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보고 애기 하는 여자

2005. 3. 14. 11:49★ 부부이야기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면 쉴새없이 뭔 애기들을 그리 떠드는지 참 시끄러운 여자가 바로 나라는 여자다.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특별한 내용도 없는 그런 애기들이다. 그런 날 남편이 어찌 생각할런지에 신경 쓰지도 않은채 여기저기서 읽고 들은 애기들이나, 오늘 어제 내가 겪은 애기들을 주절주절 떠들다가 보면 내 그런 애기들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남편을 문득 발견하고 혼자 우울해져선, 혼자 토라져서 침대 귀퉁이에 쪼그리고 웅크리고 금새 눈물을 글썽거린다. 그런 내가 참말로 한심하고 내가 봐도 기함을 할정도로 싫은데 난 뭐가 그리도 하고 싶은 애기, 떠들어대고 싶은 애기가 많은지 남편에게 뭔가를 끊임없이 떠들면서 애길 하고 싶어한다. 대화라는것은 주고 받아야 하는것인데, 내가 그리 떠들어대도 남편은 들어주는척 하다가, 나중에 내가 한 애기들을 다 흘려 듣는다. 그런게 너무 자존심 상하고 속상해서, 내 두번 다시는 니 앞에서 떠들면 내 성을 갈아버리겠다고 다부진 결심을 숱하게 한다. 그러곤 또 하루이틀 지나 남편과 애기 할 시간에 늘 목말라하는 하는 나는 퇴근해서 피곤한 남편에게 뭐라고 쉴새없이 떠들어댄다. 그리고 가끔은 이젠 남편이 늦어지는 날엔 밤을 까면서 혼잣말을 하면서 주절주절 할때도 있다. 나이 든 노인네도 아닌데, 나의 이야기들을 들어줄 상대가 전혀 없는 사람처럼 혼잣말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그리고 가끔 남편이 그 술자리때문에 늦어지는 날에, 속이 상할대로 상한 날에도 혼자서 울먹거리다가, 혹은 독한 마음 품은 악녀가 되어선 벽보고, 때론 방바닥을 보고 혼자서 뭐라고 뭐라고 떠들어 대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면 억눌린 감정이나 홧병이 나서 터질것 같은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가끔 그런 내 자신이 정신병자같기고 하고, 난 뭣이 그리도 말로 떠들어대고 싶은 애기들이 많은지, 이런 똘아이 같은 짓꺼리를 하고 있나, 이러다가 나도 모르게 미친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결혼전엔 하고 싶은 애기들이 많을때는 친구들에게 돌아가면서 편지를 써댔다. 아주 쓰잘데기 없는 애기들이 가득 담긴 그런 애기들을, 아니면 펜을 들어 일기라는것을 열심히 쓰면서 주절댔었다. 그런데 결혼이라는것을 하고 나서, 나의 결혼생활이 그리 순조롭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부터는 그렇게 펜을 들어 뭘 적어대는 자체가 우습기도 하고 귀찮아져서 컴구입후엔 칼럼에다가 이런저런 너무나 일상적인 애기들을 마구 맘껏 떠들어대면서 나의 수다들을 풀어 내기도 했었다. 빨래를 하다가, 혹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고, 혹은 갑자기 상상되어지는 소설같은 애기들이 떠오를때는그 생각들을 잊어버리기가 아까워서 짧게 정리해서 메모를 했다가 아주 열심히, 인터넷으로 편지쓰기를 즐겨할때는 그 메모를 보고 혼자 정리하고 첨부하고 때론 생략하기도 하면서 어떤날엔 하루에 서너통의 편지사연을 인터넷으로 올리기도 했었다. 그리곤 그중에서 하나의 사연이라도 채택이 되서, 제일 시시한 비누세트나 칫솔살균기 같은 선물들을 받아 챙기는 솔솔한 재미까지 느낄수 있어서, 중독이 된것처럼 그 일에 치중을 했었다. 이젠 그런 재미도 느낄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부지런함도 내겐 사라지고 그저 열심히 떠들어대면서 상대방이 전혀 들어주지도 않는 애기들을 남편을 앞에 앉혀놓고 중얼거리는 수준으로 떠들어대고 있다. 내가 원래 좀 말이 많은편이엇던 사람이었는지 잘모르겠다. 그런데 점점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내 애기들 들어주는 사람이 그리워진다. 남편보고도 애기를 좀 하라고 한다. 할애기가 없다고 한다. 그런말을 하는 남편에게 왜 그리도 서운하던지.... 내게 할 애기가 없다는것이 왜 그리도 날 외롭게 하는것인지... 나와 대화 자체가 안된다는 애기이고, 남편에겐 일상적인 애기들이 나란 사람과 나누는게 전혀 흥미롭지도 않을뿐더러, 그저 남편은 집에 와선 집이 주는 안락함과 휴식만을 취하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나는 점점 식순이와 밥충이가 되어가는 느낌이고 남편에게서 그런 나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 별로 들어오고 싶지 않은날이 생기고 있다. 엊그제 토요일에 두아이들과 함께 집앞 상가에 있는 찜질방에 오후 5시에 가서 집에 11시가 다되서 들어왔다. 