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 21:41ㆍ★ 아이들 이야기
밤9시가 다된 시각에 빵이 먹고 싶어졌다.
밀가루 식품은 안 좋다고 하여 되도록 군거짓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하거니와 예전부터 좋아하지도 않아었다.
그런데 불현듯 먹고 싶다는 식탐을 버리지 못해서, 게으름에 무거워진 내 몸을 이끌고 일어나 단지 내 상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상가쪽에서 걸어나오는 남자, 두툼한 파카 잠바를 입고 있었는데 나와 가까워질 무렵 손을 안주머니로 넣어서 뭔가를 꺼낼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 모습에 순간 난 숨을 훅 참으며 머리카락이 삐죽 서는 순간적인 두려움으로 온몸이 움츠려 들어옴을 느꼈다.
그냥 그 남정네는 잠바 안쪽에서 담배갑을 꺼내는거였다.
그 짧은 순간에 그 남자가 안주머니나 잠바 품속에서 칼과 같은 흉기를 꺼내는 상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요즘은 어욱해지는 밤에 밖에 나가면 성인 남정네들을 심하게 경계하게 된다.
뉴스사회면에 나오는 그런 정신이상자가 사는곳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걸 매일매일 뉴스에서
나에게 자주 상기 시켜줌으로서, 나도 모르게 일상속에서 수없이 부딫히는 남정네들 에게
이유 없는 두려움을 느끼는 겁많은 아줌마로 변해 있었다.
보미가 학원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각이 밤8시쯤이다.
얼마전에 보미가 집에 들어서면서 잔득 긴장한 상기된 얼굴로 내게 애길 했다
" 엄마, 우리 동네 이상한 아저씨들 있나봐!”
학원차에서 내려서 집으로 걸어오는데 처음 본 아저씨가 자길 따라 오는 듯 해서, 제일 가까운 단지 아파트 3층으로 올라가서 아무집 현관문을 두들겼다고 한다. “엄마!! 나야 !” 하면서
아주 큰소리로, 그 아저씨가 들을수 있을정도로.....
그러자 보미가 계단으로 올라간걸 올려다보면서 계단입구에 서 있던 그 아저씨가 휙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가더라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 전에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럴때는 어떻게 하라고 알려줬었다.
보미가 문을 두들겼던 주인 아줌마는 보미의 애길 듣곤 괜찮냐고 묻곤 우리집 아파트 계단 입
구까지 데려다 주셨다고 한다.
너무나도 고마운 분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엔 보미 스스로가 학원 선생님에게 말씀드려서 그 이후엔 수고스럽지만 모든 학생들을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학생들 집 계단 입구에 내려주고 돌아가기로
해서, 다소 안심을 하고 있으나 늘 마음 한 구석에 밤에 들어오는 날은 늘 걱정이 된다.
아직 초경을 시작하지 않는 아이라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하는 이 엄마의 생각과는 다르게 보미는 키가 커서 웬만한 여중생과 비슷한 160이라는 키 때문에 앞으로는 더더욱 밤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은 조심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딸둘을 둔 엄마로서 참으로 걱정이 많다.
아이가 커가는 걸 행복하게 바라볼수만 없는것이 엄마의 마음인듯 싶어진다.
어른들도 걱정들이 많다. 이젠 아이들이 이쁘다고 함부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하는 행동도 맘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가까운 내 남편만 봐도 그렇다. 이제까지 살면서 내 남편이 내 아이들 말고, 시누의 아들들 말곤
손한번, 머리 한번 쓰다듬은걸 본적이 없을정도로 세상은 각막해진듯하다.
내 아이 말곤 아이들을 귀여워 하는 남편의 성격이 아니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살려면 정상적인 성인 남정네들은 어린아이들 대함에 있어서나, 어둑해지는 시각에 모르는 여인네 뒤를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운 존재가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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