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우의 <나비길>을 읽고

2014. 9. 24. 20:21책,영화,전시회, 공연

 

 

 

3월에 읽었던 임철우작가의  단편 "나비길"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올려본다.

황천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황천이발소'를 운영하는 양씨라는 남자의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어느 날 중학교에 '기병대"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 총각생물선생이 부임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겨울에 부임한 생물선생은 늘 나비를 몰고 다니는  좀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이다.
내성적이고 늘 움츠려 살고 있느 황천이발소의 양씨와,  나비를 몰고다니는 기병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을것이다.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때, 두 사람은 다 사회부적응자 기질이 있었다.
양씨와 기병대를 보면서 임철우의 소설속 주인공등의 전형적인 어둡고 상처 받은 사람의 표준을 다시 한 번 봤다.

기병대 생물 선생은 어린시절 어머니마저 교통사고로 잃고나서부터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자폐증세를 보였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는 나비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비가 어머니의 영혼이라고 생각하며 행복해한다.
그리고 나비와 함께 하는 생활을 하고 나비와 대화를 하는 소년이 되면서 나비생태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비길'도 알게 된다.

기병대는 중학교 생물시간에 나비의 변태과정을 설명하면서 학생들로부터 '변태선생'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는 학생들과 농구와 축구도 같이하고 시를 읽어주면서 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는 좋은 선생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좁은 시골마을이라 조금은 특이한 생물선생이 나비를 몰고 다닌다는 소문을 비롯해 온갖 소문이 난무하면서

기병대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마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된다.
우연히 야외수업을 나간 기병대는 몸이 지저분해진 남학생의 몸을 냇가에서 씻어준 일로

 '변태선생'이라는 별명이 진짜일거라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게 된다.
아울러 동네에서 별로 존재감이 없던 황천이발소주인 양씨와  기병대가 친하게 지내는 일이 둘이 동성애자일거라는 소문까지 난다.

기병대는 인간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한다는 애길  양씨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정도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대한 소문은 나날이 추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중학교 운동회날, 기병대선생은 '나칠수' 라는 방범대장에게 학교 운동장에서 심한 폭행을 당한다.
아이들의 입에서 전해진 변태라는 소문에 이어 기병대가 몸을 씻겨준 아이가  그 방범대장의 지능이 좀 떨어진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로 다혈질인  방법대장은 운동회날,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기병대 선생을 심하게 폭행을 한다.
그 폭행사건으로 기병대 선생의 대한 동성애자, 변태라는 소문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리고 기병대는 학교에 출근하지 못한다.

인간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어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서툴렀던 기병대는 자기에게 남아있던 희망인 아이들앞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평소에 유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던 이발소 양씨를 찾아가 손을
내밀지만 사람들의 눈과 소문을 더 두려워하던 양씨의 거절로 또 한 번의 절망을 느끼고 절벽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수을 끊는다.


한 시골마을의 이발관을 중심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었고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여느 소설보다 잘 드러나 있었다.
내 주변에도 소설속의 수줍고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가장 어려워하는 기병대 같은 사람도
어렵지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나도 그런 일면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중의 한 명이다.

황천이발관 양씨의 모습은 우리들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적당히 열등하고 자격지심이 많고 자신의 생각과 바램이 있지만 그게 세상으로부터 비판받거나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입에서 나쁘게 평해지면 쉽게 버릴 수 있는, 조금은 비겁한 우리들의 자회상과 가장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감정적이고 욱하는 성격을 지닌 방범대장 나칠수인물같은 사람은 더 쉽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읽는내내 긴장감도 있고 뒤의 내용이 궁금해져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는 재미있는 단편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