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주부

2005. 4. 23. 08:59★ 부부이야기

      어제 작은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며칠전에 미리 소풍비 2만원을 냈는데 전날밤부터 작은아이가 고열로 잠을 설치고 아침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감기로 인한 고열이라고 해서 소풍가는일은 포기하라고 말해주는 의사 말을 들어야 했다. 며칠전부터 서울대공원으로 소풍을 간다고 그리도 설레여하던 작은아이는 고열로 힘들어하면서도 소풍을 가고 싶다고 계속 울어댔다. 여전히 12시까지 밤을 까고, 밤새 앓던 아이때문에 잠을 설치고 열을 떨어트리기 위해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하르랴 나도 온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부업을 시작하고 나서 잠이 부족했었는지 어젠 드디어 나까지 머리가 깨질것처럼 아프고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저려서 도저히 부업을 할수 없을것 같아서 하루 부업을 쉬었다. 어젯밤에 열이 떨어지고 나서 작은아이는 다시 살아났고, 그덕에 나는 밤까는 부업을 하루 쉬어서 하루가 여유로워졌다. 내일은 성묘를 가야 하기때문에 오늘은 동그랑땡을 만들어서 부치고 나물세가지를 준비해놔야 할것 같다. 포와 딸기, 그리고 생선도 한마리 사서 성묘를 갔다가 내일은 우리 식구 반찬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어떤 정육점 아주머니도 밤까는 부업을 하고 계셨다. 그 분은 하루에 10키로씩 받아서 하신다고 한다. 난 참 놀라웟다. 난 하루에 5키로 하는데도 그게 힘들고 그나마 5키로만 하기 때문에 틈틈이 집안일 미루지 않고 할수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하루에 10키로 받아서 장사하면서 혼자서 그 10키로를 다 하신다는데.... 옆집에 사시는 나와 겨우 눈인사만 나누는 아주머니도 악세사리 부업을 하시는것 같다. 숙달이 되서인지 그분은 한달에 4,50만원정도는 기본으로 번다고 했다. 그런사람들 보면 정말로 대단하게 보인다. 두아이 보면서 집안일도 미루지 않으면서, 부업을 해서 한달에 많게는 80만원까지 번적도 있다고 하셨다. 그럴려면 도대체 얼마나 일을 해야 하는것인지..... 나는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는데 그게 바로 아줌마의 파워인가보다. 오늘 오후에 다시 밤아저씨가 5키로를 들고 오실거다. 내일 일요일이라 이틀동안 나는 5키로만 하면 되기 때문에 조금은 더 여유로울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그아저씨, 일요일이 끼는 날엔 이번에도 5키로만 갖다드려요? 라고 자주 물어온다. 이틀동안 5키로만 까는 사람은 부업하는 사람중엔 나뿐인가? 처음엔 그 아저씨 날 첨 보곤 하실수 있으시겠냐고 물었다. 외양상으로 난 그렇게 처음 보는 이로 하여금 약하게 보여서인지 내심 걱정스러운 그런 우려의 말들을 자주 들었다. 그리 약해서 애는 낳을수 있을지, 장례식에서 밤이라도 샐라치면 괜찮겟냐고, 제사나 기타등등의 날엔 남들에겐 종종 내 체력으로 버틸수 있겠냐는 우려의 말들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이 밤아저씨가 그런말을 할때마다 좀 무참해진다. 이틀동안 일할수 있으니 10키로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하는 말투 같아서......... 그런데 난 자신이 없다. 어제 하루 쉬었더니만 오늘 아침엔 일어날때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펴지지도 않을정도로 아파서 구불려지지도 않았다. 내가 봐도 나는 좀 무슨일을 하는데 참 서투른 사람인것은 확실하다. 이 컴퓨터 만지는일도 그러하다. 어째튼 컴퓨터로 글씨를 쓴지도 벌써 햇수로는 5년째인데 여전히 나는 약간의 속도만 붙엇을뿐 독수리타법으로 치고 있다. 제사 음식이나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벌써 몇년째인데 나는 후닥닥 손빠른 주부가 되어있지 못한다. 동그랑땡 만원어치 부치는데에도 나는 아직도 서너시간이 걸리고 있다. 난 정말이지 손이 빠른, 후닥닥 해치우는 빠릿빠릿한 주부는 못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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