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없던 시대

2005. 1. 20. 20:51★ 부부이야기


그제부터 세탁기에 이상이 생겼다. 
탈수때마다 덜크덕 소리가 나더니만 점점 그 소음이 커지고, 
나중엔 아파트 건물이 무너질듯한 괴음과, 
세탁기 본체가 심하게 흔들리기까지 한다. 
전화로 문의해서 탈수조를 제대로 맞추어보고, 
세탁기 본체를 엎어서 혼자 여기저기 살펴보고... 
아래 부분이 녹이 슬어서 부식된것 같았다. 
AS기사를 부르면 무조건 출장비 8천5백원은 기본으로 줘야 해서 
남편에게 부탁을 했더니만 자기가 한번 보겠다고 기다려보란다. 
그러더니 연일 3일동안을 12시가 넘어서야 귀가를 하는 
남편을 기다리다 못해 밀린 빨래들을 
손으로 빨아서, 손목이 끊어지라고 비틀어서 물을 꼭 짜서 널었다. 
오늘 오전에 AS신청하니 오후에 바로 기사가 달려온다. 
아래부분 부식되어서 케이스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 돈만 해도 10만원이 넘는다고, 거기다가 우리 세탁기 모델이 
단종되어서 그 부속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죄송하다면서 출장비는 안 받고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단돈만원도 아쉬운 이 상황에 왜 세탁기까지... 라는 원망이 생긴다. 
집 천정 방수도 잡아야 하는데 그 견적이 얼마가 나올지 몰라 
지금까지 미루고 있는데.... 흠.. 
내친김에 오늘 방수일 하시는분도 불러서 문의했다. 
윗층과 옥상에 올라가서 봐야 그 견적 뽑을수 있다고, 
가격은 적게는 기십만원에서 많게는 1,2백만원이 넘을수도 있다고 한다. 
오메.. 미치겄네... 
라는 전라도 사투리가 저절로 나온다. 
냉장고 선반이 깨진것도 아직 구입하지 못하다가 지난주에 5천원주고 샀다. 
오늘 그걸 찾으러 가면서 세탁기 구경을 해봤다. 
은나노 트롬 세탁기를 눈여겨 보게 된다. 
이달 말까지 보상판매해서 헌세탁기 주면 10키로짜리 은나노트롬 
세탁기를 55만원에 구입할수 있다고 했다. 
건조까지 다되는것은 당연히 100만원 가량이 되고. . 
눈으로 구경하고 입맛만 다시다가 돌아왔다. 
두아이 데리고 버스타고 다녀오니 벌써 저녁시간이 다됐다. 
20살때부터 자취생활 시작하면서 2년동안은 나와 동생들, 탈수기 한대 없이 지냈다. 
일일이 손빨래 다하고 손으로 비틀어서 널어서 옷을 입었다. 
그러다가 자취생활2년만에 거금5만원 주고 탈수기 한대 구입했었다. 
어찌나 좋던지.. 그래도 그 후 2년동안도 손으로 빨래를 해야 했었다. 
그러다가 또 2년뒤엔 이모가 사용하시던 탈수조와 세탁조가 
붙어 있는 중고 세탁기 받아서 사용하면서 나는 
손빨래만 하고 헹구는 횟수가 줄어 들었고 결혼을 하고나서는 
거의 세탁기에 의존을 했었다. 
그러더가 아이 옷 세탁때문에 다시금 손으로 헹구는 일이
시작되었고 다시금 손빨래를 조금씩 하게 된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탈수의 편리함에 아주 익숙해져있는 세대인 나인지라, 
세탁기 없이 생활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을것 같다. 
보통세탁기는 3,40만원대에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세탁기엔 눈이 가지 않는것이다. 
내 처지 생각안하고....... 
. 시어머니에게 받을수 있던 그돈 100만원의 미련이 다시금 피어 오른다. 
내일도 빨래를 손으로 해야 하고 짜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걱정이니 
예전 세탁기 없고 탈수기 없는 내 스무살 시절엔 어찌 살았을까나.. 
생각해본다.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고장난 세탁기를 아마도 내가 그동안 너무 
험하게 다루었나에 대해서도 반성해보면서 한숨쉬는 오늘의 일상을 접는다. 

      '★ 부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의 성격  (0) 2005.02.14
      허리가 뻐근한날에  (0) 2005.02.07
      이쁘게 화장하는 여자  (0) 2004.11.27
      콩나물 공장견학  (0) 2004.11.18
      주부우울증  (0) 200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