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5. 06:00ㆍ★ 부부이야기
친정엄마가 올라오셔서 이모님 댁에 계시던 날 일요일날 새벽의 일이었다.
현관쪽에서 뭔가 달그닥거리는 소리에 잠귀가 밝은 내가 잠이 깼다.
삑삑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었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 비트는 소리 같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소리의 진원지가 어딘지 모르다가 나중에서야 우리집 현관문쪽 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젤 먼저 작은방에 자고 있는 남편을 확인했다. 혹시 새벽에 안 들어왔나 하고~
그 때, 우리집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두려움에 떨던 나는 긴장된 목소리로 "누구세요?" 라고 물었다.
그 때 시각은 새벽 5시 40분이었다.
누구세요? 라는 내 질문에 현관앞의 사람은 1,2초동안 멈칫거리더니만
"여기 **마을 123동 123호 아닌가요?" 라고 물었다.
정확히 우리집 아파트 주소가 맞았다.
맘 같아서는 현관문 작은창으로 현관앞의 사람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 때 갑자기 어느 영화속에서 본 장면이 생각이 났다.
현관앞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갖다 댄 사람의 눈을 날카로운 뭘로 쑤시던 장면이 떠올랐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무서웠다. 남편도 내 목소리에 잠이 깼다.
숙취로 머리가 아픈 남편은 나와는 다르게 옆집이나 다른 집 술취한 남자라고만 생각했는지
일어나 앉아서 고개만 푸욱 숙이고 앉아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젊었고 절대로 술이 덜 깬 목소리가 아니었다.(술에 관련한 목소리도 나는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신발장 문을 열어봤다. 야구 방망이라도 있는지 보려고~~
고개 숙이고 앉아 있는, 술이 덜 깬 남편을 믿느니,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는 무기가 될만한 것을 젤 먼저 찾았다.
다리가 후덜덜 떨렸고 가슴도 심하게 요동을 치고, 112에 전화를 할까? 오만 생각들로 심장이 쪼그라 들었다.
1,2분정도가 지났다. 아무 소리가 없었다. 그리고 엘레베이터쪽으로 걸어가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복도식이고 우리집은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
문을 열어 확인할 용기도 없었으며, 그 남자가 누구였는지, 도둑놈이었는지 치한이었는지
아니면 아파트 호수를 잘못 알고 문을 두드린 이웃인지도 지금까지도 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일이 있고 뉴스에선가 요즘 도둑들은 일단 아파트 현관문을 두드겨 본 다음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도적질을 한다는 애기를 듣고, 그 날 아침의 그 놈도 그런놈이었나를 의심해볼 뿐이다.
그 일요일날의 새벽녘에 우리집 현관문을 들어오려고 했던
미안하다는 한마디 말도 없이 가버린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도둑이었을까? 아니면 치안이었을까? 아님 집을 잘못 찾은 이웃이었을까?
그런 치한이 우리집에 들이 닥친다면 우리 가족은 내가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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