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고

2014. 9. 24. 12:41책,영화,전시회, 공연

 

 

 

세 명의 남자(정수, 영식, 중권)와 한 명의 여자(진숙)는 대학 때 친구였다.

같은 서클이라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진숙은 백치같은 면이 있으면서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

세 명의 남자는 친구면서도 각자가  진숙과  섹스를 하면서 서로가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기묘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3명의 남자는 각자의 삶을 살면서 진숙의 대한 기억은 세월속에 묻혀 잊혀져갔고 들려오는 풍문으로 진숙이 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한국을 떠났던 진숙이 귀국을 한다.

진숙은 세 명의 남자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남을 제의한다.

세 명의 남자는 진숙은 어색한 술자리를 갖게 되는데, 다음 날 여자가 칼로 심하게 난자 당한채 시체로 발견된다.

세 명의 남자들은 과거 진숙과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서로가 친구이면서도 각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과거 진숙을 자신들의 성적도구로만 생각했던  정수와 영식은 10년만에 나타난 진숙의 출현으로 자신들의 추악한 과거가 드러날까 불안해한다.

조금은 지루하지만 평온한 자기들 가정이 깨질까 전전긍긍했던 그들이었다.

또한 예전 자기네들이 알던 어리숙하고 멍청해보이기까지 했던 진숙이 자존감 높고 의식있는 강한 여자로 돌아온 것이 더  불안했다.

영수와 정식은 대학시절에도 진숙을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성적 노리개로만 진숙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권이라는 남자는 달랐다.

대학시절에도 진숙을 진심으로 대했는데 10년만에 돌아온 진숙은,

진숙에게 진심이었던 중권도 영수와 정식처럼 자신을 노리개로만 생각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진숙에게 중권은 심한 분노를 느끼고 우발적으로 진숙을 잔인하게 죽였던 것이다.

 

진숙을 죽인 살인자가 바로 자기들의 오랜 친구였던 중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식과 영수는약간의  충격은 받지만

한편으로는 살인자가 밝혀짐으로서 자신들의 과거가 밝혀지지 않고 용의선상에서도 자유로워진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10년만에 진숙의 출현으로 자신들의 추악한 과거가 드러날까 불안해하던 정식에게

흉흉하게 들리던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다시 예전처럼 즐겁고 경쾌한 멜로디로 다가오면서 이 소설은 마무리 된다.

 

살인사건 대부분이 치정관계나 사람의 욕심때문일 때가 대부분인 것처럼 이 소설 또한 소재면에서는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랑 없는 젊은이들의 성적욕구가 사람관계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작가만의 특유한 서늘하고 건조한 시선의 문체로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추악한 과거가 있음에도 평범하고 평온한 현재의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또한

어쩌면 이 글에 등장하는 세 명의 남자들의 모습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나를 비롯한 현재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통 가식과 위선적안 모습으로 살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바르고 도덕적으로 살고 있는 듯, 철저하게 위장하고 있는 내 과거도 거슬러 올라가 파헤쳐보면 비열하고 추악한 기억들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나의 모습을 포장하기 위한 또 다른 위선적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