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아파트 동에 불이 났어요

2013. 9. 11. 12:03★ 나와 세상

 

 

 

 

 

어제 오후 5시40분경, 저는 사이버 강의를 듣고 있었고, 중3 큰 딸은 학원 가기전에 잠깐 자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프라스틱 타는 냄새 같이고 하고 냄비바닥이 그을린 냄새 같은 게 났지만, 안내방송이 없어서

저는 저희집 가스렌지위와 밸브만 확인 했었습니다.

현관문을 열어 볼 생각은 못했고( 전 하루 종일 현관밖으로 안 나간적이 많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동에 불이 난 줄은 더더욱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도 참 둔한 사람입니다.

 

 

 

 

 

 

 

그 때, 제 핸드폰으로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수학학원에 가 있는 작은아이의 문자였습니다.

"엄마 무사히 밖에 나왔음?"  뭔 뜻인지 모르고 " 뭔 말?" 이라고 답장 보냈습니다.

" 엄마, 아직도 집이야? 얼른 나와.." 그 때서야 현관문을 열어보니 매케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보입니다.

자는 큰 아이를 깨우고 핸드폰만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괜히 긴장되고 무서웠습니다.

 

 

 

 

 

 

제가 사는 층수가 3층인데 제가 사는 동의 바로 위인 5층에서 불이 났다고 하더군요.

옆 집에 사시는 할머니도 나와 계셨습니다.

5층과 4층 그 윗층 사람들은 이미 내려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괜히 허둥지둥 하다가 계단쪽으로 달려가보니, 소방 호스에서 떨어진 물 폭포 때문에 계단으로는 내려 갈 수가 없었습니다.

승강기는 운행되고 있었지만 웬지 영화속 장면이 생각나서 승강기는 탈 수가 없었습니다.

 

 

소방차량 8대가 와 있었고 경찰차량과 구급차량도 두 대 정도가 보였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기는 했지만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아서 큰 아이와 함께 그냥 복도에 서 있었습니다.

저희집은 복도식 아파트이고 한 층에 8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작은아이에게는 계속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 무사히 나왔어?" 언니와 엄마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괜찮다고 불길 거의  잡힌 것 같다고 걱정 말라고 답문자를 보내줬습니다.

 

 

 

 

 

 

그 때까지 아파트 관리실 안내방송은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사이버 강의를 들으면서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못 들었을지도 모르겠고 자고 있던 큰 아이도 못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 짐작으로는 안내방송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길지 않는 몇 분동안 저는 혼자서 소설 몇 권과 영화 시나리오 몇 편을  썼습니다.

대구 도시가스 폭파사고나 몇 해전 서울 지하철 화재사건등등이 떠오르면서 저도 혹시 그런 상황이 된다면?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별로 놀래지도 않더군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에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제 생애 처음으로

화재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화재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저희 라인 5층에 사는 주부가 가스렌지에

찌게를 올려놓고 깜박 잠이 들었다가 불이 났고, 당황한 그 주부는 베란다로 떨어져서 팔다리가

부러졌다는데 정확하지 않는 소문이라고만 합니다. 아이도 있었다는데 아이가 무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재 진압이 되고도 밤늦게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의 모습을 1층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오다가다 제가 마주친 이웃일 수도 있는 5층에 사는 사람들이 무사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리고 저도 다시 한 번 가스 점검과 저의 건망증을 되새김질을 해보게 됩니다. 조금은 무섭고 긴장된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