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 06:00ㆍ★ 부부이야기
남편의 첫 인상은, 시골에서 막 상경한(2살때부터 서울에서 산 남자인데) 순박함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웃는 모습이 선량해 보이는,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매력보다는, 내가 뭔 짓을 해도 그저 웃고만 있어 주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머리도 안 빗고, 세수도 안하고 나가도 나만 보면 좋아서 헤헤 거릴 것 같은 남자였다.
어정쩡한 남자의 욕정으로 내 손을 잡을라는 시늉만 해도, 내게 싸대기를 맞아도 암말 못할 것 같은 그런
남자여서, 조금은 만만해 보여서, 세상 그 누구보다도 편한 사람 같아서 내 남편이 좋았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군소리 한 마디 없이 그대로 따라 할 것 같은 그런 남편에게서 안락함을 느꼈던 것이다.
남자~
그 단어만으로 경계를 하던 나란 까칠했던 처자를, 느슷하게 풀어주는 그런 매력(?)을 가진 그런 남자였다.
편해서 좋았고, 만만해 보여서 좋았고, 죽을 때까지 딴 것은 몰라도 여자는 나만 좋아할 것 같아서 선택했었다.
그러지 말라는데도, 매일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본어 학원 앞에서 2시간을 기다리고,
나란 여자를 놓치면 평생을 후회 할 것 같은 눈빛으로, 내 썰렁하고 막되 먹은 농담에도 그저 허허거리며,
내 웃음 소리, 손짓 하나에도 얼굴이 벌개지고, 웃고 울던 그런 남자 같아서 좋았던 것이다.
결혼을 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시댁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집에 가면 절로 주눅이 들고,
나, 아니면 죽을 것 같던 한 남자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을 하고 마음 아파해야만 했다.
돌고 도는 것은 돈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절절히 했었다.
내가 연애시절 남편에게 느끼던 조금은 만만하고 편한 그 느낌을, 남편이 내게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젤로 편한 존재가 마누라이고, 자신이 뭔 짓을 해도 다 받아 줄 것 같은 사람, 그게 내 여자이고,
내 아이들의 엄마인,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그 이름도 찬란한 " 마누라 " 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애시절에는 내 삐삐가 아무리 열불나게 울려도, 내가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자정이 너머 전화통을 잡고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남편은 자기 마실 술 마신 다음에 내게 전화를 걸었다.
연애시절에는 남편이 나를 위해 데이트 비용을 쓰면, 다음 번 만날때는 그에 맞먹은 가격의 선물을 남편에게 선물해줬다.
결혼을 하고나서는 남편이 월급을 몽땅 갖다줘도, 그 금액의 10분지 1의 금액도 용돈으로 챙겨주지 않는 악처가 되었다.
오매불망 나만 바라보고, 언제까지나 나만 쳐다보고 나만 기다려 줄 것 같은 내 남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필요에 의해서든 소유욕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남편을 향한 내 순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돌고 도는 것은 돈 뿐만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이 소재를
예전 라디오 사연으로 사용한 기억이 나서 적어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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