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4. 09:05ㆍ★ 나와 세상
20만원어치 상품권이 생겼다.
이 달 생활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행복했다. 나는 돈을 좋아하는 주부다.
상피암 진단을 받고 절망하던 3월에, 보험금이 입금됐다는 문자에 가장 큰 위로를 받았다.
가족과 친구들의 진심어린 마음보다, 보험금에 더 큰 위로를 받았던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그 보험금으로 수도공사를 대출을 받지 않고 할 수 있었고, 두 달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내 자궁원추절제수술비 20만원을 카드로 결제한 동생의 돈을 돌려줬다.
남편의 금전적인 사건때문에 내가 어려웠을 때, 동생이 1년 넘게 우리 대출금 이자를 내줬던 걸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친정일에 경제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감당했던 동생의 수고를 결코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동생의 돈은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다.
친정에 갈 때마다 꼬불쳐 놓은 엄마의 쌈짓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금을 하고 있다.
생활비에 보태쓰라고 줫던 돈들을 철없이 써버렸던 2006년 이전의 내 행동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참고 아껴서 모았을 친정엄마의 꼬불친 돈은 앞으로도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시아버님이 살아생전에, 명절때마다 내 손에 쥐어주신 5만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금을 했다.
시어머님이 내 두 딸들에게 쥐어주시던 5천원 만원짜리 돈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금을 했다.
그리고 그 돈 전부를 시어머니에게 드렸다. 시댁에서 받은 돈은 불편하고 나의 족쇄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작년 12월에 돌아가신 시할머니 장례를 치루고 받게 된 200만원도 어머님 통장으로 부치도록 했다.
두 시누의 성화에 200만원 중 백만원을 내게 건네시는 시어머님의 돈을 끝까지 받지 않았다.
17년동안 한 번도 시할머니를 찾아뵙지 않던 시어머님 본인의 행동을 반성해보시라는 나만의 복수였다.
이번 상피암 진단으로 나,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시어머님에게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아봤다.
1주일즘 뒤에 있던 시아버님 제사 때, 50만원을 어머님에게 다시 돌려 드렸다.
30만원은 큰 시누에게, 그리고 나머지 20만원은 막내시누 집들이 선물로 줬다. 시어머님의 성품을 알기 때문이었다.
오래전에 남편이 모시는 사장님이 우리가족들에게 서울 영등포 20평대 아파트를 공짜로 제공해주신다고 했다.
잦은 남편의 술자리때문에 자주 다툴 때였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그런 조건을 제시했었다.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그 아파트에 사는 대신 남편을 회사에 더 양보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회사 판촉때문에 있는 술자리에는 회사에서 대리운전비가 지급이 된다.
종종 남편의 대리운전을 하던 때에 사장님이라는 분이 대리비로 내게 200만원을 건네셨다.
남편과 나, 과한 대리비를 거절하고 20만원이라는 비싼 대리비를 챙겼다. 과한 돈은 받는 순간, 사람을 비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돈, 살아가다보면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나도 돈 아주 좋아한다.
부모 형제를 비롯한 사회생활에서의 대인관계에서도 돈은 꼭 필요하다.
부모에게 효도 할 때도 돈은 필요하고, 사랑하는 자식들을 키우는데도 돈은 필수적이다.
돈 한 푼 들지 않는 효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옛말이 되었고 10원 한 장 안 들이고 자식을 키울 수는 없다.
사회생활에서 서로간의 친목을 다지는데도, 운동을 하는데도 돈은 필요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은행에 맡긴 5천만원의 돈을 갖다 쓰고 현재, 우리가 은행에 내고 있는 이자를 주라고 하셨다.
요즘 은행이자 3%밖에 안되고, 거기다가 세금까지 뗀다고 하시면서 내가 안고 있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대출금들을 한꺼번에 정리를 하라고 하셨다.
순간 갈등은 했지만 확실하게 거절을 했다.
나 사는게 안스럽고 혹시라도 그 돈을 못 받게 되는 경우까지 생각하고 그런 제의를 하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닌 돈은 다 빚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난할 수록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생들을 비롯한 친한 친구들이 이런 나의 쓸데 없는 자존심을 비웃을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이 주는 돈은 일단 받고 보라고..... 그리고 나서 다음 일을 생각해도 된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이런 충고들과 나의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순간순간 나도 돈에 관한 신념(?)이 흔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내 생각을 버리지 않고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호의든 동정이든 일단, 돈을 받게 되면 줄 이자를 다 준다고 해도 그 사람 앞에서 더 이상
나는 당당해질 수가 없게 된다.
은행이나 기타 기관에서 대출 받은 돈에 대한 이자를 내면, 나는 그들에게 소중한 고객이 될 수 있다.
내가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한, 내가 그 기관에 미안해 하거나 당당하지 못해서 주눅들 일은 전혀 없다.
그리고 그 돈을 떼어 먹을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하며, 무조건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것을 늘 명심하고 살게 된다.
하지만 사람에게, 그것도 가족에게 돈을 빌리게 되면
나도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안 갚아도 되는 돈이라는 판단이 한 순간이라도 들게 되면
여느 사람처럼 나도 뻔뻔하고 파렴치하게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아쉬운 마음이 전혀 없는 거는 아니다.
하지만 아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돈에 관한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고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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