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

2014. 10. 6. 08:27★ 나와 세상

 

 

 

 

부천시청역 (7호선) 에서 서울 봉화산역(6호선)까지 갈려면 두 번을 갈아타야 한다.

온수역(1,7호선)에서 한 번, 석계역(1,6호선)에서 환승해야 하며, 정차역은 총 33정거장이다.

소요시간은 1시간 19분이다.

혹은 갈아타기를 한 번만 하고 싶다면 태릉입구역(6.7호선)에서 환승하면 정차역은

40 정거장으로 늘어나며, 소요시간은 1시간 31분이다.

그 이외의 다른 방법도 많다. 서너번은 갈아타기를 해서 지루함을 줄여도 되고,

대신 이런 경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갈아타는 역내에는 작은 쇼핑매장이 있어서 눈요기도 할 수 있고, 전철안에서 오랜시간 동안

서 있어서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뻐근함도 줄일 수 있다. 대신 눈의 뻑뻑함이 심해지기도 한다.

한 번만 갈아타게 되면 환승역인 태릉입구역까지는 1시간 15분동안이나  꿋꿋하게 서서

가야 하는 고달픔을 감수해야 하고  소요시간도 늘어나고 정차하는 정거장도 많아진다.

초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천에서 서울 중랑구근처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는지도 알아봤지만 그런 버스편은 없어서 죽으나 사나 전철을 이용해야만 했다.

서울 신촌이나 강남쪽으로 갈 때도 있었고 남양주 오남리나 청약리까지 전철을 갈아타고 가기도 했다.

집에서 나서는 시간까지 합하면 목적지까지 가는 소요시간은 평균 2시간 내외가 걸린다.

이렇게 최근 3개월 넘게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남편의 술자리 대리운전을 했었다.

 

살다보면 가끔 갈아타기를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힘든 삶을 살든, 평탄한 삶을 살든간에 내가 살고 있는 삶과는 다른 삶을 꿈꾸기도 한다.

보험상품이나 금융상품도 좀 더 이익이 많이 돌아오는  새 상품이 나오면 갈아타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갈아타고자 하는 마음은 잠시잠깐 드는 마음일 뿐, 현재 살고 있는 삶이

고달프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자 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남편의 대리운전을 하러 가면서 환승역에서 혼자서 환승놀이를 상상하기도 한다.

무지개 7가지 색상의 삶 중에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다면?

빨주노초파남보라색 삶 중에서 어떤 삶을 선택해서 살지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내게  준다면?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 불행할까?

 

 

 

 

 

 

전철을 타면 폰을 가방 깊숙이 넣고 얇은 문예지 한 권을 꺼내 읽는다.

얼마전에 나 자신과 한 약속 때문이다.

전철안 사람들 대부분이 고개를 쳐박고 폰질만 하는 모양새가 그닥 보기 좋치가 않다.

나 또한 집에서나 차를 타도 폰을 들여다보는 횟수가 많아졌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게 싫었다.

폰 따위에 나를  뺏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어떤사건을 보고 비판하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다.

생각도 고이지가 않고 금방 금방 내뱉다보니 내 뇌가 텅텅 비는 것 같다.

물론 종이책을 읽기를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모가지 운동을 해야하고, 책을 읽다가 정차역을 지나쳐 버린 적도 있다.

그래도 전철안에서 고개 쳐박고 폰질만 하는 아줌마보다는 드문드문이라도 종이책을 읽는  아줌마는 되려고 애쓰고 있다.

 

지금도 가끔은 인생의 환승을 꿈꾼다.

폰보다는 책을 더 가까이 하려는 노력도 어쩌면 이런 나의 인생의 환승을 꿈꾸는 노력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바꿔서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환승하고 싶은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