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의 메모란이 부족한 주부로 살기

2013. 1. 11. 06:00★ 부부이야기

 

 

 

 

작년부터였을 것이다.

가계부의 한 페이지에 1년 동안 시어머니에게 드리는 안부전화한 날짜와 시각 그리고 통화시간,

그 내용들도 내가 기억할 수 있을만큼 간략하게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그 다음 페이지에는 1년동안 시댁에 간 횟수와 날짜와 시댁에서 있었던 내용들도 간략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메모와 기록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어쩌면 병일지도 모른다.

나이 들수록 그 정도가 덜 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메모나 기록을 전혀 하지 않는 날은 없다.

동생들과 자취생활을 할 때는 빨래한 사람이 누구였고, 동생과 다툰 날짜와 그 내용들을 기록 했었고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했던 날짜와 내용들도 기록을 해놨던 처자였다.

 

지금은 남편의 귀가시간을 기록하는 일은 안한다. 그래도 가끔은 기록을 할 때도 있다.

그만큼 남편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1순위가 아닌 존재가 되었다는거다.

남편의 귀가시간보다는 아이들 학원비 내는 날이나 아이와 서점가서 문제집구입한 기록이나

도시가스 요금 문의나 고용보험공단 상담사와의 몇 번째 상담인지가 더 중요한 메모의 기록이 되었다.

 

 

 

 

 

 

 

우리집 가계부의 메모란은 대부분 부족하다.

카드로 할부로 구입한 건들만 기록하는 페이지도 따로, 우리집 4식구의 핸드폰요금만 따로 기록하는 페이지도 필요하고,

시댁 친정쪽을 철저하게 분류해서 그 지출금액들과 내용들을

기록할 페이지도 필요하기 때문에, 내 가계부의 뒷 페이지들은 늘상 부족했다.

 

컴퓨터로 가계부 작성하는 것은 안한다.

펜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수록 내 필체도 변하고(점점 글씨들이 엉망이 된다)

펜을 잡는 내 손힘이 해마다 달라지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계부마저 컴퓨터로 작성하다보면 내가 손글씨를 쓰는 일이 영원히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나날이 건망증이 심해짐을 느끼게 된다.

가끔은 어제 했던 일도 까먹는 경우가 있다.

쓸데없는 생각들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아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