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대한 부모의 사랑은 영원한 짝사랑인 듯 싶다

2012. 3. 21. 06:00★ 나와 세상

 

 

 

 

엄마가 전화를 하신다.

어쩌다가 내가 전화를 하면 전화비 나온다면서 얼른 끊으라고 하시면서,

내 대답도 듣지 않으시고 먼저 전화를 끊으셨다가 엄마가 전화를 다시 우리집으로 거신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김서방 허리 아픈 것은 좋아졌는지,

니 시어머니 허리 아프신 것은 좀 좋아지셨는지,

보미, 혜미는 밥 잘 먹고 공부 잘 하고 있는지,

니는 아픈 데 없는지, 살은 좀 쪘는지,,,,

그리고 수돗물도 아껴쓰고, 외식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말고 집에서 해먹고

가스비도 아끼고, 휴지도 아껴쓰고  돈 생기면 무조건 빚부터 갚으라고,

10만원 생기면 10만원어치 빚 갚으라고, 앞으로 니 두 딸들 키우면서 살라면

무조건 니가 젤로 독해져야 하고  웬만한 일에는 모른척 하면서 살라고 하신다.

이제는 니도 마흔이 넘었으니 건강 위해서라도 무조건 운동 열심히 하라고,

집안일 하는 것은 운동이 될 수 없으니 동네 한 바퀴라도 하루에 한 번씩

걸으면서 운동을 하라는 말씀도 절대로 빠트리지 않으신다.

 

올해 일흔살이 되시는 친정엄마도 건강이 좋치 않으신다.

요즘엔 매일 병원에 가시는 걸로 알고 있다. 아빠와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알게 된다.

엄마 다리 아픈 것은 어때? 허리는? 편도선 부은 것은? 변비는 없고?

엄마, 올해부터는 아빠랑 농사 안 지으면 안되? 올해는 김장도 제발 하지 좀 마.

다 각자 해서 먹으라고 해.... 엄마 아빠가 그 동안 우리 자식들 식량 다 대주고

양념에 김장까지 대줬으니  두 분 다 허리도 안 좋으시니까 농사 그만 짓고 자식들에게

10만원이나 20만원씩 내라고 해서 두 분이서 생활하시면 안돼?

아마 다른 건 모르겠지만 다른 자식들도 다 낼거야. 내가 내는데 누가 안내겠어?

엄마 아빠는 그럴 자격 충분히 있어.... 라는 말을 한다.

웃으신다. 우리 엄마는......

느그 엄마 걱정은 하나도 하지 말고, 니나 아프지 말고 많이 먹고 살 좀 찌고

얼른 나아서 보미, 혜미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니도 밖에 나가서 돈 벌어야 한다.........

요즘 혼자 벌어서 살기는 힘든 세상 아니냐. 니는 빚도 많은데....니 애미가 좀 더 부자였으면,

니 아빠가 친아빠만 됐어도 널 그렇게 살게는 안했을텐디.....

니는 니 엄마 아부지는 걱정 하덜 말고 니만 잘 살면 된다.

무조건 보미, 혜미랑 니 서방만 생각하고 살어.. 다른 사람들 누가 뭐라고 욕을 하든 말든

좀 못된년이 되서 살아야  잘 살 수 있는거다, 알았냐?

 

엄마는 늘 그러셨다.

본인 아픈 것을 티를 내지 않으신다.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닐 정도인데도 자식들에게 아프다는 말씀을 안하신다.

그래서 그런 엄마가 더 안타깝고 늘 죄송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늘 자식들 걱정만 하신다.

 

 

 

 

 

 

자식인 나, 대부분의 날들을 엄마 생각은 거의 안하고 살고 있다.

내 두 딸들 생각과 서방님 생각만 하고,  잠이 들 때도 앞으로 나와 두 딸들이랑

남편과  살아갈 앞 날들만 걱정하면서 살고 있다.

엄마랑 전화 통화를 하거나, 어디선가 친정엄마의 대한 글을 읽을 때면 그때서야

문득 잊고 지내던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을 할 뿐이다.

그럴때나 무심한 딸인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을 한다.

그러다가 또 잊고 산다. 다시금 내 가족들만 생각하면서 엄마 생각을 또 잊고 산다.

엄마가 보내주신 택배 박스 받을 때나 엄마 아빠 건강을 생각해보게 되고

동생과 전화통화 하면서 엄마의 노후의 대한 토론을 하면서 한숨을 몇 번 내쉬다가,

그러다가 또 잊고 내 일상생활만 충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집 어린 두 딸들도 나중에 그럴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할 것이다. 나중에 크면 나와 남편을 생각할 여력이나 있을까?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의 대해서 짝사랑만 하면서 퍼주기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웬지 나는 내 두 딸들에게 내 친정엄마 같은 무조건적으로 주기만 하는

친정엄마는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참, 여러번 그리고 자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