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19. 06:27ㆍ★ 아이들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991년도에 지어진, 이 근방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아파트 단지이다.
재개발 말은 이사오던 10년전부터 있어왔지만 소문만 무성할뿐, 생활하기 불편한
얼레베이터도 없고, 장마철이면 주방쪽이나 베란다 등지가 습기가 스며들어 벽지에 얼룩이 생기기도 하는
그런, 아주 낡고 허름한 5층건물로 지어진 2,30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단지이다.
이사와서 처음 사귄 동네언니들로부터 나는 처음으로 이 아파트에 관한 소문들을 듣게 되었다.
서울에 살다 사업이 망해서 부도 나서 도망오거나, 아니면 부부중 누군가가 뭔가로 있는 재산 다 날리고
거의 망한 상태로 들어온 사람들이 이곳 진주 아파트에서 보금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거라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금까지도 확인 할순 없었지만 그런 소문은 분명히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 입학하고 나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진주아파트에 산다고 말하면 선생님부터
다른 아파트에 사는 같은반 엄마들이 무시한다는 말까지 들은적이 있었다.
서울의 다닥 다닥 붙어 있던 연립주택 방2칸짜리 좁아터진 전세 3300만원에 살다가
이곳 22평 아파트 전세로 이사왔을때 나는 대궐같다고만 생각하고 벅차했었는데 말이다.
그런 후진 이 아파트에 작년봄에 나는 퇴직금 전부와 중고차를 팔아서 도배 장판 그리고 싱크대를
새로 교체하고, 냉장고와 장롱에, 보미 책상까지 새로 구입하는 사치를 부린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작년 여름 장마를 보내면서 새로 바른 벽지 위에 또 다시 스며든 주방쪽 벽지를 보곤
통탄의 눈물을 흘릴뻔 했었다.
우리집만 그러는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일대가 대부분이 한두곳은 방수처리가
불량하고, 수압이 낮아서 물을 사용하는데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관리실에 애길 해봤자 해년마다 봄이면 일괄적으로 방수 페인트 하는걸로 마무리 하는게 전부이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 하려면 개인적으로 백만원 넘는 비용을 들어 고쳐야 하며,
수압 또한 그런 실정이라, 물을 쓰다가 중간에 녹물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관리비가 3만원 밖에 안내는거라 말하고 있는 주민들이다.
그럼에도 여직 이곳에서 10년 가깝게 살아오고 있다.
두딸들을 위해 나는 작년 봄에 대출금 상환을 하지 않고 나름 집단장을 했던것이다.
남양주 진접지구라고 뉴스에도 작년즘부터 한창 자주 등장하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단지가
내가 살고 있는 이 근방에 지어졌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사는 이곳 주변 곳곳에는 새아파트들이 수도 없이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그리 갈망하던 도로를 넓히는 대대적인 공사도 90%를 넘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는중이다.
새학기가 되면 내 아이들도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한다는것을 두딸들에게 들은적이 있었다.
너 무슨 아파트에 살아? 니네 아파트 몇평이니??
니네 아빠 어디 대학 나왔어? 니네 엄마 무슨일 하시니?
그리고 그 대답에 따라 아이들 사이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 우리집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돼? 우리도 진접지구 **아파트로 이사가면 안돼?
우리집 빚 많아? 엄마는 왜 대학 안나왔어? 우리집 가난한거야? 우리 친척중에서 누가 제일 부자야?
우리반에 누구 아빠는 서울대 나왔대? 엄마는 선생님 한대. 학원 선생님이래,
엄만 언제즘 다시 회사 다닐거야? 일찍 끝나고 돈도 많이 주는 회사 다니고, 그럴싸한 회사 다니면 안돼?
아빠 월급이 얼마나 돼? 서울 할머니(시어머니)가 부자야? 시골 할머니(?)가 더 부자야?
우리도 이모동네로 이사가서 그런 새아파트(화성 신도시)에서 살면 안돼?
아님 고모동네 아파트(서울)로 가서 살면 안돼?
두딸들에게 내가 이제까지 들어본 질문들의 내용들이다.
좀더 넓고 좋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집엔 놀러를 가지만 좁고 낡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집에는 놀러 가려 하지 않으려 하며,
그런 집 아이는 친구들을 자기 집에 데려 가려고도 하지 않는 그런 모습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작년 새단장을 하고 나서 부터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작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아이들 세계에서도 벌써 빈부의 격차로 인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부모들은 그런것을 모르거나 혹은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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