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주부

2005. 4. 18. 14:45★ 부부이야기


베란다 청소를 해야겠다고 맘 먹은지가 벌써 1주일이 넘었다. 침대커버와 침대매트를 욕조에 담궈서 발로 밞아서 빨아야겟다고 챔대커버를 바꾼지도 사흘이 지나 나흘째에 접어 들고 있다. 아침마다 일어나 창문을 열면 이젠 완연한 봄날씨를 느낄수가 있다. 부업을 하지 않을때엔 한두끼 정도 설거지거리를 미루는 경우도 있는데 부업을 하게 되면 절대로 집안일을 미루면 안되는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이불빨래와 베란다 청소는 아직도 미뤄지고 있다. 가까운곳으로 벚꽃구경이라고 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막상 쉬는날이 되면 남편은 운동으로 하는 축구를 하러 아이들과 나가거나, 누구 돌잔치나 무슨날이거나, 누구집에 방문을 해야 하는일도 생기고, 참, 이래저래 바쁜 휴일일때가 많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지만, 가지 않으면 해야할일을 안한것 같아서 마음 한켠이 불편하니 아이들과 한번 봄맞이 나들이 가는일도 쉽지가 않는듯 하다. 이번주 일요일엔 돌아오는 시어버님 기일준비로 시어머님과 시누과 함께 성묘를 다녀와야 할것이고, 다음주는 시어버님 기일에, 친정새아빠 되시는분의 생신이 있고, 5월 첫째주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기일까지 챙겨야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솔로로 있다면 내가 지금 챙겨야 하는 경조사중에서 절반 정도는 줄어 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연유로 종종 나는 결혼전에도 그런 경조사에 대한 부담감이 싫어서 결혼이라는것을 두려워 했던 처자였다. 결혼전에도 맏이라는 이유로, 혹은 엄마가 재혼을 하신 관계로 친정쪽 친척분들 경조사에 엄마를 대신해서 나와 동생들이 참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내 친구들에 비해서 많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선 우리집안은 물론 남편의 집안 경조사에도 남편이 장남이기 때문에, 시누들과 시동생은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어머님과 우리 부부는 꼭 참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의 생신 다음에 나는 시댁에 안부전화하는일도 하지 않았다. 거의 보름동안이나, 결혼후 처음으로 그 긴시간동안 시댁에 안부 전화 한통 하지 않는 며느리가 되었다. 풍족하지 않는 생신용돈을 받으시고 못내 서운해하시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시던 시어머니의 대한 서운한 나의 감정 표현이기도 했으며, 해도 욕먹고 안해도 욕먹을거라면 라는 억화 심정도 작용을 했었다. 그저 내 마음 가는대로,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누그러 트려지면 몰라도 지금 같아선 억지스럽게 시어머니에게 하는 안부전화는 못할것 같아서 애써서 전화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번주말이면 어차피 시아버님 성묘때문에 전화를 해야 하기때문에 성묘 음식준비를 마친다음에 시어머님에게 성묘를 가실건지 물어보기 위해서도 전화를 해야 할것이기때문에..... 이번주엔 작은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간다. 큰아이는 이제 1주일에 3번씩은 꼬박꼬박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 매일 12시까지 밤까는 일을 하고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고 있다. 물론 남편이 늦어지는 날엔 새벽3시가 됐든 4시가 됐든 그 시간까지 밤까는 일을 하다가 남편이 들어오는걸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수가 있다. 나름대로는 부지런을 떤다고 떨고 있음에도 나는 지금도 베란다 청소와 침대커버 이불빨래를 미루고 있는 게으른 주부가 된다. 집안일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요즘 들어 더더욱 실감하면서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 나를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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