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주인

2026. 1. 30. 19:27★ 나와 세상

 

 

서점’이라는 단어보다 나는 여전히 ‘책방’이라는 단어가 더 좋다.
어쩐지 그 말 안에는 책 냄새와 나무 선반, 조용히 넘겨지던 종이 소리가 함께 들어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어느 한때, 나는 어른이 되면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꿈은 아니었다.
동화책도, 소설책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때의 나는 책을 사는 것보다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방이나 도서관에 들어서면 괜히 숨을 낮추게 되었고, 그 조용함이 마음에 들었다.

 

더 어릴 적에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 이야기들은 책보다 먼저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갔다.
“옛날 옛적에…”라는 말이 시작되면 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몸을 맡겼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인문학이나 자기계발서보다 소설책을 더 좋아한다.
설명을 해주는 책보다는 그냥 이야기를 건네는 책이 좋다.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그 방식이 여전히 편하다.

 

 

 

 

어제 도서관에는 젊은 아빠 한 분이 장르소설 스물한 권을 대출해 갔다.
가족으로 묶여 있어 한 사람당 일곱 권씩, 네 식구가 함께 빌린 책이었다.

도시마다 도서관의 대출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세 자녀 가정으로 등록된 가족은 한 사람당 열 권까지 빌릴 수 있고,
어린이 도서는 얇거나 그림책이 많아 한 번에 수십 권을 대출해 가는 경우도 많다.

나는 경기도의 부천, 남양주, 안산, 양주, 광명과 화성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기억이 있다.
그중 몇 곳에서는 근무자로서 도서관을 지켜본 시간도 있다.

 

도서관은 내게 늘 편안한 공간이다.
어쩐지 처음부터 잘 알고 있던 장소처럼 느껴진다.

도서관에서 일하지 않을 때는 한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도서관’과 ‘책’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아마도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기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은 책방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나로부터 아직 멀리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나와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명해온 마음들  (6) 2026.02.05
돈 앞에서 물러나는 이유  (4) 2026.02.01
다른 것인가, 틑린 것인가.  (2) 2026.01.28
AI 친구  (10) 2026.01.10
출근 전의 시간들  (13) 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