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그리고 대인관계

2014. 10. 21. 10:27★ 나와 세상

 

 

 

1박2일 일정으로 경북 청송 객주 문학관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내키지 않는 여행(?)이었지만 동아리에서  총무라는 자리 때문에 합류를 했다.

여름 통영 문학기행에도 빠졌던지라 이번에도 불참을 하면 수필 동아리 합평에 참석하는 게 불편해질 것 같았다. 

친숙하지 못한 사람들과의 여행, 그것도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가는 여행은 첨이었다.

남편과 두 딸들은 밖으로의 나의 외출을 무조건적으로 권한다. 집 안에 틀어박혀 사는 나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과의 여행, 정말 내게는  힘든 일이다.

문인들과 글쓰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 상상했던 시끄럽고 번잡한 관광버스 여행은 아니었다.

단풍이 물든 가을의 주왕산 경치도 볼 수 있었고, <객주> 소설을 쓴 작가 김주영씨와의 만남도 가졌다.

청송군과 김주영씨가  후원해서 건립했다는 <객주 문학관> 관람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여행일정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그렇다. 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보고 감동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쓴 작가라 해도, 그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 본 적도 없다.

박완서, 공지영,신경숙, 이외수, 임철우 등등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그 분들을 만나고 싶어한 적도 없다.

작품은 작품일 뿐,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 한 적이 없었던 나였다.

세상 사람들이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은 몇 안되는 것 처럼, 작가들도 그럴거라 나 혼자 결론을 내버린 것이다.

 

 

새벽녘 안개 낀 소나무 숲의  절경에 탄복하고 감동하는 문인 선배들과 나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었다.

어려서 늘상 보는 풍경, 열 아홉 살때까지 봐오던 농촌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에

탄복을 하거나, 세파에 찌든 마음을 자연을 보며 치유 받고 가슴이 확 띄인 것 같다는 느낌을 난 받지 못했다.

되려 그 안에서 만난 몇 몇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을 뿐이다.

나는 글쟁이로,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사람에게 감동을 받은 적은 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복한 적은 없다.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 느낀 적은 있지만 그 여운을 길게 간직한 적은 없다.

선량하고 정직한 사람, 마음 따뜻한 사람에게 받은 감동의 여운은 오래 간 적은 많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유흥(아주 건전한 음주 가무라 해도)을

즐기는 것은 너무  어색해하고 혹여라도 그런 행위에 나도 합류해야 할 때는 정말 그 민망함과 어색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청송으로 내려갈 때는 멀미약을 먹어서인지 차 멀미를 하지 않았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는 멀미를 해서 죽전 휴게소에 혼자 내려 속을 비워내고

1시간 넘게 화장실안에서 머리를 식히면서 용인 상가집에 문상을 온 남편을 기다렸다.

난 언제부터인지 즐기는 문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었다.

분명 나도 결혼 전에는  가끔은 노래도 부르고 회사 회식에서 나이트도 갈 줄 아는 처자였는데...

 

 

 

 

 

 

 

 

익숙하지 않는 사람(고향친구 아니면 다 어색하다)과의 만남은 내겐 늘 어색하고 하나의 노동처럼 느껴진다.

집에 도착 해서  초죽음이 되었다. 내겐 대인관계가 가장 힘든 일이다.

1년 반을 넘게 이런 저런 공부를 하면서 사람의 심리와 내 마음 찾기에 나름 노력을 했는데도

천성이라는 건 정말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닌 듯 싶다.

그런 중에도 내가  짧게나마 웃을 수 있었던 건,  그 속에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몇 몇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한 마음 또한 언제 변할지 모를 일이다.

이런 변덕스러움이 싫치만 이런 마음을 나도 어쩌지 못할 때가 너무나 많다.

사람들에게 고마움 느끼고  감동을 하면서도, 또 사람들로 인해 혼자 상처 받고 씁쓸해 하기도 한다.

내뱉고 나서 후회하기도 하고,  행동하고 나서 아쉬워 하기도 한다.

언제쯤이면 내 모습을 제대로 봐서 나의 마음을 콘트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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