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된 하룻동안의 휴가

2004. 10. 18. 20:11★ 부부이야기

    혼자만의 외출은 생각하기 힘든 엄마였다.
     
    아이들이 잠든틈을 타서 늦은 귀가를 하는 남편 배웅을 나가는 일이나 예전 한번인가 동생 아이를 봐준다는 핑계로 남편과 영화한편을 보고 저녁한끼 먹은 외출이 아마 전부였던것 같다. 몇달전엔가 일요일 아침마다 축구를 하러 나가는 남편이두 아이를 데리고 나간덕에 오전8시부터 아이들과 남편이 돌아오는오후 6시까지 나만의 시간이 났을때에도 나는 그 시간을 제대로활용을 하지 못하고 보낸 기억이 있다. 이제는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일이 어색해졌다. 밀린 빨래를 하고 굳이 다리지 않아도 되는 옷가지들까지 꺼내서 다림질을 두시간 넘게 하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억지스럽게 보내려고만 했었다. 책을 읽는다는것에도 어색했고 평소엔 아이들때문에 맘놓고 컴앞에 앉아 있지도 못해서 그런 시간에 컴앞에서 이런저런곳을 다닐만한데 정작 그런 시각이 주어지니까 휑하니 뭔가 허전하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번 주말에 남편이 회사에서 야유회를 간다고 두아이를 데리고 갈거니까 그날 토요일 하룻동안 나만의 시간을가져보라고 선심을 쓴다. 참으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정작 그날 나는 뭘 하면서 보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평소엔 그리도 만나보고 싶던 친구들 만나는일에도 막상시간이 되니 선뜻 내키지가 않고 아이들 없이 나 혼자서버스나 지하철를 타고 외출을 해야 한다는것에 부담이 되는것이다. 은연중에 내 마음안에 그런것이 있었나보다. 외출하는 내 행색이 조금은 초라하고 궁상맞아도 내 곁에 있는 두아이 때문에 그래 애 엄마니까 뭐.. 라는 어떤 너그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봐줄수 있으니까 라는 안도를 했던것 같다. 아이들 없이 나 혼자 외출을 하게 되면 주눅이 들것만 같다. 어느새 나는 그렇게 밖의 세상에 많은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에 내 모습이 웬지 초라해보이고 빈티가 나보이지는 않을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과 사람들틈에 섞여 있는내 모습이 웬지 초라하게만 보일것만 같고, 아줌마의 전형적인김치냄새가 내게 배여 있을것만 같고 시대에 뒤떨어진 내 모습이 더 확연하게 드러날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아이 엄마가 대부분인 결혼한 친구들과 만남에도 주말이니 이른 퇴근을 한 친구 가족의 여가를 방해할수도 없고 결혼안한 친한 친구는 그날 소개팅인지 맞선인지 모를 만남을 갖는다고 하고,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다녀오기엔 당일로 다녀오기엔 무리가 있을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하룻밤 자고 오는 외출은 절대 안된다는 단서를 부쳐서가 아니라 아이와 남편 없이 낯선곳에서 잠을 잔다는것도 내겐 두려운일이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못난이가 되고 말았을까?이렇게 할일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앗을까? 집말고는 어디 갈데도 없는 외로운 사람이 되고 말았을까? 금요일까지 내가 갈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남편이 두아이중 한명만 데려간다고 하니 차라리 그러길 바라는 마음까지 생긴다. 얼마만에 얻은 나만의 휴가인데 그걸 이리 활용을 하지 못해서헤매고 있는지, 요 며칠간은 그걸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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