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6. 06:00ㆍ★ 부부이야기
지난 주에 이불 홑창들을 죄다 뜯어서 세제를 풀어서 욕조에다 1시간 정도를 담궈놨다.
4,5년전쯤에 사용하던 침대를 버리고 나서(동생이 쓰던 침대였는데) 그 후로는 이부자리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침대를 노래하는 두 딸들이지만, 좁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침대를
둘 공간도 없기 때문에, 아마 침대가 생겨도 머리에 이고 있어야 할 판이다.
결혼할 때 가져온 두툼한, 요즘 시대에는 좀 촌스러운 솜이불을 버리지 못하게 하신 엄마 덕분에
솜을 다시 틀어서 요와 이부자리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집이다.
거기다가 지난 주에는 시골에 계시는 못 말리는 울 엄마, 솜이불을 또 틀어서 이불 세 채를 보내주셨다.
두 동생들이랑 함께 한 채씩 나눠서 쓰라고~~~
목화솜이 너무 좋은거라고, 아까워서 버릴 수가 없어서 다시 틀었다고 보내주신거다.
두 동생들은 죄다 침대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세 채나 되는 이불들은 우리집 장롱안에도 다 안 들어가서 방 한 구석지를 차지하고 있다.
츄리링 바지를 걷어 올리고 세제에 불린 이부자리들을 발로 꾹꾹 눌러 밟아서 땟물을 뺐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내 블로그 글의 댓글의 답글을 다는 작업(?)도 실행에 옮겼다.
참 신식 주부 같았고, 발로 밟던 발질을 답글을 드르랴 몇 번이나 멈추기도 했으나 재미가 있었다.
학교에 간 두 딸들이 그리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두 아이들과 함께 맨발로 이불 홑창들을 밟는 놀이를 했다면 나도 그리고 아이들도 무척이나 즐거워 했을 것이다.
홑창들을 발로 밟아 빨래를 한 다음 날에, 솜이불들을 꺼내서 준비를 했다.
지퍼가 달려서 굳이 바느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지만 두툼한 이부자리들은
귀퉁이와 중간중간에 홑창들을 좀 꿰매서 고정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손도 느리지만 손으로 하는 바느질 같은 것엔 전혀 재주가 없는 나~
그래도 매년 봄철이 되면 이런 이부자리 꿰매는 일들을 꼭 하게 된다.
그리곤 혼자서 이불홑창을 꿰매면서 내가 이조시대에 태어났다면, 참말로 솜씨 없는
어느 사대부집 종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어염집 사대부집 마나님이라고 하기에는 웬지 내 품행이 고고하지 않은 것 같아서...
바느질은 못하지만 혼자서 차분하게 쭈그리고 앉아서 바느질 하는 그 시간을 나는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이부자리 바느질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이부자리 홑창을 꿰매는 날은
항상 날씨도 항상 화창 했으며, 하늘도 맑았던 것 같다.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도 생각나고, 순간적으로 내 자신이 조신한 처자가 된 듯한 착각도 들고,
마음안의 풀어헤쳐진 실타래 같은 것들도 좀 정리가 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면서도 가끔씩 이렇게 이불 홑창을 바느질 하는 것을 가끔씩 즐기는 내 자신을 본다.
봄은 오래 전에 이미 와 있었지만 우리집의 진짜 봄은, 내가 겨우내 덮었던 이 두툼한
솜이불들의 빨래를 마치고, 바느질 까지 마치고 난 다음에 오는 것 같다.
우리집 좁은 아파트 베란다 앞의 목련꽃들도 활짝 피어 있다.
이부자리 빨래들을 마치고 홑창 바느질까지 끝내고 나니, 이제서야 작년 1년동안을 제대로 마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의 진정한 봄맞이는 늘 이렇게 우리집의 이불빨래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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