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공장견학

2004. 11. 18. 11:45★ 부부이야기

    콩나물 다듬는 일이라고 했다. 공장에서 가꾼 콩나물을 식당에 납품하기 위해 손으로 콩나물 머리부분과 뿌리부분을 손질해서 정리하는 일이라고 했다. 일하는분들도 다 아줌마라고 말했다. 집에서 버스타고 가면 15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공장이었다. 뭐든 시작해야겟고 이번일엔 아줌마라고 날자를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작은애를 데리고 그 공장을 찾아갔다. 도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검은천막으로 만들어 놓은 움막 같은 어두컴컴한곳으로 데리고 가는, 아저씨뒤를 따르면서 괜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오후4시에 끝난다는 말에 무작정 난 그곳에 간거였고, 험한 일이라도 식당일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갔었다. 부부가 함께 하는 공장이엇고, 공장이라고 하기에도 그리 적절하지 않는 영세업으로 보였지만 다른 아줌마들도 네분이나 계시고 둥그렇게 둘러 앉아서 아침8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쭈욱 쭈그리고 앉아서 콩나물을 다듬는 일이었다. 젊은 아줌마들은 하루이틀 하고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할수 있다고 말하면서 제가 시골출신이라서 농사일도 해봐서 이런일 잘해요.. 라는 뻥까지 쳤다. 1시간동안 그곳에서 공장주인 부부와 함께 콩나물 대가리와 뿌리를 다듬으며 이런저런 애기도 나눴다. 어깨도 아프고 쭈그리고 앉아서 일하니 발도 저렸다. 작은아이는 울것같은 표정으로 내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1시간 일하고 그런 고단함을 느끼는 내가 무슨일을 할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피곤하지 않는척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점심시간 1시간 빼고 그렇게 계속 한자리에 앉아서 다른 일하는 아줌마들 네분과 그 일을 한다는것이다. 그래그래 아줌마들이랑 수다도 떨고 하면서 일하면 되지 뭐 지금은 내가 좀 긴장해서 그렇고 구두를 신고 와서 다리도 더 아픈걸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어두침침한 시멘트바닥과 검은천인지 망사인지 모를것들로 덮여 있는 콩나물기르는 곳의 어둑컴컴한 환경도 모른척 하려고 했다. 직접 일을 함께 하는 그 부부만 봤다.내일부터 다닐거야. 한푼이라도 벌어야지 결심하고.. 늦은 시각에 찾아가서 오후6시가 넘어가니 그야말로 산속에있는 그 공장주변은 귀신 나올것 같은 무서운 장소로 변했다. 그런데 쉬는날이 한달에 두번뿐이란다. 그리고 평일에만 쉬어야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없었다. 힘들게 느껴지는일이었지만그래도 하면 할수 있을것 같앗고 일이 어째튼 4시에 끝나니까좋다고 생각했는데.. 한달에 평일 두번 쉬고 내가 그일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한번 해보려 했는데 한달에 두번 쉰다는 말에 못다닐것같다는 표현을 하고 나섰다. 괜히 1시간동안 쭈그리고 앉아서 콩나물만 다듬고 돌아온격이었다. 부인되는 여자가 나와 아이를 자신의 자가용으로 버스정거장까지 태워다 줬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나는 눈물을 날것 같아서 몇번이나눈을 부릅떠야 했다. 콩나물공장에서나 일을 해야 하는 내 신세가 처량해서가아니라, 그렇게 일해서 번돈이 60만원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슬픈게 아니라, 아직도 이것저것 가리면서 일을 고르는 나의 나약함이너무 너무 싫고 부끄러워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공장 아저씨가 쥐어준 과장한봉다리를 그때까지 쥐고 있는 내 작은딸내미는 거기가 무서웟는지, 엄마 거기도 회사야?라고 물으면서, 엄마 그 회사 다니지마! 넘 무서워라고 말한다. 2시간동안 혼자 집에 있던 보미가 울었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늦게 와서.. 아빠한테 전화했다고 했다. 남편,아무말이 없다. 그저 한달에 두번 쉬면 말도 안되지.. 그리고 자기 콩나물 좋아하잖아.. 라는 말만 겸연쩍게 한다. 큰소리 치시며 계좌번호 부르라던 시어머님은 아직도 아무런 연락도 없고 입금시키겟다는 돈도 아직 안들어왔다. 남편에게 미안햇지만 오늘쯤엔 어머님에게 당신이 전화해서 다시 말씀드리고 되는지 안되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이젠 더 이상은 나, 그런 문제에 내가 나서고 싶지 않다고, 이번일 자기가 처리 하지 않으면앞으로는 나, 당신에게서 생활비만 타쓰고 이자나 보험료이나 그밖의 모든 공과금도 당신이 다 알아서 관리하라고... 당신 많이 힘들겠지만 돈문제에 있어서 이제까지 단한번도 당신이 해결한적 없으니까 이번일만은 당신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부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탁기 없던 시대  (0) 2005.01.20
이쁘게 화장하는 여자  (0) 2004.11.27
주부우울증  (0) 2004.11.11
허락된 하룻동안의 휴가  (0) 2004.10.18
남편과의 데이트  (0) 200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