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인색한 나를 고쳐보자

2004. 10. 6. 10:22★ 나와 세상

      추석연휴가 시작되기전날밤에 남편이 상여금을 가져오기로 했을때,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었다.술한잔을 하고 늦게 귀가한것에 나무라지 말고 상여금 봉투를받을때 고맙다고 정말 당신 수고했다고, 아껴서 잘쓸께!라고 부드러운 말로 남편의 수고를 칭찬해주려고 했었다.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내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남편의 월급이 고스란히들어오는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나의 대한 반성을 해보면서그동안에 남편에게 고생많치, 오늘 월급 잘들어왔어, 당신 이달에도수고 많이 했지? 라는 감사의 말한마디를 건네지 못한 나의 무뚝함을많이 반성하면서도 그렇게 남편을 칭찬해주기로 결심을 했다.아, 습관을 그래서 무서운것인가?끝내는 나는 고맙다는 말을 부드럽게 남편에게 건네지 못했고카드대금 막고 추석 연휴 시댁에 갈때 쓸돈 빼면 남는것도없다는 말로 남편의 기운을 빠지게 해버렸다.뒷수습을 위해서 얼른 자긴 자기가 힘들게 일해서 번돈 만져보지도못하고 늘 내게 뺏기네. 미안해서 어째.. 라고 말했지만그에 앞서 투덜대는 마누라 모습을 먼저 보였기 때문에나의 다짐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칭찬만큼 좋은 약은 없다는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데늘 그렇게 나는 남편뿐만 아니라 나의 두딸들에게도칭찬에 인색한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는것을 반성해본다.어린시절을 회상해보면 나의 엄마도 나처럼 칭찬에 인색하신것 같다.어쩌다가 글짓기 상을 받아 오는날에도 그깟 상 100장도 다 소용없다고 공부 잘해서 받아오는 표창장만 상으로 취급을 하셨다.동생이 시골 학교에서 반에서 1등을 했을때도전교에서 1등을 하라시면서 반에서 1등한것에 대한 칭찬은 미루셨다.남앞에서 겸손하신 요량으로 그러신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자매들을칭찬하실줄 모르셨던 그런 엄마로 기억된다.남들 앞에서 자기자식 칭찬 하는 부모도 그정도가 지나치면 보기 싫치만나의 친정엄마처럼 겸손의 모양새로 너무 자기 자식이 부족하다고민표현하는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것을엄마가 되어보고 나서야 내 몸소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7살난 보미, 내가 집에서 동그랑땡을 만들때도 내 일을 도와준답시고내 옆에서 동그랑땡을 만들때도 처음 5분만 용납하고 그 후엔 벌컥화를 내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시골에서 보내주신 마늘을 깔때도장난치지 말라고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많은 그런 엄마가 나였다.한번 집에서 간식으로 도너스를 만들때 보미와 헤미와 함께반죽을 해서 만든적이 있었는데 그 뒷정리를 하면서 너무 고생을한 기억때문인지 나는 아이들이 엄마일을 거든다고 일을 망치는것을참질 못하는 엄마로 변해버렸다.7살 5살인 내 두딸들에겐 엄마가 하는 모든 집안일들이재미난 일로 보여지는지 늘 뭐든 엄마가 하는 일에 함께할려고 하는데 그 성의를 나는 번번히 묵살해버리는것이다.문득문득 보미가 내게 쓴 짧은 편지를 보고 진심으로 오바해서칭찬을 해주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대부분이 나는 아이들에게도 그리 칭찬을 많이 해주는 엄마는 아니다.칭찬보다는 꾸중하고 나무래는 경우가 더 많은 엄마다.자기방을 걸레질을 하는 보미를 보면 얼마나 기특한지,그런 언니를 따라하겠다고 욕실에 가서 직접 걸레를 빨아서 물이줄줄 흐르는 걸레로 엄마 아빠방을 닦겠다고 나서는 작은아이도 이쁘고 기특하게 보일때가 있기는 하지만,나중에 다 내 일거리가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뭐든하지 말라고 꾸중하는 경우가 더 많은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진다.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남편이나 내 아이들에게조차너무 칭찬을 아끼고 있는것이다.그러면서도 내 남편,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도 한것 같다.남편이 근래들어서 일요일마다 조기 축구를 시작하더니만눈에 띄게 배가 들어갔다.그부분에 대해서만은 나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내가 더 나서서 남편의 축구 하는 것을 두둔하면서 권장해주고 있다.내년이면 배에 왕(王)자를 새겨서 그동안 네게 받앗던놀림을 복수하겠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그러라고 뱃살이 들어가니까5년은 더 젊어보인다고 남편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밥한공기를 다 비우고 내게 칭찬을 받고 싶은 표정으로깨끗하게 비어 있는 밥그릇을 들이내미는 내 이쁜 딸들에게도이제부터라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따스한 엄마로 존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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