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야기

2005. 3. 7. 10:23★ 부부이야기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은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출근준비를 하는 남편을 보고 한마디 던진다. 자기 요즘 얼굴색이 진짜로 좋아졌다고.. 피부도 매끄러워지고 얼굴색깔 자체가 진짜로 너무 환해졌다고... 역시 술이랑 육류를 피하니까 금방 효과 나타난다고.. 아까 내가 얼굴 만져보니까 진짜 많이 보드라워졌드라.. 드러내놓고 기분 좋은 시늉은 내지 않아도 남편 기분 좋은 얼굴이 된다. 약간의 과장법을 사용해서 나는 예전에도 그렇게 남편이 조금 일찍 귀가를 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술을 마시지 않는 날수가 많을때는 그런 아부성 발언을 해서 남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이런 기회를 잡아서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집안이 편안해지고, 남편 자신의 건강과 아울러, 남편 인상도 달라진다는것을 은연중에 남편이 깨닫게 해주는 아내로서의 대처법이었다. 물론 100% 거짓은 아니지만 좀더 과장을 해서 금주로 인한 남편이 얻는게 얼마나 많은지를 간헐적으로 깨닫게 해주려는 나의 피나는 노력중의 하나의 모습인것이다. 그로 인한 약간의 부작용도 생긴것도 있지만 그것은 애써 표현하지 않으려 한다. 조금은 예민해진 남편의 성격을 내가 느끼고 있다. 평소엔 화내지 않고 넘어갈일에도 약간의 신경질을 내고, 전혀 하지 않던 반찬에 대한 평을 하기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빌려온 무협지만 파고 드는 남편이다. 아니면 컴앞에 앉아서 고스톱 게임을 1시간동안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불만, 나는 절대로 표현하지 않는다. 아마도 남편 입장에서는 술한잔 하면서 풀던 스트레스도 지금 쌓이고 있을것이고,남편을 둘러 싸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중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단한명도 없으니, 나름대로는 어떤 소외감도 느끼고 있을것이리라 예상하고 있다. 엊그제 시댁방문기에서 내가 얻어온 물질적인 이득도 남편앞에서 실컷 떠들어대면서 시누와 시동생의 대한 고마운 마음도 남편앞에서 신나게 떠들었다. 보미 입학식 못왓다고 시어머님 몰래 5만원을 챙겨주던 시동생, 아이들이 읽던 책들중에서 50권이 넘는 새책이나 다름없는 책들을 챙겨주고, 장사가 안되서 가게를 내놧다는데 우리 아이들 먹으라고 잔뜩 싸다준 빵한봉다리를 챙겨준 나의 큰시누에게도 나는 너무 고마웠고 그 마음, 잊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시동생이 챙겨준 5만원을 통째로 큰시누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지만 남편이 말려서 만원씩만 쥐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댁으로 향하면서 내 지갑에 들어 있던 만사천원은 남편의 밥값과 시어머니의 요쿠르트를 만들어드리랴 사용을 하고 정말이지 생활비 한푼 없었는데 시동생에게 받은 돈으로 이번주를 버틸수 있게 되었다. 큰시누에게 전화해서 너무 고맙다고, 우리가 줄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잘먹이고 잘읽겠다고 진짜로 너무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런 나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있는것 주는것이니 너무 고마워 하지 말라고 쑥스러워 하는 큰시누! 돈주고 요쿠르트를 제조기를 구입한지가 한달이 지났는데 아깝게도, 얼마전에 방송국에서 요쿠르트 제조기가 도착을 했다. 그걸 시어머님에게 선물해드렸다. 그걸 그리도 갖고 싶어하셧던 어머님이 시누와 시동생 그리고 내앞에서 하나 사달라고 하시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그덕에 우리 어머님이 거금 3만원을 들여서 우리 혜미에게 이불 하나를 선물해주셨다. 이번엔 어머님이 내게 그러신다. 편지 한번 잘써서 다음번엔 김치냉장고 한번 타보라고.. 이번 선물도 거의 일년만에 받은건데... 몇년전에 잘잘하게 받아 챙긴 방송국 선물들을 어머님은 아직도 기억하시면서 내가 좀 큰 선물을 받았으면 하시나보다. 이젠 사연 보내는 일도 귀찮고, 어쩌다가 사연 올려도 되지 않을때도 있는데 말이다. 혜미가 지금까지도 잠이 들때마다 꼭 챙기던 보미가 갓난아이때 구입한 겉싸개 이불만 덮고 자려는것을 안타까워 하시던 어머님이셨다. 보미가 이제 8살인데 그 겉싸개 구입한지가 햇수로는 8년이 넘어가서 너덜너덜하고 다 헤졋음에도 작은아이 혜미가 그 겉싸개 이불에 대한 애착이 유난해서 시댁 갈때도 그 겉싸개는 챙겨서 간적도 많았다. 받은게 이리 많다고 친정엄마에게도 전화를 해서 자랑을 햇더니, 울 친정엄마, 유난히 나의 시어머님에게만은 감정이 안 좋아서 그러신지. 이번 책과 이불 한채로 감동을 먹은 나보고 당연한걸 가지고 감동을 한다고 니가 그동안 시댁에 한것은 생각 안하냐고, 기운 빠지는 말씀으로 내 기분을 다운 시켜주셨다. 그래도 신경 안썼다. 텅텅 비어 있던 보미 책장 한칸이 시누에게 가져온 책53권으로 가득 채워진걸 보니 그저 마음이 너무 뿌듯하기만 했다. 책이 너무 없어서 정말이지 카드로라도 청계천 가서라도 중고라도 책을 좀 사주려고 했던 나였는데.. 너무 오지다(전라도 사투리) 혜미의 고집을 꺽고 다 닳아빠진 8년묵은 겉싸개를 버리고, 어젯밤부터 혜미와 보미가 시어머님이 사주신 이불을 덮고 잤다. 밤아저씨의 개인사정으로 금요일오후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는 밤까는 부업을 쉴수 있어서, 손바닥과 손가락 관절이 아프던것도 많이 나아진것 같아서 몸상태도 나쁘지 않다. 20일 뒤로 다가온 시어머님의 대한 생신날 걱정도 이번에 우선 접고 지내도록 해야겠다. 동생 생일 다음날이 이모 생신이었고 그 다음날이 바로 나의 시어머님 생신이라서 늘 나는 음력2월달이면 경제적으로 쪼들려서 힘들었지만, 이번엔 그런 걱정도 하지 않으려 한다. 이모님 생신날에 친정엄마가 올라오시기 때문에 그날 엄마에게 챙겨드릴 화장품들과 남편이 회사에서 가져온 육포들과 땅콩등 마른안주들도 챙겨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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