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는 남편이지만, 사회생활에서만은 참 괜찮은 사람이다.

2011. 3. 2. 06:00★ 부부이야기

 

 

 

 

같은 계통 회사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한 남편이, 지금은 작은 회사지만 이사직함을 갖고 있다.

그런 남편을  14년 동안 지켜보면서 직책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느끼고 있다.

남편은 상사로 모시는 분의 험담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상사분에게는 부하직원의 험담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회사 회식이나 회사내에서 직원들끼리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사장님은 남편만 불러서

심하게 질책을 하면서, 직원들 관리 못한 남편의 능력만을 호되게 나무랜다.

그런 질책을  당하고 그 화풀이를 부하 직원들에게 하지 않는다.

남편은 질책을 들을 때, 그 자리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그게 자신의  직속 부하직원의 실수라고 해도  사장님에게 어떤 핑계도 대지 않는다.

여기서 들은 말을, 저기다 전하는 경솔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 남편이다.

말로 인한 실수들로 사람 모양새가 참 우습게 되는 것을 내 짧았던 과거의  사회생활로 잘 알고 있다.

사람을 많이 상대하고 술자리가 많은 남편이기에 예전에는 난, 그런 부분에서도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밖에서 일할 때의 남편의 모습은 내가 아는 철 없는 모습이 아님을 예전에 알게 되었다.

 

 

 

 

 

 

남편은 회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에게 잘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즘부터 이런저런 자리들을 남편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거짓말을 해서 순간을 모면 하는 짓꺼리는 훗날 더 상대방을 분노케 하는 어리석은 행동이고,

그런 행동들은 오래 시간을 함께 할 사람에게는 신뢰감을 떨어트릴 수 있으니,

회사 일을 하면서는 거짓말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해줬다.

 

나 또한 예전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어떤 상사가 맘에 안 들어도,

중간관리자가 그 윗분을 씹는 모습은 별로 존경스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하직원들에게 적당히 권위 있는 상사의 모습도 가끔은 보여줘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도 내가 남편에게 애기 한 적도 있었다.

내가 부하직원이었을 때 나도 그랬다.

한없이 인간적으로 좋게만 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상사의 대한 마음은 오래 가지가 않았으며,

여려명의 직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 

 그 카리스마라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짧은 직장생활을 통해 나는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부하직원들에게 우습게 보이는, 만만하게 보이는 상사로 보이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을 당부했었다.

남편 또한 스스로가 여러해의 직장생활을 통해 터득한 것이었겠지만,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문서적에 있는 내용보다는 직접 직장에서 깨지고 느끼면서 터득한 것들이라서

우리 부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하고 있다.

 

부부싸움을 할 때, 남편은 말로 나를 이겨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평소의 남편은 말이 없는 남자이고, 결코 달변가도 아니다.

영업직종에 14년을 있었으면서도 유창한 달변가도 아니고,

무협지를 14년동안을 수백권 넘게 독파했음에도 편지 한 줄도 써 본 적이 없는 남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알고 있다.

작년 큰 아이의 일로 학교 선생님을 찾아 갔을 때,

달변가도 아니고 달필가도 아닌 내 남편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고, 속이 깊은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근래 들어서도  문득문득 남편의 진중함을 발견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런 모습을 알고 있기에 지금까지도 내 앞에서만은 참 철없는 아이 마냥 철없는 행동을 보여도,

나만은 세상에서 남편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 있다.

내 앞에서만 그런 망가지고 헝클어진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이런 내 마음이 미움과 원망과 서운함으로 변하는 경우가 지금도 존재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