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30. 09:09ㆍ★ 부부이야기
변해가는 남편을 모습을 점점 자주 보게 된다.
두 달간의 금주를 약속하던 남편이었다.
예외로는 회사 사장님과 동석해야 하는 술자리만 빼고.....
그리고 아내인 내가 합석한 사적인 술자리는 빼고...
집안행사인 가족모임에서의 술자리는 빼고.....
습관적인 금주 약속이라 생각하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혹시 그 굳은약속을 지켜주려나.. 헛된 기대를 해봤다.
사장어르신을 대동해야 하는 술자리는 한 번 있었다.
새벽1시40분에 대리운전 해주러 와달라는 호출에 22.000원 택시비를
지불하고 서방님을 뫼시러 갔고, 출근할 때도 대리운전해서 모셔다 드렸다.
그리고 1주일 후, 전무(사장님 친동생)라는분과 함께 합석한 술자리,
안 마시려고 했는데, 왜 차별하냐고, 사장님과 갈 때는 술을 마시고
자기랑(전무) 판촉할 때는 왜 술을 안 마시냐고, 자기가 요즘 몸이 안 좋으니
상무직함을 가진 울 서방에게 술을 마시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래.. 역시.. 그렇치 뭐... 그래도 화가 났다. 마누라랑 한 약속을
가장 무서운 법이라 생각하고, 단 한 번만이라도 최우선으로 지켜주면 안되나.. 라는 생각을 했다.
주말이면 개인적인 술자리에 마누라인 나를 대동하고 가려고 한다.
그리곤 여보대리 있다고 자랑질 하면서 술잔을 기울인다.
오가는 차안에서 갈수록 마누라인 내게 고맙고 날이 갈 수록 마누라인 내가 세상에서 젤 편하고,
세상에서 자길 젤로 위해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점점 내가 좋아진다는 말과 함께
전에 없는 아부성 발언들을 해대면서, 손을 잡아주기도 하면서,가기 싫다는 나를 데리고
축구끝난 술자리에, 회사직원이 간 바다낚시터에도 델구 가서 자긴 열심히 술을 드셨다.
축구도 열심히 하고, 금요일밤에 나를 불러내서 집 근처에서 밥 사준다고 하고
연포탕 시켜 놓고 자기 혼자 또 소주를 마시고 또 노래방이라는 곳까지 가서
맥주캔3개 시켜서 또 혼자 마셨다.
알코 중독이지 싶어진다.
변함 없는 술의 대한 애정을 갖고 사는 서방을 보면서
간만에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오시는 서방님을 막아보려 문고리 걸어놨더니
삐져선 차 안에서 자동차문들을 다 쳐닫고 주무시길래, 유리창을 두드려가며
얼른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했더니, 눈 한 번 슬쩍 뜨더니, 몸을 비틀어가면서
자기 삐졌다는 걸 온 몸으로 내게 보여주는 서방이 되었다.
절대로 밖에서,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유치찬란한 모습을, 내겐 많이 보여주고 계시는 서방이다.
그리곤 술 깨고 나면 슬쩍 겸연쩍게 웃는다. 자기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아내인 나에게만은 뭐든 다 해도, 내가 다 받아줄 것 같단다.
버릇없는, 갈수록 어리광과 응석이 늘어가는 마흔일곱살 먹은 남자, 내가 만들었나 보다.
어제 그제, 그리고 그그제도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매일 내가 운전을 했다.
그그제는 우리 부부만의 데이트를 하면서,
그제는 토요FC 축구연습 게임이 있어서 남양주까지 갔고,
어제는 남양주 축구회에서 조기 축구 10년만에 최종우승을 해서 그 회포를 푸셨다.
그럴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만만하고 편한 대리운전기사 "여보대리"인 나를 기여코 데리고 간다.
참 자주 삐지고,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게만 유치하고 구는 남자랑 살고 있다.
풀리는것도 엄청 잘 풀고, 이건 남편이 아니라 8살즘 되는 아들이랑 사는 것 같다.
중년의 어리광에, 중년의 우울증인가?
나도 우울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어리광도 부리고싶 은 중년의 아줌마인데...
어젠 또 큰 시누가 격해진 감정으로,전화로 내게 하소연을1시간 넘게 했다.
본인의 친정엄마인, 내겐 시어머님이 되시는 분 때문에, 미칠 것 같다고~~~
어머님과 함께 살고 있는 미혼인 막내시누가 드디어 결혼을 하나보다.
막내딸 결혼자금, 큰 시누에게 얼마 해놓을거냐고 당당하게 말씀하셨다는 어머님,
아마도 다음 주쯤엔 맏이인 우리에게, 아니 남편에게도 말씀 하실 것이다.
며느리인 내겐 대놓고 말씀 못하실 것이고....ㅋㅋㅋ
울 막내 시누, 그 동안 어머님의 가장 큰 경제적인 후원자로 살았고
퇴직금까지 당겨서 어머님에게 드렸으니, 어머님은 살고 계신 집 팔아서라도 막내 아가씨
결혼을 시켜주셔야 이치에 맞는 일인데, 그것도 큰 시누와 우리에게 해결하라 할까 걱정이 된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시누인지, 큰 시누가 웃으면서 내게 넌지시 애기 한다.
**(막내시누) 결혼하면 언니가 엄마랑 살면 되겠네요.. 라고~~~~
본인도 큰 며느리면서 어찌 그런 말을 그리 쉽게...하는지....
본인에겐 친정엄마인데도 그리 힘들어서 종종 울며 하소연을 하면서
며느리인 내게 시어머님이랑 한 집에서 살라고...? 며느리라는 이유로......
내 남자라는, 어찌 된게 나보다 그런 걱정이 안되나보다.
어머님 병원비 보태르랴 대출 받은 것,이제서야 겨우 다 갚고, 남편 차사고 난 것 수리비를
회사에서 대주면서 절반은 우리보고 갚으라고 해서 그것도 지금 다 갚지 못하고 있는데....
원래 시댁이라는 곳은 이런 곳일까? 끊임없이 돈을 갖다 바쳐야 하는... 그러고도 고맙다는
소리 못 듣고, 맏이가 되가지고 그 정도도 안하냐는 말을 들어야 하는............
밖으로만 도는 듯한 남자가
마누라 치마폭으로 이제서야 들어오는 듯 하니
또 다른 복병인 나의 싸랑하는 어머님의 복병이 또 시작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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