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3월에 퇴직금과 중고차를 팔아서 싱크대를 새로 하고
도배 장판을새로 해서 리모델링이라는것을 하고, 냉장고도 바꾸고
장롱도 새로 장만을 했음에도 우리집에 변하지 않는것은
여전히 수압이 약해서 물이 잘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이 근방에서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시설물로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단지들로 그 초라함이
더더욱 눈에 띄게 된다는 사실이다.
설거지를 하다가 녹물이 나오는 경우는 허다하고,
변기물을 한번 내리면 설거지를 할수 없고,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으면 세수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수압이 약한 곳이다.
2,3년전부터 이곳 남양주 진접지구쪽으로 엄청난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이제서야 도로를 새로
넓힌다고 올초부터 연일 공사중이라서 남편의 출근시간은
더 빨라졌고 여기저기 도로공사로 늦은밤이나 새벽시간이
아니면 어디 외출하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게 낫다.
정수기를 사용해서 식수로 사용할때도 있었는데 여긴 녹물이
많이 나와서 정수기도 그 기능을 못하지 싶어서, 공짜로 얻은
정수기는 다른 사람을 주고 현재 우리 가족은 남편이 회사에서
가져오는 생수를 마시고 있다.
워낙에 오래된 아파트라고는 하나, 이 아파트도 관리비도
꼬박꼬박 받고 있으며 한달에 한번정도는 꼬박꼬박 물탱크
청소를 한다고 단수 예고를 해서 물을 받나놓는 날도 많다.
90년에 지어졌다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재개발 애기가 나온지가 거의 10년이 되어 가고 있으며,
이 근방 모든 아파트 값이 오른다고 한창 뉴스에도 나왔으나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엔 커다란 반응이 없었다.
재개발때문이 아니라 이 아파트를 팔고 서울쪽으로 나가기엔
서울쪽 전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여직 이곳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가 수압이 약한것도 사실이고 가끔씩 녹물이 나오는것
여느 동도 마찬가지이나 내가 살고 있는 이 503동이 다른 동보다
더 심하다는 애길 수도꼭지 설치하는 아저씨에게 들었다.
그로 인해서 우리 가족은 시댁이나 동생집에 가서도 우리집에서
물을 사용하는 습관때문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도 변기물을
내리기전에 멈칫거리거나 설거지를 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집은 지금도 한곳에서 물을 사용하고 있으면 다른곳에
있는 물을 사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하고 나서 바로 모타를 설치해서 수압을 높혀서 사용하고
있음에도 식사시간이 되면 물을 사용하는 세대가 많아지면
물줄기가 너무 쫄쫄 나와서 속이 터질것 같다.
그나마 올봄 리모델링을 하고 나서 내 아이들은 친구들을
그전보다 훨씬 자주 데려오고 있으나 물 잘나오는집으로
이사가자는 말을 자주 자주 한다.
물론 서울 쪽이 아닌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여기 가까운 다른 아파트로, 물이 잘나오는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어한다.
내 딸들도 친구집에 다녀오면 그 친구 집이 몇평이라는 애길
하면서 우리집보다 훨씬 좋아, 혹은 우리집도 고치고 나선
우리집이 더 깨끗해 라는 말로 친구들 집과 비교를 한다.
허나 이사를 가고 싶어하지만 친구들과 멀어지는 서울쪽으로
이사는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다.
친구의 집이 몇평이고 친구집엔 피아노가 있고 친구집
텔레비젼은 벽걸이라는 등등의 것들로도 아이들은
기가 죽기도 하나보다.
아직까지는 내 두아이가 그런 일로 크게 상처 받아서 내게
하소연을 심각하게 애길 한적은 없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일이 한가지 있다.
3년전쯤엔가 일요일날 남편의 회사의 전무라는 사람의
호출로 남편의 회사에 나와 내 아이들까지 함께 간적이 있다.
그 전무에게도 우리 아이들 또래의 애들이 있었는데 그날은
그 전무라는 사람도 그 두아이를 데리고 나와 있었다.
