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리의 <외투>를 읽고

2015. 1. 9. 09:59책,영화,전시회, 공연

 

 

 


 

 

19세기 러시아 모든 문학은 고골리의 <외투>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리얼리즘 소설이다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무조건 읽어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비평가들이 명작이라 일컫는 소설중에는 읽어본 게 별로 없다. 이 소설은 과제제출과 시험때문에 할 수 없이 읽게 된 작품이다.

인류 역사상 학정(매우 포악하고 혹독한 정치)이 가장 심했던  짜르 치하의 러시아 시대, 수도 페테르부르크는

연봉 400루블을 받는 말단 하급 관리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은 추위였다.

승진하지 못한 실력없고 맹꽁이 같은 성격의 아카키 아카키에비치 바슈마츠킨은 만년 9등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러시아 이름은 성이 뒤에 옴, 성씨만 보면 귀족인지 아닌지 알수 있음, 바슈마츠킨이라는 성은 구두를 만드는 집안이란 걸 알수 있고 미천한 집안임
을 알 수 있음 - 집에선 아카키라 불림:상식으로 알아두시길)

서류 베끼는 일을 하고 응용력도 전혀 없는 아카키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경멸과 조롱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1830년대 농업공황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도시에서 가장 미천한 하급관리가 되어 연명한 예가 많았는데 주인공 역시 그런 부류였다.

아카키가 입고 다니는 외투는 너무 낡아서 수선집에서도 수선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때부터 주인공은 겨울 추위를 이기고자 외투를 사는 걸 일생의 목표로 정하고

매일밤 차 마시는 일이나 촛불 켜는 것조차 아껴가며 돈을 모아서 자기 분수에는 맞지 않는 멋진 외투를 한 벌 사서 입게 된다.
놀림의 대상이던 그에게 주변 관리들은 축하와 부러움을 보탠 축연을 베풀어 주는데 그는 들뜬 기분에 술을 잔뜩 마시게 된다.
그런데 귀가하던 중에 강도를 만나 아끼는 외투를 뺏기게 된다.
아카키에비치는 다음 날부터 만사를 제치고 외투를 찾기 위해 관계되는 영향력 있는 기관이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탄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카키에비치는 이 과정에서 경찰 담당자부터 자신과 같은 말단 관리들이 교묘하게 뒤얽혀 있는

관료조직 체제의 뚫을 수 없는 벽이 가로 막혀 있음을 알게 된다.
하숙집 주인 소개로 높은 관료를 찾아가지만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만나는 것 조차 힘들고

아카키에겐 절실한 외투 찾기는 관료들에겐 하등의 관심거리도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온갖 구실과 핑계를 달아 요리조리 내몰아버리는 굴림쇠에 걸려든 아무런 빽줄도 없는

그는 외투 찾기를 포기하고 그 억울함에 시름시름 앓다가 추위까지 겹쳐 죽고 만다.

그가 죽고나서부터 페테르부르크에는 추운 겨울만 되면 "중요인물(높은관료)"이 탄 마차만 습격하여 외투를 벗겨가는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돈다.

 

 

 

 


폭압정치 아래에 사는 하류층 사람들의 원한에 관한 이야기는 문학의 주요 소재가 되어왔고 그런 작품들은 많다.
러시아 유명하다는 작가 고골리의 <외투>라는 단편소설도 그런 리얼리즘(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과제 제출 때문에 읽게 된 소설이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중에 억울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해봤고, 나도 작품속 주인공인 아카키 같은 융통성 없고 똑똑하진 못하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지만 성공하지 못한 수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써서

오십년 백년뒤에도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질 수 있길 바래보기도 했다.

특히 시간이 좀 지났다고 벌써 우리네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그 얘길 꺼내기만 해도  짜증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작년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어간 세월호에 탑승하고 있던
우리 아이들과 희생자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가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에 눈을 뜰 때 마다

내 아이가, 엄마 아빠가 없는 빈 자리를 더 크게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