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딸들, 다른 느낌의 두딸들 키우기

2010. 3. 12. 06:29★ 아이들 이야기

 

           

 

 

 

6교시 수업이 있는 목요일, 안과병원이 학교앞에 있어서 작은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침에도 눈이 따갑다고 말하는 작은아이 진료도 받아야 하고, 나또한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안약 처방전을 받기 위해 안과에 들렀다.

교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걸어모는 작은 딸내미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어쩌면 저리도 집에서와 학교에서와 다른 모습일수 있을까 신기해서다.

집에서는 그야말로 왈가닥이라는 말로는 부족할만큼 드센 작은아이이다.

어리광도 심하고 언제까지나 아기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안에서는 걸음걸이, 목소리도 조용조용하다. 선생님들 친구들 모두

작은딸 혜미를 굉장히 여성스럽고 얌전한 모범생으로 칭찬을 해댄다.

학교에서 보미의 모습은 집에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밝은 표정이다.

보미는 이제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아마도 보미는 머지 않아 사춘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머지 않아 초경도 시작할것이고, 어쩌면 나보다 키가 더 클런지도 모른다.

엄마, 나도 안아줘! 라는 말을 하는 보미에게선 더 이상은 애기 모습은 없다.

늘 애기 같은 혜미에 비해 보미는 벌써 비밀을 하나 두개씩 갖고 싶어하는 사춘기다.

 

 

 

 

 

 

                "오메! 어째야쓰까...ㅋㅋㅋ"

"언니야 징하다, 왜 그란다냐..."

"혜미야! 넌 대체 왜그라냐?"

"김보미! 김혜미! 얼른 이것 다 치워! 진짜로 니그들땜에 내가 환장하것다."

11살 된 작은 아이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내 흉내를 내는 모습들이다.

되도록 두 아이를 위해서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급하거나 진짜로 화가

날때면 저절로 이렇듯 전라도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와버리고 마는 엄마이다.

애교 많고 혼날때도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엄마에게 더 살갑에 안기는 그런 성격을 지닌 딸이 작은아이다.

날마다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바람에 엄마인 내가 귀찮을때도 너무 많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 없다고들 하지만 엄마인 나도

두딸들을 대함에 있어서 애교 많은 작은아이가 이뻐 보이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잠들기전에 두딸들과 나란히 누워서 도란도란 애기를 나누는 경우에도

작은아이는 개그맨 흉내를 내거나 아빠 목소리 흉내를 재밌게 내서 우리들을 웃게 만든다.

그런 작은아이 모습이 어찌나 이쁘고 귀여운지 모른다.

보미는 그럴때마다 동생이 이뻐 죽는다.

"엄마 내 친구들이 혜미 너무너무 귀엽대, 내가 넘 부럽대 엄마, "

어찌보면 작은아이는 나와는 다른 여우과에 속하는, 사교적인 성격을 지닌 아이이다.

울때도 우렁차게, 그리고 큰소리로 시원하게 울어 제낀다.

그러고도 다음날이 되면 내게 스스럼 없이 안기고 아이처럼 군다.

그러면서도 밖에서는 그야 말로 얌전하고 조용한 모범생처럼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혹시라도 내가 실수로 다른 아이와 자신을 비교라고 하는 날엔 당당하게 말한다.

"그리도 그애가 이쁘면 엄마가 그 애 데려다가 엄마 딸로 키우지 그래,

내가 엄마랑 내 친구 엄마랑 비교하면 기분 좋겠어?  "

"..............." 할말 없는 엄마로 만들어버리는 딸이다.

학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 친구들 모두 혜미를 아주 여성스럽고 꼼꼼한

11살로 칭찬을 마다 하지 않는다.

엄마인 나에게 숨기는것 없이 뭐든 다 애길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숨겨도 금방 알수가 있는 딸이기도 한다.

 

 

 

13살 큰딸 보미, 이제는 160 이 넘는 키에 35키로의 저체중을 가진,

나의 체형을 너무 많이 닮은 큰딸이다.

엄마인 나, 보미의 현재 속마음을 거의 모르고 있는듯 하다.

학교 생활의 대부분의 애기를 하고 있지만 전부가 아닌 아주 일부분만 내게 애길 해준다.

무슨 말끝에 엄마는 모르는 그런게 있어...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당최 속을 알수 없는 아이,

그러나 어쩌다가 툭 내뱉은 말이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적이 많은 큰딸내미이다.

내게 혼날때도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계모에게 서러움 받던 의붓딸이 핍박을

받을때처럼, 조용하지만 참으로 서럽게 흐느끼는 그런 딸이다.

초등학교 1학년때 일기에다 시어머니를 마귀할멈으로 묘사를 하고, 우리 엄마에게만

설거지를 시키는 나쁜 마귀할멈이라고 묘사를 해서 1학년 담임선생님의 기나긴

답글을 받아왔던 딸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멋진 남자로 생각하고, 얼굴도 동안이라고,

친구들에게 아빠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딸이기도 하다.

애교라곤 전혀 없는 아이로  자랐다. 그저 갸녀린 바비 인형같은 체구로

늘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약해보인다는 애길 자주 듣고 자란 아이였다.

태어나는 순간에도 울지를 않아서 간호사가 엉덩이를 토닥거려서 울음소리를

내게 하던 그런 딸내미였다.

과식이라는것은 절대로 하지 않고 소식은 하지만 절대로 편식은 하지 않는

잠도 잘자는 그런,아픈데는 없는 건강한 아이다.

보미의 그런 내성적이고 말없는 성격을 내가 분명히 형성했을진데,

그런 보미를 보면서 화를 내는 경우가 너무 많은 엄마이다.

차별을 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려는 노력도 하고, 여전히 엄마와의 포옹을

좋아하는 이쁜 딸이지만, 점점 나는 요즘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는 보미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 줄수 있을런지 걱정이 될때가 많아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