금요일밤 과음을 한 내 서방님이 새벽5시가 되서 들어와서 그로 인해 나는 다시금 절망을 하고, 오후 늦게 출근을 한 남편 보고 나 스스로 어떻게든 저 남자에게서 벗어나서 나와 아이들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갈망에 혼자 소설속에서 나래를 폈다. 나는 찜질방 가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그전부터 찜질방에 가자고 조르던것도 생활비 절감차원에서 들어주 않았는데 이번주부터는 밤까는 일을 주말엔 쉬기로 해서인지 부지런해지고 꽉 짜여진 집안일 시간에서 쉴틈이 생겼다. 두아이 씻기고 때밀고, 나 씻고 그리고 저녁까지 거기서 먹었다. 거금 3만원을 다 쓰고 들어왔다. 로또 복권도 3천원어치나 구입하고.. 아이들에게 생전 안주던 음료수도 먹게 해주고.... 참 돈으로 누릴수 있는, 살수 있는 행복감도 참 많구나를 새삼 느끼면서 말이다. 찜질방에 들어가서도 나는 혼자만 들어가 있어야 하는 숯불방이나 황토방등등의 방엔 한번도 들어가질 않는다. 보미, 혜미만 얼음방만 들락거리면서 신나게 뛰어 다닌다. 바닥에 누워 있는 행동도 하지 못한 내가 엊그제밤에 나도 자리를 깔고 두아이 양쪽에 눕히고 품에 안고 다른 많은 사람들틈에 섞여 아줌마스러운 포즈로 눈을 지끈 감고 그 시끄럽고 번잡한곳에서 잠을 청해보려는 노력을 해보기도 했었다. 집에 일찍 들어오기가 싫었다. 그날도 늦어질 남편이었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매번 퇴근이 늦는 남편 기다리는것이 짜증스러웠다. 11시가 가되서 들어오니 남편에게 서너번 전화가 와 있었다. 내용은 뻔할것이다. 오늘은 술을 안마시고 일찍 들어올것이라는 애기일것이고 저녁도 집에 와서 먹을것이다. 내가 아이들과 도착하고 나서 바로 남편이 들어왔다. 경비실에서 택배 물건을 찾아왔다고... 웬일도 찜질방에서 오래 있었냐고. 하면서 흔치 않는 남편이 먼저 애기를 하는 현상이 생긴다.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라는 나의 대답에 남편은 그러면 안되는데 큰일이네.. 그러면서 미안한 표정을 짓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꼴도 보기 싫던지... 지난번에 방송된 사연으로 온 택배물건에 대한 관심도 보이면서 말이다. 남편은 지금까지 60회에 가까운 방송국에서 받은 선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인적도 별로 없다. 좀 비싼 상품권에만 좀 눈길을 줬을뿐, 내가 보낸 편지사연에도, 내사연이 방송된 그 방송에 대해서도 두어번인가 듣거나 보았을뿐,,, 자기를 사이버 공간에서 그리도 씹어대고 시댁험담을 그리도 떠들어대던 예전 내 칼럼에도 내 남편은 관심을 갖질 않았다. 그 내용을 서너번 보고 읽은적도 있고 나의 칼럼 내용이 대부분이 시댁이나 남편에 대한 험담이라는것을 알고도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방법이라도 내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괜찮다하는 반응이었다. 그런 남편의 반응에도 난 늘 서운했었다. 내가 뭘해도 냅두는것, 나란 여자는 어떤 경우에도, 쉽게 말해서 망가지지 않는다는 그런 남편의 믿음을 철저하게 밞아주고 싶고, 나에 대한 믿음에 된통 뒷통수를 맞게 해주고 싶다는 열망에 심히 휩쌓이고 있다. 나의 대한 배신감으로 남편이 고통스러워하는 꼴을 보고 싶고, 내가 당한 만큼 남편도 나에게 당해보기를 끊임없이 갈망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날 붙잡는것은 역시나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내 아이들이었다. 모체는, 엄마는 늘 깨끗하고 정숙하고 단정해야 하며 반듯해야 한다. 남편이 망가진 집안이라도 엄마가 제자리를 지키면 얼마든지 유지되고 행복할수 있지만, 엄마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은 아무리 남편이 아이들을 위해 희생적인 생활을 해도 그 가정은 유지될수 없다는것을 너무 잘알고 있기 때문에............ 죽을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나는 남편이 지금도 어쩌다가든 10년에 한번이라도 술마시고 엉망으로 취해서(걷지도 못할정도로) 새벽에 들어오는 행위에 대해서는 용납이 되어지지가 않는다. 어떤 이유든간에 술마시고 엉망으로 취해서 들어오는 인간들은 남편을 비롯한 그 어떤 사람들도 내눈에 그저 다 미친것들로만 보인다. 내가 술을 마실줄도 모르고,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서든지 나는 그저 술마시고 늦게까지 집에 안들어가는 인간들, 특히 남자들, 다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신다고 해서 그 괴롭고 힘든일이 해결된다면은 나도 진탕 취하도록, 토하도록 마시고, 날이면 날마다 나도 술을 마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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