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에 대한 기억
2009. 10. 10. 15:43ㆍ★ 아이들 이야기
내가 고3이던 1987년 가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던것으로 기억된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도보로 2,3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시골학교였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걸어다녔으며
그날도 여느날과 똑같이 등교를 해서,
고3수험생이었던 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길이었다.
시골길이 다 그런것처럼 내가 살던 마을까지 오는 길은
시멘트가 깔린지 얼마 안된 신작로였고 가로등빛이 비춰지지 않는
200미터정도의 길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양옆으로는
논들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추수를 하기전이었던 시기라 초가을에 부는 바람에
벼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에선 고3인 여학생은
나 한명뿐이라서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미치고 돌아오는
밤10시2,30분정도엔 등짝에서 식은땀이 나기도 했으며,
도깨비가 나왔다는 마을어귀 바위가 서 있는 곳을 지나올때는
발걸음이 빨라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로등빛이 닿지 않는 길의 중간즘에서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검은 그림자에
나는 긴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는데
그 검정 그림자의 주인공이 내 바로
앞에서 서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열아홉살 여고생 손목을 있는 힘껏
잡고 역한 술냄새를 풍겼다.
너무나 어두워서 그 얼굴형체도 볼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까까머리 젊은 남자라는걸
감지 했으며,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건 가정시간에
얼핏 배운 치한대처법과
그 수업을 진해해주던 깐간한 여자 학생과 주임
선생님 얼굴이었으며,
공포심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지만
그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술취한 남자, 그런 남자와 늦은밤,
칠흑처럼 어두운 도로에
맞닥트려 있던 열여덟 여고생이었던 나!
자극시키지 말고 침착하라고 했던
가장선생님의 수업에서 들었던게
아니었어도 나는 그저 울기만 했다.
그리고 빌었다.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뭘 잘못한건지도 모른채
최대한 저자세로, 그 사람의 동정심을
사서 그곳을 도망치려고 했으며소리를 치르거나
거칠게 반항하지도 않았다.
그때에서 읽은 많은 불량 연애소설에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 남자에게
나는 울면서 빌었고,
그런일로 나의 인생이 끝날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날 뭔일이 생기면
나는 자살해서 죽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다.
"저.. 어기.. 그게 아니라.."
더듬거리며 한마디를 떼던 그 남자의
목소리에 내 손목을 잡던 그남자 손에
힘이 풀리는것 같을때 죽을힘을
다해서 집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팔순 가까운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던 우리집 대문앞에서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고
할머니에게 그 날밤일을 들키지 않게
목을 가다듬고 눈물자국도 닦았다.
그리고 그 날밤 일은 2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고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
.
그 일 있고 부터 나는 머리가 짧은
군인이나 방위들을 보면 오들오들 떠는
증상이 한참동안 계속 되었으며 그 일의
대한 기억 하나로 남자라는 나와 다른
성을 가진 존재들을 한없이 경멸했으며
두려워 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까지도
나는 남정네와 손잡는 일에도
죄책감과 불결함을 느끼기도 햇었다.
그 전에도 워낙에 나는 주위에 남자가 없는
환경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조금은
남자라는 존재가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이론상으로, 연애소설로만 접했던
여학생이었는데, 무슨일이 있었던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하면 무슨일이
있을뻔 했다는 그 기억만으로도
나는 지금까지도 그 기억을
절대로 지우지 못한채 남자의 대해서는
완전한 신뢰는 하지 못하고 있다.
20대시절에도 버스안에서, 전철안에서 간간히
경험했던 남정네들의 아래도리 물건을
부비는 변태적인 행동들과,
여인네들보다는 조금 더
본능이 강하고 본능의 노예가
될 가능성이 더 큰 남정네들을
나와 같은 인간부류라는 생각
자체를 안하고 지낸 기억도 있다.
거기다가 결혼을 한후
처음 가진 얼마전까지 근무한 톨게이트에서마저
나의 그런 사고를 굳히게 해준 몇몇의
변태들의 행진을 직접 목격함으로서
참 남자들은 아래도리 물건인 거시기
간수 하는게 참 힘든가보다 생각하는
아지메가 되었다.
다 그런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남자들의 호기심 혹은 순간적인 욕구로
인해 상처를 받는 여인네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이런 생각을 근래 들어 더 많이 하게 된것은
얼마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영이 사건" 때문일것이다.
아동 성추행사건은 그전에도
많았지만 이번 사건의 전말을
이런저런곳에서 읽으면서 그런 사람에겐
화학적인 거세라는 형벌도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리고 어린 아이의 앞으로 살아나갈
인생을 하면 한숨이 절로 나고
음주로 인해 형벌이 감형되었다는
사실도 우리나라에서 딸을 가진 모든
부모들은 불안할것이다.
나만 딸만 가진 엄마로서 이 험한세상에서
남자의 대한 나쁜 기억 없이
나와 같은 그런 작은 경험도 안하고
살아가길만을 바라지만,
늘 인생은 그렇듯히 맘먹은대로 안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니 그게 맘대로
될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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