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선배언니가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다.
삼겹살을 언니네집에서 맛나게 먹으면서 난 처음으로 소주2잔을 마셨다.
거의 기억에도 없는 싸아한 소주의 맛이 나의 혀끝을 자극하면서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가는 그 감촉을 느껴보는 기회를 가져봤다.
상추에 고기 한점을 얹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그에 곁인 소주한모금!
나에게 익숙하지도 않는 맛이었고 그 맛이 뭔맛인지도 모르겟고
그저 혀 끝에 느껴지는 씁쓸한 소주맛만 남았다.
괜찮겠냐고 묻는 언니 물음에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난 이미 소주 한모금을 들이킬때, 양쪽 관자놀이가 얼얼해오면서
온몸이 나르해짐을 느끼고 있었고 몸의 어딘가가 미세한 마비가 옴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9년차에 접어든 내가 그동안 술이라는것을 맥주한잔이든
소주 한잔이든간에 입술에 축여본 횟수는 내 한손으로 족하다.
한모금의 술을 마시면서도 나는 굉장히 예민하게 나의 몸안을
헤집고 다니는 그 알콜의 성분을 느끼며 어디에 반응이 어떻게 오는지
아주 자세하게 느끼고 싶어하며 나의 말소리에도 스스로 평가를 한다.
한잔이나 두잔이나 나에겐 마찬가지엿지만 그 소주 두잔을
홀짝이면서도 나는 남편이 그리도 자주 마시는 그 술맛이 뭔지 알고자 했다.
워낙에 든든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마신 소주두잔이라서
흔들리거나 혀가 꼬부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쉴새 없이 그
언니앞에서 지껄여댔고 그런 내 모습이 그 언니에겐 술한잔을 하지
않앗을때도 수다스러운 나였으니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앗을것이다.
아마도 그 언니는 나를 알게 된지 3개월동안 나의 그동안의 결혼생활의
전부를 알고 있을것이다. 그동안 하두 떠들어대서 말이다.
그 언니는 내가 착하다고 말한다. 늘 그런말을 한다.
너나 나같은 사람은 많치 않다고 하면서...
내가 그 언니를 인정하고 좋아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10년동안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점이고, 지독한(내기준에선)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남편의 부모님이라는 그 이유하나로 견딘 그 언니의
과거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언니를 좋아하고 있을것이다.
시어머님은 흉을 보더라도, 시어머니앞에서 할소리 다못하면서
바보 처럼 뒤에서 욕하는 며느리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며느리로서의
도리는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나이기도 했다.
좀 어리석도 멍청한 생각같기도 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어른들에게 대놓고 할소리 다하고 버릇없이 구는 며느리들을
그리 이쁘고 보고 있지 않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그렇게 나에겐 많은 정과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 그 언니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저녁8시가 돼서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씻겨 재웟다.
많이 피곤해하는 남편이 어제따라 일찍 들어온다고 전화가 왔다.(밤10시반)
나 오늘 소주 두잔이나 마셨다.
라고 말하니까 괜찮냐고 묻는다. 자기도 소주 한잔 생각난다고 한다.
내가 남편에게 그럼 우리 다시 한잔 할까? 나 또 마실게..
집앞 순대국집에서 소주 한병을 시켜서 남편이랑 대작을 했다.
천천히 마시고, 조금씩 마시라고 한잔을 한꺼번에 들이키지 말라고
술을 마시는 요령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남편이다.
순대국집까지 가는 길에 내가 히죽거리면서 나와 어깨가
같은 높이에 있는 남편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면서 싱겁게 웃으면서
내가 한마디 했다.
“자기야, 내가 키커서 자기랑 어깨동무도 할수 있으니까 너무 좋지”
키큰 마누라 사는것도 자긴 행운인줄 알어라..“
남편은 안하던 행동을 하는 내가 전혀 싫치 않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소주 두잔을 마셨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남편은 어쩌다가 내가 1년에 한두번 마시는 술을 마시는날엔
날 무척이나 따뜻하게 그리고 이뻐한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순대국으로 늦은 저녁을 대신하는 남편의 피로가 내게까지 느껴져왔다.
11시가 다된 시각까지 저녁도 먹지 못한 남편이 너무 가여웟고,
그런 남편을 닦달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미안해진다.
순대국집에서 시킨 소주 1병중에서 내가 4잔이나 마셨다.
남편은 술을 못하는 마누라가 걱정이 되는지 소주잔에 절반채웠다.
하지 않던 행동이라고 말하는 남편이 이상햇다.
술안마시고도 나는 남편에게 팔짱을 끼기도 했었고
히죽거리며 웃기도 하던 사람이었는데 남편은 아니란다.
요즘들어서 내가 남편에게 그렇게 히죽웃는 모습을 보여준적도 없었고
자기에게 먼저 어깨동무를 하면서 그런 눈으로 자길 바라본적도 없었단다.
웃기는 남자라고 내가 그랬다.
어떻게 된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마누라가 술을 마시는걸 좋아하냐고,,,
뜯어말려야지 되려 더 좋아하는것 같다고..
하지만 난 나와 당신에게 분명하게 약속한다고,
난 당신말고는 아무하고도 앞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겟다고,
내 제일 친한친구랑도, 내 동생들이랑도 시누들이나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앞에서도 나의 술마신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겠다고.
당신만 나의 술마시는 모습을 볼수 있을거라고, 지금까지처럼 말이다,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 다만 좀 얼얼하고 내가 좀 멍청해진 느낌이었고,
나는 제대로 말한다고 말을 하는데 들리는 내 말이 새어서 나왔다.
나는 술이 마시고 싶어서, 좋아서 마신게 아니엇다.
남편이랑 가까워지고 싶어서 마셨다. 남편한테도 그말을 했다.
수다스러운 마누라랑 사는 내 남편은 내가 술을 마셔도
안마셧을때와 전혀 달라진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다만 네 말소리가 좀 꼬부라져 나온다고 그리고 말하는게 훨씬
부드러워진다고, 목소리톤이 조금 부드러워진다고.. 웃는다.
나는 느낀다, 남편이 그렇게 날 포근한 눈길로 바라봐주는것에
내가 혼자 감동하고 너무 좋아한다는것을.
나는 여전히 남편을 너무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남편은 내가 스스로 넘 힘들어하면서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들을 떠안고 산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다.
그래도 술을 자주는 마시진 말라고 한다.
내 성격엔 혼자 술을 홀짝거리다보면 중독될수 있다고..
그냥 어제처럼 그렇게 자기랑만 가끔 마시라고.. 자긴 그런날엔
내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나...
어젠 남편보다 내가 마신 술의 양이 더 많았다.
물론 내 살아생전에 가장 많이 마셔본 알콜의 양이었다.
잠들기직전에 아주 사소한일로 또 툭닥거렷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는 술을 가끔씩이라도 한두잔 해야겠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저녁을 많이 먹어선지 어쩐지, 전엔 맥주한모금만 축여도 다음날이면
머리도 띵하고 온몸이 나른했는데 오늘은 그런 증상이 전혀 없다.
내일은 친구 결혼식에 가봐야 한다.
오늘밤엔 황토팩좀 해서 피부관리좀 하고 내일 결혼식에 가야겠다.
작년 여름에 익산에서 결혼을 한 친한친구도 올라오고 그동안
얼굴 보기 힘들엇던(다 멀리 살어서) 친구들 몇몇도 볼수 있을것 같다.
치마를 입고 갈까? 진바지를 입고갈까도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