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4. 06:00ㆍ★ 부부이야기
술을 아무리 많이 마신날에도 내가 서방을 깨워서 출근 시키지 않는다.
본인이 알아서 출근을 하고, 냉장고안에서 양파즙 4봉지를 챙겨주면
술독이 덜 빠진 충혈된 눈으로 현관문을 나선다.
아침상으로 경빈마마님 방에서 배운 콩나물 시금치국과 오이무침과
콩나물과 시금치 나물 그리고 제육볶음으로 반찬을 내놓는다.
엄마 맛없어,, 라는 말을 하는 큰딸에게, 남편은 마누라 비위 맞추르랴
아빤 맛만 좋은데,, 라고 말하면서 밥 한공기를 다 비우고 일어서는 남편 뒷꿈치도 밉다.
남편 핸드폰에는 내 번호가 "이쁜 마누라" 로 저장되어 있다.
술취한 날에는 우리 이쁜 마누라 하믄서 칭얼대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나는 전혀 이쁜 마누라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 핸드폰에는 남편 번호는 " 전생의 돌쇠"로 저장되어 있다.
전생의 웬수에서 돌쇠로 바뀐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돌쇠라함은 앞으로 남아 있는 결혼생활을 평생 돌쇠처럼
우직하니 나를 지켜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나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미로 남편의 술주정으로 인해 저장되어 있는것이다.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두번 다시는 지금의 남편이랑은
엮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시대가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남편으로, 남편이 아내로 바뀌어서 다시 부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런말을 해도 내 서방님은 히죽거리면서 웃으면서 얘길 했다.(히죽거리는 꼴 참 보기 싫다)
자기가 여자로 태어나면은 집에서 동네아줌마들 모아 놓고 매일 술을 마실것이고,
나는 근면 성실한 가장으로 땡치면 귀가하는 모범 가장으로 살것이고, 밖에서의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쫌스러운 직장인으로 살거라고 말했다.
그런 이죽거리는 남편의 모습이 요즘 들어 부쩍 얄미워 보인다.
앞으로는 하숙생과 하숙집 아줌마로 이름을 바꾸고 현실적인 주인집 아줌마와
하숙생으로 살아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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