무슨일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남편의 회사에 다녀온 그날밤, 작은아이가 심각하진 않았지만
우울한 목소리로 내게 물어본적이 있었다.
그때 작은아이는 7살이었고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엄마! 아까 아빠회사에서 본 아저씨가 아빠보다 높아?"
"응 아빠회사 전무님이라서 아빠보다는 높은분이야."
라고 대답했는데 잠시 아무말 없더니 풀이 죽은 소리로 애길 했다.
"그럼 우리 아빠가 그 아저씨 부하야?"
왜그러냐고 물으니 그날 낮에 본 전무의 아들내미가 같은 7살인데
내 작은아이에게 무슨 말끝에 니네 아빤 우리 아빠 부하야
우리 아빠가 니네 아빠보다 훨씬 높아 그러니까 내게 까불지마!
라고 했다고 그게 사실인지 내게 물었고, 아빠가 그 아저씨
부하면 우리들도 그 아저씨 아들이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그 남자아이의 부하가 되는거냐구?
우리 아빠도 사장님 하면 안되냐고 물었으며
왜 우리 아빠는 사장님이 못되냐고 물었다.
그날 잠시였지만 그 일로 그날밤 작은아이는 침울해했으며,
내가 어떻게 그날 대답을 해줫는지 기억은 정확히 안나지만
나도 그날 내 아이가 그런 일로 상처 받은게 몹시도 마음 아팠다.
엄마, 아빠 직업이 무엇이고, 아파트가 몇평인걸로도 아이들은
기가 죽을수 있다는것을 그날 새삼 처음 알게 되었다.
내아이들 아빠를 부끄러워 하진 않는다.
우리 아파트 상가앞에서 가끔 남편의 회사 트럭을 본다.
남편회사의 직원이 거래처가 이곳에도 있는지 가끔씩
배달하러 와서 술짝들과 생통을 내리고 올리는 모습을
내 아이들과 하교를 하는 길에 가끔 본다.
그럴때 내 딸이 내게 묻는다.
아빠, 지금도 저런 배달일을 하냐고?
이젠 거의 안하시지만 가끔씩은 지금도 하실거라고~
그렇게 대답을 하면 내 큰딸은 아빠는 늙었는데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을 한다.
언젠가 내가 물었다.
혹시 아빠가 저렇게 힘든 배달 일을 하고 있을때 보미 네가
친구들과 가다가 보면 아빠한테 가서 인사 할거야?
큰딸은 당연하지... 라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작은아이는 자긴 아는체 안할거라고 한다.
왜냐고 물으니 그냥.. 이라고 대답을 한다.
평소에 자신의 의견을 심하게 직선적으로 애길 하는 작은아이
답지 않는 모호한 대답을 한다.
그런거에 비하면 내성적이고 자기 의견을 뚜렷하게 표현하지
않는 큰아이는 아빠의 대한 애정은 남달라서 그런지,
그렇게 아빠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가서 아빠일을 도와줄거라고,
그리고 혹여라도 울 아빠 그런 일 한다고 내 친구가 놀리기라도
하면 자긴 가만 안 있겠다고....
작은아이는 지금도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길 바란다고 한다.
허나 큰아이는 내게 직장을 다녀서 아빠의 짐을 좀 덜어드려야
한다고, 엄마가 돈을 벌면 아빠가 조금은 더 일찍 들어올 수 있고
돈도 덜 벌어도 되니까 우리랑 놀아 줄 시간이 조금은 더
늘어날것 아냐냐고,,,,,
내가 직장을 다니고 아빠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애길
큰딸내미는 늘 내게 한다.
그리고 엄만 직장 다니려면 좋은데 다니고 돈도 많이 주는곳
다니라는 말도 꼭 잊지 않고 한다.
친구가 오늘부터 을지로로 출근을 한다고 문자가 왔다.
내게도 얼른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직장을 구하더라도 이젠 내 두딸들이 혹시라도 우리 엄마
어디 다녀라고 말할때 부끄러워 하지 않을 그런 직장까지
염두에 두고 구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