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늘 하는 음식준비하는일을 하면서 귀찮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일을 해도 시댁에서 하게 되면, 음식하는 사이사이,
시누들과 시누 아이들, 남편 할것 없이 시댁식구들 식사를 챙기다 보면
음식하는 중간중간에 밥상을 차려대야 하고, 하다가 허리가 아파도
잠시동안 어디 누워서 쉴수가 없는 며느리입장이라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가는것이 내겐 더 수월하게 느껴지는것이다.
엊그제 전화를 거신 어머님, 늘 무슨 제사때가 되거나, 명절이 되면
꼭 어디가 아프시다는 말씀과 아울러 병원에 다니시면서 약값때문에
날마다 한숨이라는 애길 또 연장 늘어 놓으신다.
전화요금 걱정때문에 그동안 전화를 하지 못지 못하셨다는 말씀에
억~ 소리가 나올정도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그 끊임없이 돈에 관한 애기들, 시동생도 이번에 보너스도 없고
어머님도 이번 명절엔 회사에서 식용유 한병 안나온다고........
그 엄살스러움이 내게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지 알고 있는 나!
그런 어른면전에다가 나도 똑같이 저도 돈없어요, 돈없어서 죽겄어요
라고 징징 대는 소리를 끊임없이 하라는 내 주위 사람들 충고를 따르지 못하는 나!
그래도 그나마 조금씩은 저도 어머님의 흉내를 조금씩 내보려 하지만
어머님 돈애기 하는 모습에 따라 갈려면 아직도 멀었다.
이번엔 굴전과 버섯전을 만들어봤다.
호박전은 호박한개에 2500원이나 해서 상에 놓을 2개만 부쳤다.
설날에 시이모님과 시외가집에서 손님들이 오신다고 했다고
동그랑땡을 좀 넉넉하라고 지시하시는 시어머니,
돼지고기 동그랑때 만원어치 부치다보면 두어시간는 족히 걸리는데
그보다 더 많이 준비하라니... 허리 끊어질 내일이 될것 같다.
오늘 미리 보미와 함께 동태전과 호박전과 버섯전과 굴전은 부쳤다.
보미가 정말이지 이렇게 내게 한사람의 몫을 해주리라 예상못했다.
난 어린시절 전혀 엄마나 할머니 음식준비 할때 입을 거둘어 드린
기억은 전혀 없는데, 보미는 음식만드는일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미는 작은아이와 마찬가지로 동그랑땡을
10개정도 만들어서 부침가루 입히는일을 하다가 금방 실증을 냈었다.
그런데 작년 추석때부터 보미가, 나의 전부치는일 보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박전에 부침가루 묻히고, 그위에 쑥갓을 예쁘게 놓는것도
음전하게 잘해줬었다.
이젠 나도 보미가 거드는일에 익수해져서인지 보미의 보조 역할이
귀찮은 마음보다는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엿기름으로 식혜도 방금전에 끓여서 베란다에 내놓았다.
이번엔 돼지갈비를 5근만 준비했다.
늘 10근을 재워가던것을 이번엔 줄였다. 이 고기 재워가는일을 이번엔
하지 않으려 햇었는데, 남편이 조금만 준비하라고 해서...
어머님은 소갈비가 아닌 돼지갈비에다, 그것도 5근만 이번엔 준비해가겠다는
나의 말에도 내심 서운해하시는 눈치를 보이신다.
내.. 참,우리 가족들은 남편말고는 고기 먹는 사람도 없는데말이다.
이번에도 큰시누는 자기 시댁엘 가지 않을것이다.
이젠 나와 사이가 그다지 나쁘지 않던 그 큰시누가
명절이면 늘 자기시댁은 안 가고, 자기 친정인, 나에겐 시댁에
와서 사는것도 보기 싫을것 같다.
벌써 몇년째인지.. 빚 다 갚을때까지는 시댁에 안 내려간다고 하지만,,
그럼 나도 우리집 빚 다 갚을때까지는 우리 시댁 안 가도 된단말인가?
이런 비교 자체가 너무 유치하지만, 매번 명절에 단 한번도
친정에 못가는 며느리 눈치도 안보이시는지, 우리 어머님 그런 자기딸에게
무슨 언질 한마디 안하신다.
그런 시누 보면 내가 참 바보같은 며느리같다는 생각이 더 든다.
내일은 두부전과 고기산적과 나물3가지와 동그랑땡을 준비해야 한다.
동그랑땡은 저번 추석때처럼 남편과 함께 만들면 시간이 단축될것 같아 다행이다.
내일 점심 먹고 시댁으로 향하면, 오후에나 시댁에 도착을 할것 같다.
시댁엔 내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누의 두아들들도 내겐 정스러운 존재이고, 시동생이나
막내시누또한 내겐 정겨운 존재로 아직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들 조금씩은 비슷하고,
다들 조금씩은 경제적으로 빠듯하거나, 힘들게 살아가는것은 다 닮아 있다.
난 새해에 소망중의 하나가 있다면,
나의 남편의 어머님이 조금만 좀 자신의 힘든것 말고는
나를 비롯한 시누들과 시동생도 어머님만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것을
좀 알고, 그걸 좀 배려하실줄 아는 분으로 변해주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