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5. 06:00ㆍ★ 부부이야기
결혼해서 14년동안 부부싸움을 몇 번이나 했나를 생각해 본다.
부부 싸움을 했던 날짜와 무엇 때문에 싸웠나도 다 기록을 해 놓은 무서운 아내였던 나,
아쉽게도 부부싸움 통계표는 여직 작성해 놓치 못했다.
그걸 다 알려면 13권이나 되는 가계부를 샅샅히 다시 다 뒤져봐야 할 것이다.
무엇때문에 그리도 싸웠고, 어떻게 싸웠나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을 했던 이유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술" 때문이 80%정도, 나머지는 시댁일과 돈 때문에 싸웠던 것 같다.
물건 집기들이 몇 개 뽀개져 나가기도 했으며, 그로 인해 쓸데없는 지출도 있었고(그 내역서는 따로 보관해놨다)
다툴 때마다 자주 집을 나가는 남편을 보면서 처절하게 흐느껴 운 적도 많았다.
그러고 보니, 싸운 이유는 몇 개 안 되는데, 싸운 모습들은 참으로 다양했음을 알 수가 있다.
숨을 쉴 시간도 주지 않고 닥달하고, 고양이가 쥐를 쫓듯이 남편을 쪼아대던 아내였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욕설은 사용하지 않고, 끝까지 논리적인 언어들로만 남편을 숨막히게 했었다.
맨 정신일 때 싸우기보다는 늘 취해 있던 남편을 상대해야만 했던 내 어리석음은 뒤늦게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남편의 실수 앞에서 나란 여자는 얼마나 완벽한 아내이고, 며느리인지를 강조하는 것도 절대로 잊지 않았던 아내였다.
당신 같은 남자에게 나 같은 고상한(?) 여자는 정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웃는 어조로 남편에게 모멸감을 주기도 했었다.
말문이 막혔던 남편은 나를 향한 분노심을 집안 집기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죄 없는 안방 벽을 주먹으로 내리쳐서 피를 보기도 했으며, 손가락 뼈가 부러져서 수술을 받기도 했었다.
본인의 잘못은 인정은 하되, 늘 유치원생을 나무라는 선생처럼 구는 마누라에게 엄청 질리기도 했을 것이다.
밖에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도, 함께 살고 있는 한 여자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남편은
마누라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남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얼마든지 다투고 싸울 수도 있다.
특히 생판 남으로 살았던 한 남자랑 여자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싸우고 사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참기만 해서, 겉으로 보이게 평탄해 보이는 부부 사이보다는
싸울때는 싸우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적응 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왜 싸우는냐보다는, 싸움을 하더라도 어떻게 싸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요즘은 싸울거리가 없어진 듯 해서, 심심하다는 사치스러운 생각도 하지만, 이런 평화가 또 언제 깨질지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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