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가슴도 유전되나?

2009. 10. 18. 11:05★ 아이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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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전봇대

    마른장작

    간짓대

    연구대상

    이런것들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붙혀진 별명들이었다.

    키가 크고 말랐던 나의 체형때문이기도 했지만

    성격적으로 조금은 까칠하고 예민하다는 의미로도

    친구들이 나에게 붙혀준 별명들이었다.

    그렇게 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던 나였기에 글래머스러운

    몸매하곤 거리가 멀었기에 당연한 풍만한 가슴은

    가지질 못한 여자로 자랐으며 지금도 당연히

    여자의 상징이기도 하고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는

    중요한 신체의 한부분이기도 한 이 "가슴" 혹은 "유방"을

    가지고 있지 않다.

    허나 나는 이 절벽의 가슴을 가지고 열등해본적은

    없었으며 풍만한 가슴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더더욱 해본적도 없었다.

    그저 이 가슴도 신체의 일부분일뿐, 그저 봉긋 솟은

    젓가슴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춘기시절에 읽었던

    에로소설에서나 읽은 기억이 있고, 옷을 입었을때

    약간의 맵시를 주는데 도움을 줄뿐 큰 가슴은

    되려 거추장스러울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혼을 하기전까지는 정말로 그런 생각을 가졌다.

     

     

    여고시절 체육시간 달리기를 할때도 여자라기 보기 힘든

    가슴을 가진 나의 절벽가슴은 출렁거림이 전혀 없었기에,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서 가슴을 움츠리며 뛰면서

    웬지 부끄러운곳을 감추듯히 뛰어야 하던 큰가슴을

    가진 친구들의 고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중1때부터 브래지어는 하고 다녔으며

    가슴은 없었지만 남들이 하나 하는 브래지어를

    두개씩 꼬박 꼬박 하고 다니면서 없는 가슴마저도 더 칭칭 감고

    다녀서 그랬는지 가슴의 성장이 더 안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이쁠 20대에도 나는 가슴이 없는, 브래지어 같은 속옷을

    뭣하러 입고 다니냐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기도 했었다.

     

     

    그래서였는지 나에겐 약간의 중성적인 외모가

    존재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고시절엔 선배언니중

    몇몇이 나를 향한 연정이 담긴 고백의 편지를

    받은적이 종종 있어왔고, 늘 학교에서 제일 키가 컸고

    늘 마른 체형을 가졌던 나에게 순정만화에서 나왔던

    남자주인공 같은 느낌이 있었는지, 중학교때에도

    친구들중에서도 몇몇이 나를 보면 얼굴이 빨개지던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동성들의 편지들을 받으면서

    아, 난 여성스러운 외모가 아닌 약간은 중성적인 외모를

    가졌나보다라는 생각을 햇던적도 있었다.

    여고시절 교련조회때 중대의 기수를 맡았던 나는

    중대장을 맡았던 어떤 수줍은 선배언니의

    편지를 받으면서, 내가 웃으면서 다가가면

    얼굴이 빨개지던 그 수줍은 선배언니의 대한

    기억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요즘 시대에 비춰보면 레즈비언 성향이 있었다고

    오해할수도 있었지만 여학생들은 학창시절땐

    동성친구에게 혹은 선배에게 그런 마음을 가져본

    경험이 있어서 그랬을뿐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나의 절벽가슴과 중성적인 외모가 언젠부터인지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20, 30대시절엔

    그저 평범한 여자로 지냈던것 같기도 하다.

    보여지는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여자들은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거라고 생각하고,

    너무 외모에 신경을 쓰면 웬지 생각이 모자라는것

    같을거라는 착각때문에 나는 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척 하기 위해 화장하는데 굉장히

    게으른 여자로 이제까지 살아왔다.

    그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하나의 예의차원에서

    기본적인 화장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내 두딸들이 나에게 "엄만 왜 가슴이 없어?"

    남자인 아빠보다 더 가슴이 없어? 고모나 할머니는

    가슴이 큰데 왜 엄만 가슴이 없어? 여자 맞아?"

    이런 애기를 들을때도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12살난 큰딸이 절벽가슴을 가진

    엄마인 나로 인해 자신도 나처럼 가슴 없는 여자로

    자라게 될까봐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나의 절벽가슴 혹은 아스팔트에 깔린 껌딱지라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전혀 상처 받지 않던 나는

    새삼스레 남성스러운 밋밋한 나의 가슴을 걱정해봤다.

     

     

    첫아이를 낳고 둘째를 임신했을때 친정에 내려간적이 있다.

    엄마집에서 샤워를 하면서 등을 밀어주신다고 들어온 엄마가

    나를 보고 혀를 차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쯧쯧,,, 김서방도 안됐다. 그래도 김서방이 미누라라고

    밤이면 너를 품에 안아주더냐?.. 쯔쯧....."

    엄마입에서 나온 말이 부끄럽기는 했지만 그런 말을

    들을때에도 외모가 뭐 그리 중요한가? 그렇게

    생각하던 나였다.

    얼마전까지 다니던 직장에서도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하면서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함께 탈의실에서 함께 가운으로 갈아입으면서도

    "보형아... 넘 심하다. 너 니 신랑한테 감사하고 살어라.

    널 여자라고 밤에 널 품어준것만 해도 감사히

    생각하고 남편이 속썪혀도 감사히 생각하고 남편한테

    잘허고 살어라!!!"

    이런 애기도 했었다. 그리고 다른 언니들에게 농담식으로

    나의 심한 절벽가슴이나 나의 심하게 마른 체형을

    가지고 놀리는 애기에도 나는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도 않았던, 나는 외모에 관해선 그다지 열등감이라는것을

    갖고 살지 않았던것으로 기억된다.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도 아니었고, 절벽가슴이긴 하나

    이쁜 외모를 가졌다는 나름대로의 약간의 자만심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여자에게 풍만한 가슴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이제 사춘기의 성장이 막 시작되고 있는

    12살 큰딸내미가 이젠 키는 160에 가까운 큰키를

    가졌으면서도 여직 초경을 하지 않고 있으며,

    생기지도 않는 가슴에 천브래지어를 하기 시작하면서

    저 나름대로는 엄마의 절벽가슴을 유전받았을까봐서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해진다.

     

    뭐라고 설명을 해줘야 하나?

    엄만 가슴을 똘돌 동여매고 다녔고 큰가슴이

    부끄러운 시절에 살아서 브래지어도 2개씩 하고 다녀서

    엄마의 가슴이 전혀 자라지 않아서 그런것뿐이니

    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애기해주면 될까?

    참 시대가 달라져서인지 내가 어린시절엔

    큰가슴이 부끄러운것처럼 생각되고 나처럼

    작은가슴이 더 편했던것 같은데...

    성인되고나서부터 작은 가슴을 고민해도 될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초경도 일찍 시작하는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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