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5. 06:00ㆍ★ 부부이야기
중학생이 되는 딸의, 학생증에 사용 할 증명사진을 찾으러 마트에 갔었다.
방과 후에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었지만 그 날, 사진 찍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밤 9시 이후에 찾으러 오라고 해서 밤 늦게 집을 나서야 했다.
그 시각에 나를 따라 나서겠다는 12살 된 작은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마트에서 30여분을 기다렸다가
큰 아이의 사진을 찾아 오는 길이었다.
단지 앞 횡단보도에서 작은 아이 손을 잡고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그 때 옆으로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낯선 남자의 모습에 저절로 긴장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쥐고 있던 작은아이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아이를 감싸 안았다.
신호등이 바뀌고 교복치마를 입은 두 명의 여학생이 저 쪽편 에서 걸어 오고 있었다.
내 옆에 서 있는 그 비틀거리던 남자가, 게슴치레한 눈길로 교복입은 여학생들을 쳐다봤다.
내 목구멍으로 꼴깍 마름침이 넘어가고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었다.
괜히 가슴이 쿵쾅거리고 두 여학생이 횡단보도를 지나, 건너편 아파트 단지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봤고,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그냥 서 있는 그 남자를 힐끗거리며 쳐다봤다.
그 남자의 눈길이 그 여학생들을 계속 쫓는지를 살피면서~~
내 눈길은 그 남자의 시선이 그 교복입은 여학생을 쫓아가는지만 살피고 있었다.
다행히 그 남자는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더니 그 자리를 떠났다.
멀쩡한 낯선 남자는, 그 순간에 내겐 억울하게 치한의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다.
괜히 그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교복입은 여학생들을 보면 절로 내 딸 아이의 모습이 떠 오른다.
특히 늦은 시각에 학원차량에서 내려서는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가 짧으면
두 딸의 엄마인 내 마음은 더 많이 불안해짐을 느끼게 된다.
늦은 시각에 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 교복입은 여학생이라도 보는 날이면
그 불안함이 더 커져서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우리집 딸 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려서부터 모르는 사람은 경계하라고 가르친 엄마인 나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도 두 딸들에게 조심을 더 강조하는 엄마로 살 것 같다.
얼레베이터 탈 때도, 남자와 단 둘이 타는 것은 피하도록 가르친다.
남자와 여자는 기질적으로 조금 다름을 가르치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남자가 나빠서가 아니라, 호기심 많은 남자애들은 여자들과는 신체적으로,
선천적으로 조금은 다름을 가르쳐주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밤늦게 다니는 여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여자 잘못으로 몰아가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분명히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험한 세상에서 내 두딸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함을 절절이 느끼고 있다.
교복입은 내 큰 딸,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은행원 같다고 했었다.
내 동생보다 키가 더 큰 딸이다. 167에서 168을 왔다 갔다 한다.
겉모습으로는 성인이나 다를바가 없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키만 멀대처럼 큰, 아직은 어린애 같은 구석이 많은 철 없는 중학생일뿐이다.
갈 수록 사회면을 장식하는 뉴스에는 이상한 변태들이 많음을 보도해주고 있다.
세상의 남자들은 아빠 빼고는 믿지 말라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도 말리지 못하게 된다.
어른들에게 예의바르고 착하게 대해야 한다를 가르치는 중간중간에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고, 길을 물어보는 낯선사람의 말에 친절하게 응할 필요 없다고 가르치는
이중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내 두 딸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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