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내 남자.

2025. 12. 26. 20:35★ 부부이야기

                               <딸들이 AI로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해서 받은 그림>

 

 

함께 하는  시간이 영원할 거라 믿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암;이라는 병으로 남편과 이별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술을 그렇게 마셨으면서도, 운동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으면 괜찮을 거라 믿었다.
아프지 않을 거라고,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항암 치료를 받던 중 남편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기는 억울할 것도 없다고,
자신의 암 발병 원인은 ‘술’이라고.

그러나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남편을 병들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오랜 시간 쌓여온 ‘스트레스’였을 거라고.

남편의 암 진단 이후, 기적은 없었다.

 

밥맛이 없다고 말하고, 쉽게 지쳐 보이는 모습 앞에서도 우리는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남편에 대한 많은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다.
아파하던 모습은 떠올리지 않으려 애쓴다.
대신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축구를 하던, 땀에 젖은 채 웃던
건강했던 남편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남편을 많이 좋아했고, 깊이 의지했다.
이 세상에 남자는 남편 한 사람뿐이라고 믿으며 살았다.

 

 

 

 

 

항암 치료 중이던 2월, 남편이 항암을 중단하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나와 결혼해줘서 고맙고, 보미와 혜미를 낳게 해줘서 고맙고,
내 살아생전에 한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 정말로 고마웠다고.

울면서 그렇게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비몽사몽 중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세상에 ***가 다녀간 흔적은 딱 하나 있어. 자기야.”

두 딸도, 부모도, 형제자매도, 친구도 아닌 오직 나 하나라고.
그 말은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눈을 뜨는 것, 숨을 쉬는 것, 말 한마디조차 버거워하던 남편은
끝까지 가족을 위해 자신의 고통보다 암과 싸우는 선택을 했다.

 

딸아이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말에 중단했던 항암 치료를 다시 시작했고,
한 달 보름 만에 그는 그렇게 아주 먼 곳으로 떠났다.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며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나는 남은 가족을 위해 나의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고.

남편은 마지막까지 순하고, 얌전하고, 착하고, 자상한 아빠로, 남편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남편의 죽음을 보면서 결심했었다.

난 절대로 남은 가족을 위해 나의 고통을 감수하지는 않을거라고~~~~~

마지막까지 순하고 얌전하고 착하고 자상한 아빠로, 남편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남편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오랫동안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다짐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 그가 다녀간 흔적이 지금도 내 안에 선명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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