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자가 술을 마셔도 돼?

2010. 3. 9. 06:30★ 아이들 이야기

 

 

 

13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보미는 지금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잘생긴 남자를 아빠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엄마인 나에게 늘 강조를 한다. 엄마는 어떻게 아빠처럼 잘생기고 동안이고 멋있는 남자랑

결혼할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아빠도 어떻게 엄마처럼 못생기고 음식솜씨도 없는 사람이랑

결혼을 할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정말로 아빠가 엄마 좋아해서 쫓아다녀서 결혼한것 맞냐는 질문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런 보미에게 남편은, 아빠는 엄마랑 결혼하지 못했으면 아마 지금즘은 노숙자가 되어 있거나,

결혼도 못했을거구, 보미나 혜미처럼 이쁜 딸들도 못낳았을거라고, 엄마가 불쌍한 아빠를 구제해준거라 말한다.

그럼에도 보미는 그런 남편의 말을 거의 신뢰하지 않고 있는 딸로 존재하고 있다.

 

 

 

 

동네 친하게 지내고 있는 언니들과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 모습을 처음 본 날에 보미는 대단히 놀란 눈으로 그 모습에 대해서 내게 물어봤었다.

엄마인 내가 술마시는 모습은 단한번도 보질 못했으며, 굳이 여잔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남자도 술을 마시면

안좋다는 말을 한적이 없음에도, 여자가 술을 마신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보미에겐 큰충격이었나보다.

여자라고 술을 마시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술을 마신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것만은 아니라고,

어쩌면 요즘 세상엔 술을 한두잔 정도는 할줄 아는게 사회생활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될수 있다고, 다만

술을 자신 스스로 조절해서 마실줄 아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들로 설명을 해주었지만 여전히 보미의 사고방식엔

여자는 술을 마시는것은 절대로 안되는것으로 알고 있는듯 하다. 어쩌면 머리론 여자도 술을 마실순 있지만

결코 남자가 술마실때와 다르게 여자의 술마시는  것에 대해서 벌써 선입견을 갖고 있는듯 하다.

그런 보미의 모습을 보고 동네 언니들이 나보고 딸아이 교육 제대로 시키라고  했었다.

술로 인한 문제들이 많은 세상이긴 하지만 술로 인해 친밀감이나, 인간적으로 친해질수 있고,

그밖의 등등의 자신이 스스로 조절만 할줄 안다면 얼마든지 술을 즐기는것이 무조건 나쁘지 않다는것을

엄마인 내가 똑바로 보미에게 인식을 시켜줘야 한다고 했었다.

 

 

나도 서너번 정도는 술이라는것을 먹어본 경험은 가지고 있다.

다만 그 한번 마신술로 다음날 진종일 집안을 기어다니면서 집안일을 전혀 못하고

거의 시체처럼 지내고 그로 인한 두통으로 거의 1주일간정도를 고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날 내가 맥주 한잔을 입에 대는것만으로도 두딸들은 엄마도 술마셔? 하는 의아해하고

생전 처음 본 그 모습에 놀라워 했으며, 다음날 그처럼 괴로워하고, 기어 다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곤

우리 엄마는 술을 절대로 못마시는 사람, 마시면 거의 죽을 지경이 되는 엄마로 인식을 하고 있다.

물에 젖은 수건을 번갈아 가면서 이마에 대주기도 하고, 죽까지 끓여 준적이 있는 보미였다.

혹시라도 엄마가 술한번 마시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했던 딸이었다.

그래서 여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잔소리 심한 엄마의 체질과 모습을 제일 많이 닮아 있는 보미는

스스로가 자신도 분명히 술을 마시면 엄마인 나처럼 될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게 된듯 하다.

엄마인 나는 보미가 나와 같이 술이라곤 전혀 입에 대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길 바라지 않는다.

즐길수는 있으되 스스로를 조절해가면서, 술을 잘 마시줄 아는 그런 아가씨가 되기를 바란다.

술을 아예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분명히 대인관계에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으며,

스스로가 어떤 규율속에 가둬 놓고 사는, 모범적이지만 자유스럽지 못한 어떤 사고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것 같은 느낌을, 나 자신에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내 딸 보미도 그렇게 살기는 정말로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딸이 되기를 바란다면 지금까지도 내 남편에게마저도 결혼13년넘게 내 손으로

술을 따라준적이 한두번밖에 안하고, 술마시는 행위, 술을 따르는 그 포즈 자체에 어색함을

느끼는 내가 변해야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