다 이쁘고 단정해 보였는데 말이다.

교복 치마는 사이즈가 없어서 그제 주문을 해놓고 어제, 찾으러 다녀왔다.

너무 마른 몸을 가진 딸인지라, 치마들 허리가 전부 커서 따로 주문을 해서

치마 길이를 늘리는 수선을 걸쳐야 할 것 같다.

저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싹뚝 자르고, 짧은 단발머리를 했으면 좋겠고,

앞 이마를 가린 애교머리도 확~ 뒤로 넘겨서 단정하게 핀을 꽃고 댕겼으면 좋으련만

죽어도 그렇게는 못한다는 14살 된 큰 딸이다.

 

 

 

 

매장안에 있던 그 어떤 여학생보다 우월한 기럭지를 갖고 있는 이쁜 내 딸 보미,

교복을 갖춰 입고 보미는, 여학생 잡지 모델을 해도 손색이 없을거라는 착각도 해봤다.

교복을 갖춰 입은 딸 아이의 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딸 아이의 완강한 거부로 포기를 했다.

168이라는 장신의 키에, 38키로라는 저체중을 가졌고 주먹만한 얼굴을 가진 딸이다.

그런 딸이, 교복을 입고 중학교 입학식을 하는 날에 엄마인 나의 기분은 어떨까?를  상상해본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만 믿고, 기럭지 긴것을 믿고 허영기 많은 여자애로 자라게 될까봐서

늘 심한 경계를 하던 엄마였던 나도. 교복 입은 큰 딸 모습에 잠시동안 반했던 것 같다.

이제는 본격적인 사춘기 여학생이 겪을 일들을 겪게 될 것이고, 여자가 되어가는 초경도

앞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고, 남학생과의 교제가 있을 수도 있으며, 자칫하면 공부하고는

멀어지는 사춘기를 겪을지도 모르고, 연애소설에 빠져서 지나친 몽상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중학교때를 떠올려봤지만 지금의 내 딸아이의 모습과는 매치가 잘 안된다.

교복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던 나는 교복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딸 아이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교복 입은 딸의 모습에서 내, 중학교 시절의 내 모습을 본다.

여자아이에서 여학생으로 접어든 딸에게 좀더 가까운 엄마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지 하는 다부진 결심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