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성격

2005. 2. 14. 20:06★ 부부이야기

      명절뒷끝마다 걸치는 몸살기를 느낄새가 없었다. 작은아버지집에서의 할머님의 첫제사는 무사히 마쳤다. 둘째는 이제부터는 할머니 제사엔 신경쓰지 않겠다고 공표를 해왔다. 막내는 친정엄마의 성화에 재혼을 위해 시골행을 감행했다. 작은아버지는 이번에도 제사준비를 마치고 상을 차릴때쯤에 술을 한두잔 걸친채로 돌아오셔선, 남편앞에서 내 체면을 깎이게 해주셨다. 내가 맏이라서 그런지, 난 사람의 흐트러진 모습, 특히나 자신보다 어린 사람앞에서 망가진 모습을 보이는 어른을을 극도로 싫어한다. 내게도 맏이로서의 권위의식,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둘째동생이, 언니가 아빠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기는거라고, 내게 못박힌 소리를 듣고도 난 아무말을 못했다. 동생의 그런 말이 서운하게 들리는게 아니라, 동생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내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속상한 마음에 내게 던진 , 동생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동생도 언니인 내가 아버지 제사도 지내고, 명절에도 우리집 차례상을 차리면 자기 시댁에도 친정 가봐야 한다고, (명절같은날에) 한시간이라도 빨리 시댁에서 나올수 있다고, 그런데 혼자된 동생이 차롓상을 차리니 시댁에다 뭐 말하기도 그래서 친정간다는 말도 못하겠단다. 그나마 동생 시어머님은 명절에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우리집에서 차례 지내라고 명절에 시댁행을 감면해주시기도 했고, 그러지 않는 명절에도 동생과 함께 차롓상 준비하고 오라고 명절 전날밤 늦게 오도록 배려를 해주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나의 시어머님이란분은 단한번도 그런 배려 따위 단한번도 해준적도 없으니, 내 동생은 나보다 더 나의 시어머니를 싫어한다. 동생 또한 큰며느리임에도 동생의 시어머님은 우리집 친정쪽이 딸만 있다는것엔 많은 배려를 해주시려 노력을 하시는 분이시다. 아들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이런 제사문화나 명절때만 되면 정말 아들 없는게 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내 남편, 바쁜 토요일에 조퇴를 하고 나의 작은아버지댁까지 운전을 하고 갔다. 작은아버지의 반쯤 취해서 조카사위라고 부둥켜 안는 오바스러운 행동에도 싫은 기색없이 잘견디고, 자기집에서도 하지 않는, 제사상 치우기도 적극적으로 도와 준다. 그리고 돌아오는길에 내가 내 작은아버지와 막내고모의 험담을 쏟아붓자, 그러지 말라고, 말을 그렇게 표독스럽게 하지 말라고... 되려 나의 치미는 화를 다독거려 준다. 그럴때마다 나는 남편의 모나지 않는 성격이 좋다. 진심이 아닐런지 모르겠지만, 남편은 나와 비교해서 굉장히 성격이 원만하고 사람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이 지독하지 않다. 평소에 내가 좀 심하게 닥달을 할때도 보통기준에서 남편같으면 화를 낼 상황에도 내게 화를 낸적이 거의 없다. 아이들에게도 웬만히 귀찮게 해서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가끔 남편이랑 지내다보면 참 내 남편은 성격이 원만하고 둥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란 사람은 늘 반듯하고 경우에 맞게 행동을 하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극단적이고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편인데, 남편은 화를 낼지언정 그걸 두고두고 나처럼 씹지 않는 사람이다. 다만 운전대를 잡을때를 제외하면 말이다. 남편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애썼다고, 그리고 고맙다고,자기 많이 피곤하겠다고, 그래도 나는 월요일에 늦잠도 잘수 있고 쉴수 있는 시간이 되는데 자기는 또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게 안스럽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건 나의 진심이기도 했다. 그리고 남편이 참 내게미안하다고 말해준다. 내가 우리집에선 큰딸인데 자신이 맏이라서 우리 아빠 제사를 내가 지내지 못한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그 마음만으로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나는 푼다. 지나간 남편의 잘못을 나는 지금도 가끔 들춰서 애길 한다. 그게 참 어리석은 행동이란걸 알면서도... 그럴때마다 남편이 그런다. 참 후회스럽다고, 그땐 왜 자기가 그랬는지 모르겟다고, 이젠 고속도로 통행료도 계산하는 남자로 변해 있는 남편인데.. 이제는 자신의 월급으로 한달을 사는게 얼마나 지독하게 힘든것인지 나보다 더 절실하게,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나는 그런 남편에게 모진소릴 해댄다. 그런 사람이 왜 담배를 못끊냐고, 자기 한달 담배값만 아끼면 우리 애들 학원 하나나 아이 책을 전집으로 사줄수 있다고.. 자기가 담배 끊으면 내가 당신 변한것 확실하게 인정해주겠다고.... 아이들이 클수록 남편은 나보다 더 아이들에게 미안해한다. 오늘 오후에도 남편의 월급과 상여금이 입금된 통장에서 우선 이달 카드 선결제를 할려고 거래내역을 조회하다가, 내가 남편에게 부탁한 십만원권 2장중에서 한장만 입금시킨것 확인하고 급작스럽게 심장이 벌렁거려졌다. 나는 이렇게 아직도 남편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아내였다. 그리고 일하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바로 확인을 한다. 왜 나머지 10만원 입금 시키지 않았냐고..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애기한다고 했는대도, 아마 내 목소리 남편귀엔 따지는식의 말투였나보다. 입금이 안된 수표였다고, 이유는 자기도 모른다고. 분명 자기가 내게 엊그제 내게 입금이 안되서 수표 한장밖에 입금 못시켰다고 애길 했단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화를 내지 않는다. 굉장히 내가 남편에게 미안해진다. 미안하다고 또 내가 가슴이 철렁해서 그랬다고 사과를 했다. 남편이 참.. 자기가 나한테 얼마나 질렸으면 그러겠냐고 말해준다. 이젠 자기 변햇으니 좀 안심하고 살라고 위로를 해준다.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그래도 나는 다시 확인받는다. 그 입금 안된 수표 헐어서 쓰거나 한것은 아니지? 라고...ㅋㅋㅋ 지갑에 잘모셔놧다고 대답한다. 알았어... 수고해요.. 라는 대답을 하면서 괜히 나는 주눅든 아이처럼 부끄러워져서 수화기를 내려놨다. 참 그런 내가 보기 싫어진다. 고기산적으로 토란대랑 고사리 나물, 숙주나물로 육계장을 끓여놨다. 내 남편이 이런날엔 참 고맙고, 남편에게 내가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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