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좋아하는 지희와 함께 한 여섯째날들의 일상

2012. 5. 15. 06:00★ 부부이야기

 

 

" 이모, 어젯밤에도 이모가 보고 싶어서 오늘이 되길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라고 말하며 내 아이보리색 바바리 옷깃속으로 파고들며 수줍은 듯 웃는 아이였다.

 

"이모, 이모도 우리 할머니처럼 엄마랑 아빠가 늦게 오신 날엔 우리집에서 주무시고 가시면 안되요? 네?

엄마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엄마품에 안기면서도, 퇴근을 하는 나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였다.

 

 

"이모, 오늘 학교 수업이 너무 지루했어요. 이모랑 빨리 요리 하고 싶어서요.

오늘은 무슨 요리 하실거예요? 오늘도 제가 양파도 썰게 해주고 양념한 것 만지게도 해주실거죠?"

학교앞에서 나를 보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였다.

 

"이모집 언니(내 두딸들)들도 우리집에 놀러오면 안되요? 전 언니들 무척 보고 싶은데..

어젠 제 애기 안했어요? 언니들이 뭐래요? 토요일날 이모집에 가서 자면 안되나요?"

나의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서부터 부쩍 내 딸아이들의 이야기를 묻는 아이였다.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우리 딸들이 예전에 내 동생을보고 이런 애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희가 이런 애길 내게 하는 아이가 되었다.

 

"우리 언니는 전복죽을 좋아하고 전, 볶음밥을 좋아해요.. 엄마는 매운 것을 좋아하시는데

언니랑 나랑 아빠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요"

좋고 싫고가 확실하며, 엄마, 아빠를 비롯해 할머니 삼촌 외숙모가 좋아하는 음식들도 알고 있는 아이였다.

집 안에 있는 양념들의 위치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냉동실에 있던 고춧가루도 찾아준 아이였다.

 

 

 

 

 

 

 

지희랑 함께 보낸지가  1주일이 지났다.

첫 날을 제외하곤 매일, 한 가지 이상의 요리를 지희랑 함께 만들었다.

8살 지희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설픈 칼질을 하고

계란을 풀고, 양념장을 무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요리를 할 때면, 지희의 표정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행복한 얼굴을 가진 소녀가 되고, 어깨를 움츠리면서 "정말로, 맛있다!!! 엄마 아빠한테도 드려야지~~~"
라는 말을 반복하며 이쁜 표정으로, 이쁜 말들만 하는 아이다.

지희엄마가 처음엔 요리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부담스러워 하셨다.

너와는 사돈지간이라서 그런 듯 싶었다. 아이만 돌보면 되는데 반찬까지 만드는

내 처사가 조금은 부담스러우신가? 내가 양념한 반찬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며칠 지난 다음에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다. 아이랑 요리까지 하면 내가 너무 힘들까봐서,

맞벌이를 하는 본인이 자꾸 은연중에 저녁반찬까지 기대하게 될까봐서 그런다고,

그리고 내가 지희를 돌보지 않게 되었을 때, 요리해주는 지희의 요구를 할머니나 본인이 못 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음식재료들을 만지고 씻고 다듬는 일도 두뇌개발에도 좋고 정서에도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희의 간절한 부탁으로 지희의 엄마도 당분간은 이 요리하는 지희의

여가생활을 허락해주기도 했다.

 

 

하루에 한 권, 혹은 이틀에 한 권의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지희네 집에 있는 동화책은 모두 읽었기 때문에, 우리집에 있던 초등학교 저학년용 동화책 서너권을

가져가서, 내 투박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며, 지희랑 동화내용에 대해서 애기도 나눴다.

내 두 딸들을 키우면서는 해주지 못한 것들을, 다른집 아이를 위해서는 실험하듯히 최선을 다해 놀아주려고 한다.

 

 

 

 

 

지희는 참, 이쁜 아이다.

표현하는 것이 특별한 아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이쁜 아이가 아닌, 말하는 것과 마음이 이쁘고 맑은 아이다.

엄마, 아빠가 그만큼 훌륭하다는, 교육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말하는 것이 8살이라고 하기엔 그 표현력이 우수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이다.

그러는 틈틈히 어떤 행동을 할 때, 엄마가 알면 저 혼나요...

엄마보다 아빠가 더 무서워요, 아빠가 불량식품은 절대로 사 먹으면 안되요...

라는 말도 하면서, 해야 할 것과, 해도 되는 것들을 그 또래 아이들보다 확실히 알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엄마에게 살짝 들키고 싶지 않는 비밀도 적당히 내게 알려주기도 하는 여자아이다.

사람을 참 좋아하지만, 모르는 이에겐 적당한 경계심도 갖고 있는 아이이기도 하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라는 느낌과,그래서 마음속에도 사랑이 많은 아이라는 느낌이 확~~ 와 닿는 아이다.

 

대신, 마음이 많이 여려서 상처를 쉽게 받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는 아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8살난 어느 여자아이와 1주일동안을 보내면서 느낀점이다.

 

 

 

 

 

 

 

지희랑 만든 요리들은 만난지 이틀 째 되는 날부터 만들어 보기 시작했었다.

첫 번째는 미역국과 김밥이었다.

두 번째는 오이 무침과 감자볶음, 핫케익이었고,

세 번째는 볶음밥과 도토리 묵을 만들어 봤고,

네 번째 날 호박죽과 김치전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마늘쫑 무침과 깻잎김치을 만들어봤다.

하루하루 나와 함께 요리하는 시간이 제일로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하는 아이다.

한 군데 다니는 학원도 안 가고, 계속 요리만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궁금한게 많아서 질문도 무진장 많이 하는 아이다.

동화책을 읽어 줄 때도 집중력이 좋은 아이다.

이야기를 좋아한만큼, 이야기도 참,  잘 하는 아이다.

내 아이가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아직은 그런 지희의 모든 질문이 전혀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은 더 조심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 지희는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아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어제는 지희와 2시간동안 요리를 하고 나서, 학원차를 태워 보내고 나서 바로 퇴근을 했었다.

지희 아빠가 장모님 병원퇴원을 시켜드리기 위해 하루 휴가를 얻어서 오후 4시즘에 퇴근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