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목

2004. 11. 22. 09:04★ 나와 세상

 
      또래 친구들과 걸어가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가는 나보다 키가 더 큰 남학생을 보고 눈길을 주는 아저씨도보기 쉽지가 않아졌다. 세상은 참 변했고 그게 나쁜쪽이든 좋은쪽이든간에 참 많이, 그리고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것을 느낀다. 뉴스에서 부모를 죽이는 폐륜아 보도에 너무 놀래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우리가, 부정을 저지른 아내를 살해하는 남편에 관한 기사에, 부부싸움끝에 가스를 푹파시키는 정신병자 애기에, 정말 무서운 세상이라고 혀를 내둘렀던 사람들이 이젠 웬만한 기사엔 그다지 호들갑스럽게 놀래지도 않는다. 이젠 그저 정말 나쁜 사람이구나, 인간도 아닌 사람도 있군라고 혀를 한번 내두르고 나면 끝이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냥 우리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본다. 나이가 들수록 안좋은게 있다면, 그건 바로 비겁해진다는것이다. 그걸 좀 부드럽게 표현해서 타협하는거라고, 그리고 그건 비겁한게 아니라 현명해지는거라고들 표현한다. 도로변으로 리어카를 끌고 힘들어 보이시는 고물상할아버지를 뒤에서 밀어드리고 싶은데 남들이 웬지 착한척 하기는.. 라는 시선으로 날쳐다볼까봐서 나도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아이 손을 잡고 그 옆을 지나쳐 가버린다. 버스안에서 작은아이 안고 앉아있는데 나이드신분이 내 옆에 섰을때 아이와 함께 벌떡 일어서고 싶은데도 그럴때마다 괜찮아 애기 엄마, 아이도 있는데 뭐라고 나의 호의가 거절당하는 그 어색함이 견디기 싫어서 머리가 쭈삣거리는 어색함을 꾹 참고 앉아 있을때도 있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를 보면 무거워보이는 짐을 내가 짊어지고 가시는길에 도와드리고 싶어도,예전 그런 나의 호의를 이상하게 바라보시는 할머니에 대한기억때문에 선뜻 그런 호의도 망설이다가 그 할머니 곁을 아이들과 함께 그냥 지나칠때도 있었다. 점점 내 마음보다는 남의 이목을 의식하고 살게 되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내가 닮아가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나는 부부싸움을 할때 젤 의식하는게, 부부싸움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일보다,언성이 높아져서 다른집에 우리부부싸움이 알려지는게더 부끄럽고 그걸 더 의식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시댁 행사에 어르신들이 오시기라도 하는날엔 더조신하고 얌전한척 발뒷꿈치를 들고 조용하게 걷고,날 칭찬하는 말이라도 나올라치면 눈 내리깔고..제가 무슨... 라면서 겸손한적, 얌전한척 한다. 남편 술자리에 가끔 동석하게 되도 항상 웃음을 머금고최대한 편안한 표정으로 나의 모습을 꾸미면서,남편을 위해주는척 하는 말과 행동을 한두번씩 보여주면서 적당히 남편이 집에선 대접받고 사는 남정네임을 과시하도록 냅둔다. 집에 생활비가 떨어져서 슈퍼에 들러 카드로 물품들을구입하게 되면, 만원미만어치를 사면 챙피하니까,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것들도 구입해선 최소한 만오천원은넘도록 하는 체면치레를 나는 자주 하는 사람이다. 경조사에도 우리 형편엔 3만원이란 금액도 많은데 남편과 내 체면때문에 최소한 5만원은 해야지 해서 남에게 빌려서라도 5만원은 했던 허영기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날 배려해주르랴 대신 내몫까지 돈을 내준다는 친구가 있어도 됐어.. 라면서 기여히 나도 더치페이에 끼어서 친구들이 낸만큼은 내면서 나의 체면치레를 하려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무엇이 옳은것인지, 어떻게 사는게 정답인지를 잘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나는 바람직하게 사는것보다는, 쓸데없는 허영스러운 체면치레에 더 신경을 쓰고 그게자존심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던 나의 모습들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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