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절대로 가난 한게 아니야~~~

2012. 3. 26. 06:00★ 나와 세상

 

 

 

 

어렸을 때 우리집은,  가난했다.

그런데 자라면서는 우리집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생각은 안하고 자랐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나서야 생각해보니 나의 어린 시절은  정말로 가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학교 선생님이 우리집에 가정방문을 하던 여고2학년때는

초가집과 할머니랑만 살고 있는 우리집이 너무 챙피하다고 여긴 적은 있었다.

그렇치만 친구가 우리집에 왔을 때,  가난한 우리집을 보여주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거나 한 적은 없었다.

과자 같은 건 거의 먹어본 적이 없이 자랐지만, 밥을 굶은 적도 없었고 험한 일도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당연하게 받으면서 열아홉 여고 3학년때까지 살았다.

대학을 못 갔지만, 그건 우리집이 가난해서가 아니라 내가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대학에 떨어진 것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열아홉살 때까지 할머니랑,  동네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초가집에서 살았는데도

그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 내가 가난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나도 어려서는  가끔씩 엄마가 자기 어린 시절 가난했던 애기나 고생한 애길 하실 때면

재미 없고 지루한 그런 애기들을 듣기 싫은 잔소리쯤으로 취급했으면서,

나도 내 아이들의 철 없는 모습을 볼 때면,

엄마, 어렸을 때는 어쩌고 하는  내 아이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나열할 때가 많다.

그럴때마다  항상  두 딸들에게 한결같은 대답을 들어야 했다.

"엄마때랑 우리 때랑은 시대가 다르거든요.....언제적 애길 하는 거야...

 

 

 

 

 

 

내 두 딸들은 종종 내게 물었다.

"엄마, 우리집 가난해?" 

물론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우리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우리는 집도 있고

니네는 엄마 아빠도 있고, 할머니도 계시고 고모 삼촌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계시고

이모들도 있고 가끔이긴 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성금하기도 하는

평범헌 보통사람들이지 절대로 가난하지는 않아...... 라고 대답을 했었다.

그럼 내 딸은, 다시 묻는다.

근데 우리, 빚 많잖아... 그럼 가난한거 아닌가.... 라고...

 

이런저런 아이들의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 한다.

그런데 대답은 그렇게 모범적으로 하면서, 정작 소비를 해야 하는 경우에

내 입에서는 돈 걱정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여과 없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보여줬었다.

엄마, 나 뭐 사줘? 뭐 사주면 안되? 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부탁에

안되....! 라고 하면서 왜  안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나는 자라면서, 가난하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서 단 한 번도 엄마나 할머니에게

뭐가 갖고 싶으니까, 뭐 좀 사주세요....... 라는 말을 해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엄마가 옷이나 가방 따위는 엄마가 알아서 사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난을 느끼지는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은연중에는 어린 마음에 나는 분명하게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내 형편에 엄마나 할머니에게 뭘 사 달라고 조르는 행동 따위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와 할머니가 내 앞에서 돈 걱정 하는 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그건 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서, 모든 것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모범생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거랑은 다른, 어떤 게 갖고 싶다고 조를 수 있는

내 형편이 아니는 것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아이들은 안 그런다.

뭐가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애길 한다.

스스로는 우리집이 가난하지 않고,  풍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커 갈수록 뭐가 갖고 싶다고(옷이나 운동화 따위) 한다.

애들이면 그런 요구를 엄마 아빠에게 할 수 있는 게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내가 뭘 잘못 가르치거나, 내 아이들이 좀 철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알아서 지네들, 옷도 사 주고 하는데 뭐가 더 갖고 싶다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중에 분수를 모르는 여자애들이 되진 않을까? 하는 너무 앞서는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