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데이트

2004. 10. 11. 14:19★ 부부이야기


 
    주말에 시댁에 들렀다.두아이 손을 잡고 버스에 오르면서 문득 교통카드를 쥔 내손을 봤다.원래 이쁘지 않는 손을 가지고 있던 나였는데그날 문득 내 눈에 비친 나의 손이 왜 그리도 못생기고 거칠고미워 보이던지 갑자기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졌다.간만에 하는 외출로 얼굴에 분칠을 하고 붉은색 립스틱까지발라서 나의 핏기 없는 얼굴색은 감출수 있었는데,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헹굴때마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일을 해야하는 내 험한 손은 감춰지지가 않았다.짧지 않는 손가락이지만 처녀시절부터도 전혀 손톱손질이라는것을모르는 주인을 만난 나의 손은 짤뚝막하게 보였다.손톱이 1센치라도 자라는걸 보지 못한 성격탓에,이쁘게 다듬는다는 의미를 모르는 나는 늘 난 그렇게손손질에도 게으른 여자였다.굵은 푸른빛 나는 핏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손등에다가잠들기전 핸드크림 바르는것조차 귀찮아하던 탓에나의 손은 그렇게 내 신체부분에서 제일 많이 늙어 있었다.고무 장갑을 끼고는 설거지를 하지 못하는 성질머리,빨래 헹굴때도 꼭 맨손으로 해야지만 속이 시원한 나는본래부터 이쁜손을 가지지 못한데다가 함부로 손을쓰는 바람에 내 나이보다 손은 훨씬 늙어 있음을 보았다.시댁에 들리기전에 친구를 만나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고친구집에 들러서 이런저런 푸념을 하고 나서 시댁엔 오후5시가넘어서 도착을 했고 집매매 때문에 하루를 멀다하고 내게 전화를거셔서 의논을 하시던 시어머니를 뵈었다.시간내서 함께 집을 보려 다니자는 말씀도 이제는 자식 눈치를보시면서 남편에게 대놓고 부탁을 못하시고 내게 부탁을 하신다.이제는 부모 말보다는 마누라 말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것을절실하게 깨닫고 계시는 시어머니, 남편에게 뭔가 하시고 싶은 애기나 부탁이 있으시면 본인의 자식인 내 남편에게 직접말씀 못하시고 보미 애미 니가 한번 말해봐라..내 말은 안듣는다. 애미 니 말은 그래도 젤 잘듣잖냐..남편이 점점 어머님의 말씀을 귀찮아 하고 있음을 느낀다.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시는 어머님을 남편 본인이점점 더 부담스럽고 귀찮게 생각해가고 있음이 내눈에 보인다.그런 모습에 난 또 시어머니 대한 연민과 안스러운 마음을 갖는다.술한잔을 하고 자정이 넘은 시각에 시댁으로 전화를 해서날 불러내서 자길 마중나오라는 남편을 데리러 남편의 술자리가 있는갈비집으로 향했고 그렇게 나는 남편과의 새벽의 데이트 아닌데이트를 했다.회사동료들에게 날 소개하는 남편의 모습, 그 뒤에 나와 거리를 걸으면서 설레여하는 남편의 모습,연애할때 기분을 느낀다고, 아이들 없이 나와 함께 이런 데이트를맘놓고 해본게 얼마만이냐고 좀더 있다가 들어가자고 보채는 남편,그런 남편의 진담을 투박하게 무시하려고 하는 억센 마누라인 나!어머님 기다리신다면서 얼른 집에 가자고 취기가 조금 오른 남편의팔을 잡아 끄는 나의 모습에 남편은 서운해 한다.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죽어서도 자긴 날 쫓아다닐거구자기와의 데이트 너무 좋다고 고백하는 남편의 모습에서나는 연애시절의 남편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나도 남편의팔짱을 끼고 실은 나도 너무 좋아. 자기랑 이리 데이트 하니까..라는 고백을 하면서 나는 내 못생긴손으로 남편의 손을 잡았다.남편은 나의 못생긴 손을 잡고도 아주 행복해하고,자기손을 잡고 걸어주는 나를 계속 바라봐 주었다.갈비집에서 새벽 1시에 나와 끝까지 남편과 남아있던동료 둘과 함께 호프집에 들러 30분을 애기하다 나왔다.아이처럼 내게 기대는 남편의 모습에 괜히 콧날이 시큰해진 나!내 남편은 나를 아직도 많이 좋아하나보다 라는 느낌을 받으니괜히 남편에게 미안해진다.독하고 자기 실속 잘챙기고 자기가 좀더 잘살기 위해서남들에게 독하는 말 듣고, 남들에게 인간성 더럽다는말을 듣더라도좀 내 남편이 좀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이길 바랬던내 욕심이 생각이 났다.나도 그리 살지 못하면서도 남편에게 그런 사람으로 살길 바랬다.연애시절 언젠가 한번 느끼던 내 남편에게 내가 아니면 안될것같은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그게 착각이라도,어린애처럼 순수한 내 남편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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