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피고, 안 패고, 안 하면 좋은 남편이니 참고 살아라(?)

2011. 3. 8. 08:24★ 부부이야기

 

 

 

 

 

 

            시누의 남편은 나와 고향이 같은, 술이랑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남자이다.

얼굴도 잘 생겼고 집안 청소도 구석구석 잘하는 아내인 시누보다 더  깔끔한 성격이다.

허나, 그런 남자를 남편을 둔 시누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그런 남편의 성격 때문에 힘들어 했었다.

운전도 얌전히 하고, 술 담배도 안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도 많치가 않다.

현재는 혈압약을 먹고 있는 관계로 음식 먹는 것도 최대한 소금을 적게 사용하고, 모든 음식들을

심심하게 먹는, 어찌보면은 여러부분에서  피곤할 수도 있는 남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런 남편의 성격 때문에 활발하고 와일드한 성격을 가진 큰 시누가 나름 맘고생을 엄청 했었다.

매일매일 쓸고 닦는 남편, 음식을 해 놓으면 한 번도 맛있다고 칭찬을 해줄 줄 모르는 남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도 3천원 이상은 쓰지 않고 들어오는 남자,

일이 끝나면 옆 길로 한번도 샌 적 없는 그런 땡돌이 남편이었다.

말도 없고 사람 사귀는 일도 안 좋아하고, 술이라고는 맥주 한잔도 마실줄 모르는 남자,

장마철이면 매일매일 수건을 삶아야 하는 남자,

청소를 마치고 나선 맘에 안 차면 다시 걸레를 들고 쓸고 닦아야 하는 남자,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집안 살림에 남자로서는 잔소리가 좀 심한 그런 남자가 시누의 남편이었다.

그 시누의 남편이  고향이 나와 같아서 종종 비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큰 며느리였던 시누는 남편의 그런 성격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었다.

그러던 중, 자기 시어머니에게 푸념 섞인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단다.

시누의 애길 듣던 시누의 시어머님 말씀 왈,

" 내 아들만한 남편이 세상 천지에 어디있냐? 술을 쳐먹고 망나니 짓꺼리를 하냐?

밤새 집에  안 들어오고 도박질을 하길 하냐?

밖에 나가서 딴 여자를 품는 바람을 피기를 하냐?

아님 마누라를 주먹질을 해서 패길 하냐?

**애미 니가 호강에 겨워서 그러는 거다,  어디서 그런 남편을 두고 힘들다는 소리를 하냐?"

라는 말로 며느리인 시누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이 여러번 있었다.

 

그런 시어머님의 모습으로 시누는 몹시도 서운해 했었다.

남들 눈에는 저 정도의 남편이면 뭐가 불만이 있을까? 하겠지만

부부 사이의 일은 당사자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단점일 수 있는 애기들을 친정엄마가 아닌 시어머님에게 푸념했던건데

그걸 받아주지 못한 시어머님의 모습은, 며느리인 시누에게는 큰 상처가 됐던 것 같다.

 

 

 

    

 

 

 

나도 이제까지 결혼생활 14년 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아내보다는 남편들의 잘못들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도 자식이 있는 부부라면, 웬만하면 참고 살라고 말하게 된다.

바람 안피고(그것도 습관적인 바람이 아닌 한 번 정도의 바람은 용서를 해야 한다고~)

도박 안하고(경마로 수천만원을 날리고 주식으로 수 천만원 날렸어도 그 횟수가 한 두번으로 끝나면 용서해야하고~)

안패고( 욱해서 한대 친 것정도는 참고, 습관적으로 지속되는 폭력만 아니면 참고 봐주라고~)

시누의 시어머님이 며느리인 시누에게 그런 애길 하셨던 것을,

시누의 친정엄마이고, 나에게  시어머님이 되시는 분도  내게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내 아들이 술을 좀 좋아해서 그렇치, 어디 가서 보미 애비 만한 남자도 없다~(얼굴도 잘생기고, 성격이 좋다고 하시면서)"

그런 성격 좋고 잘 생긴 아들이랑 사는 며느리인 나는,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딱 한 가지,

그 술 때문에, 술로 인해서 갖가지 사건들을 겪었고,안 좋은 경험들을 했었다.

그리고 뒷 감당을 어머님이 아닌 나 혼자서 다 감당을 했으며, 며느리로서 본분을 다 하기 위해

자식 노릇을 하는 데도 최대한 노력을 한 것도 남편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많은 부부들의 사고방식과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남자가 그 세가지,

습관적인 바람끼, 습관적인 도박, 습관적인 폭력

이 세가지만 아니면 웬만한 실수들에 대해서는 실수로 생각하고 눈감아 주고 살아라~~

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는 듯하다.

앞에 습관적이라는 단어만 안 붙으면, 웬만하면 참고 사는게 현명하다라고~~

하지만 그런 아들을 두고, 무슨 훈장처럼, 내 아들이 바람 안피고, 마누라 안 두드겨패고, 도박 안 하는것을

무슨 자랑처럼 이야기 하는 시어머님의 모습은 분명히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무조건 참지 말고 이혼하는 것이 결코 현명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아들이 분명한 실수와 잘못을 했음에도 며느리에게 그 세 가지의 못된 짓꺼리를 안 하는 것이

무슨 자랑처럼 애기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