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14. 06:00ㆍ★ 아이들 이야기
이번주는 아무래도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픈날이 이틀이나 있어서 몸살이 날 것 같았다.
일요일날 밤에 평소와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굵은 눈물방울을
흘리는 혜미 때문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밤새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집에서 늘 말이 없고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보미의 성격을
걱정한적은 많았지만 여직 작은아이 혜미에겐 거의 걱정을 하지 않던 엄마였다.
작년에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도 좋았고, 친구들이 무척이나 혜미를 따랐으며
보미보다는 성적은 덜 좋지만 그래도 작년에 처음으로 시험공부 하고 나서
본 4과목 시험에서도 평균 94점을 받았고 또한 혜미는 별로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집을 풀고,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고 뭐든 스스로 하는 아이였고,
집에서도 늘 너무 왈패 같은 우렁찬 아이였으며, 어쩌다가 꾸중을 듣거나
매를 맞아도 집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울어대던 씩씩한 아이였다.
작년 봄에 수학 점수 20점을 받아오고도, 어이 없어 하는 나에게
"엄마, 내가 빵점 맞을수도 있었는데 엄마 생각해서 20점 받은거야'
지금이라도 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빵점 받아 올수 있다구~"
라는 말로 소심한 보미와는 다르게 그런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혜미를 나는 유독 이뻐했었다.
4학년이 되고나서는 아직 친구가 없다고,
나는 언니처럼 키가 크지도 않고, 언니처럼 친구도 많치 않고
언니는, 언니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친구가 3명이나 있는데
자긴 그렇게 자길 좋아해주는 친구가 4학년이 되서는 한명도 없다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절대로 떠들고 뛰면 안된다고 해서
자긴 가만히 앉아서 교과서만 펴놓고 있다고, 다른 애들은 공기놀이하고
하는데 자기도 그러고 싶은데 그러면 선생님 말씀을 안듣는 나쁜 학생이
되는거라서 조용히 앉아만 있다고,
친구들이 자기가 못생겨서 싫어하는것 같다고, 자긴 너무 못생겼다고~
친구가 자기보고 할머니 옷같은것을 입었다면서 놀렸다고,
어떤 친구가 자기 보고 촌년같다고 했다고~
학교 끝나고 올때 두명의 친구랑 오는데 그 친구중 한명이 자꾸 자길
밀쳐버려서 자긴 늘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모습이 된다고,
나도 언니처럼 친구들에게 인기 많았으면 좋겠고
언니처럼 키가 컸으면 좋겠고 언니처럼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구~
영어학원에서 날마다 보는 단어 시험도 너무 힘들다고~
영어학원 공부하는 반에서 자기와 같은 학년도 없고 그래서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객관적으로 봐도 혜미는 키는 작다.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혜미는
자신이 키가 작은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3학년 남자애에게 1학년인줄 알았다면서 신발주머니로
맞은 뒤론 심하게 자신의 키에 대해서 의식을 하기 시작해선인지 요즘에
일부러 밥도 더 많이 먹으려고 하고, 키가 크는 보약도 엄마가 지어주면
먹겠다고 하고, 다리가 아프면 성장통 아니냐면서 되려 기뻐하기 시작했다.
혜미는 나보다는 남편의 얼굴을 닮아서 얼굴만 보면 보미보다 낫다.
한번도 누구에게 못생겼다는 애긴 들어본적은 없는 아이였다.
보미는 키가 커서 그런지 옷을 입어도 폼이 나는데 비해,
혜미는 키가 작은데다가 작은아이라는 이유로 작은 아이 옷은 거의 사주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혜미는 선생님에게 아주 작은 꾸지람을 듣는것을 용납하지 못한 아이다.
밖에서는 엄청나게 얌전한 모범생으로 지내고 있어서 영어학원에서도
중학생들과 고학년 아이들과 한반에서 공부하면서도 매일 매일
단어 시험에서도 이제까지 100점만 받았다.
학교 선생님도 그러하셨고 2년 다니고 있는 있는 영어학원 선생님도 늘
혜미에 대해서는 창찬만 하셨다. 늘 그랬다. 모범생이고 공부도 잘하고
친구관계도 좋고 얌전하고 여성스럽다고, 그래서 모든 선생님한테 이쁨을 받는다고~
학교 성적은 절대로 우수하지 않음에도 밖에서는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두가 혜미에게 스트레스였으며, 100점을 맞지 않으면
선생님이 언니 오빠들을 매를 때리는것을 보곤 선생님에게 매를 맞는게
싫어서인지, 아님 선생님에게 미움 받게 될까봐 그래서 인지 학원가기전에
혼자서 영어단어 외우는것을 열심히 했었다. 한번도 내가 하라고 한적도 없는데.
단어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던 엄마였다.
나는 혜미가 공부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열심히 하길 바란적은 단한번도 없었다.
유치원때도 아침에 머리가 맘에 안 들게 묶어지면 유치원을 안 가던 아이였다.
정리정돈은 요즘엔 안하지만 지금까지도 잠 잘 이부자리를 펴면서
반듯반듯하게 펴 있지 않는것을 못참아하며, 겉옷에 얼룩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는 옷은
안입으려고 하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까탈 스러운 아이였다.
매일 매일 10번은 넘게 내 품에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는 아직 애 같은 혜미였다.
애정표현에 있어서도 보미와는 다르게 혜미에겐 과한 나였던지라 보미만 걱정했지
혜미가 그렇게 많은 스트레스와 친구를 그리워 하는지 몰랐으며, 새옷을 사달라고 떼를
쓴적은 없던 아이라서 자기 옷을 사주길 바란다는 생각도 못했으며,
키가 큰 언니의 많은것들을 부러워 하는줄 전혀 모르고 있었던것이다.
나의 그런 어리석음에, 그동안 내 어린 딸 혜미가 얼마전에 3학년 남자애에게
1학년이라고 놀림 받으면서 키작은것에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음에
밤새 울컥 해져선 그냥 쉬임없이 눈물이 줄줄 났다.
어찌보면 참 별거 아닐수 있지만 그 나이때 그 고민은 엄청날거라는 것을 나는
나의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너무 잘알기 때문이다..
나도 아버지가 8살적에 돌아가신 다음에 엄마 모르게, 등하교를 하면서 아빠의 대한
그리움 보다는 외로움에 얼마동안 매일매일을 울면서 다녔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 하기엔 할머니의 너무 지나친 사랑을 받고 자란 나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 내가 느낀 외로움의 깊이는 정말로 절절 했기 때문이다.
이번주는 하교할때의 혜미 표정은 늘 너무나 밝았다. 친구랑 닭꼬치 불량식품을 함께
먹으면서 왔다고 하면서 예전처럼 다시금 생글거린다.
그런 혜미의 얼굴에 어둔 눈물이 자주 흐르지 않기를, 그리고 엄마로서 더 살뜰하게
살펴주도록 간섭이 아닌 관심을 갖는 엄마가 되도록 하자를 다시 한번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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