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30. 07:39ㆍ★ 나와 세상
펜을 들고 글씨는 쓰는일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기록하고 메모 하는게 습관처럼 된 것 같았던 나 같은 사람도 이젠 펜으로 적는 횟수보다
컴퓨터를 켜고 워드로 작성을 하거나, 온라인상에서 글을 쓰는것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우표를 사고 편지봉투를 사서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는 일은 거의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컴퓨터로 인해 멀리 살고 있는 사람들과도 쉽게 소통할수 있다는, 기기가 주는 편리함이 좋으면서도
웬지 점점 문명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서정적이고 펜으로 쓰여진 편지가 주는 감동을 점점 잃어가는듯해서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 우체부아저씨가 오는 시간이 하루에 언제인지 알고 있을정도로 편지를 기다리던 소녀는 이젠 없다.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나던 날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만난 날짜들과 횟수와, 데이트 장소 그리고
나와의 데이트를 하면서 남편이 지출했을 데이트 비용도 대략 짐작 해서 기록을 해놓은 노트원본이다.
남편에게 내가 부친 편지의 내용들도 고스란히 적혀 있는 노란색 노트를 여직 간직하고 있다.
두 딸내미들이 서너살무렵 그 노트 페이지마다 색연필로 낙서를 해놓는 바람에 지저분해지긴 했지만 ~
왜 그다지도 내가 뭐든 기록하는것에 집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같진 않치만 지금까지도
나는 메모를 하고 모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일을 그만두진 못하고 있다.
약간은 편집증이 있는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 의심을 해보기도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간 흔적을 어떤식으로든지 남겨 놓고 싶어서인지, 아님 그저 오래 된 습관일뿐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지금도 꼼꼼하진 않치만 이런 저런 잡다한 일상의 기록을 볼펜으로 기록을 하고 있다.
윗 노트에 기록한것처럼 남편과는 첫만남에서 118번째 만남을 갖고 나서 결혼식을 올렸다.
만남의 횟수로는 119번째 만남이 나의 결혼식이었던것이다.
우리들의 데이트 비용으로는 대략 160여만원이 지출되었으며 일방적으로 남편이 데이트 비용일체를
내도록 하는 불량스러운 양심을 가진 처자가 아니고, 그런 데이트 비용에서조차 남여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되도록 나는 남자인 남편이 일방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대려는 것에도 탐탁치 않아 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되려 이상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첫키스 한날, 그리고 처음으로 손잡던날 등등도 낱낱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을 해놓았으며,
결혼준비를 하면서 들어간 모든 경비도 아주 꼼꼼하게 기록을 해놓았던 나였다.
지금은 그렇게 세세하게 기록은 안하고 있지만, 미혼시절 나는 친구들과의 만남도, 횟수도
전화통화한 내용까지 간단하게 기록을 해놓았고, 동생들과 자취 하면서 설거지 횟수 청소 빨래도
누가 했는지까지 철저하게 기록을 해놓던, 조금은 병적인 메모광이었던 사람이었다.
< 2005년도 1월 2월 남편귀가시간과 술자리 표시>-날짜에 빨간색 체크는 술마신날표시
가계부 앞부분 특별행사를 기록하는 란엔 남편의 술자리의 횟수와 , 술자리의 이유 그리고 장소
귀가시간까지 기록을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겨 놓는 아내로 존재했었다.
거기다가 나는 부부싸움을 하는 날에 무슨 이유로 싸웠는지 그리고 내가 남편에게 했던 행동과,
남편이 내게 했던 행동들과 나에게 상처 준 말들까지 병적으로 기록을 하는 여자였다.
아마도 그런 나의 기록하는 습관은 직장생활을 하는 그 날까지 지속되어졌으며 , 3교대 직장일로
오랫동안 기록하는 습관이 사라지려 할 무렵엔 뭔가 불안함에 초조해 했던 기억도 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그래야 할것 같은 강박증 같은게 있었던것 같다.
지금의 나는 건망증도 심하고, 뭘 적어야 하는지도 기억을 못해서 못적고 있는게 너무너무 많아지고 있다.
남편의 귀가 시간을 적는걸 왜 했는지 모르겠고 지금의 와서 다시 그 일을 시작하라고 하면
귀찮고 머리가 아파서 못할것 같은데 왜 그때는 그다지도 기록하는 일에 집착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기록해놓고 메모하는것을 습관적으로 했던 내가 이젠 많이 느슷해졌는지 메모하는것에
그다지 많은 집착을 보이질 않고 있다.
어떤 주제나 생각할게 있으면 그 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까봐서 작은 수첩과 연필을 챙겨
적는일을 아예 안하는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은 덜 한듯 해서 병은
아니가보다 안도를 하면서도 웬지 그런 나 자신의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는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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