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5. 06:00ㆍ★ 부부이야기
2007년도 봄에 2만원을 주고 집앞 상가 신발가게에서 구입한 내 단화이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이제까지 살면서 하이힐을 신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나는
이제는 누가 공짜로 하이힐을 준다고 해도 신지 못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톨게이트 근무시절, 지하 통로를 교대시간에 맞춰서 뛰어다니고, 운전하기에는
이 오래된 단화만큼 편한 신발이 없었다.
하지만 보여지는 디자인이 연세드신 노인분들이 신는 효도화처럼 생겼다.
그래서 늘 남편에게 타박을 받고 제발 구두좀 사서 신으라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비가 내리면 앞굽으로 물이 스며들어오고는 있지만 이 신발만큼 나에게 편안 신발이
없어서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거의 이 단화만 신고 다니느 촌스런 아줌마로 살고 있다.
얼마전에 서울의 숲 가면서 샌달 신었다가 발이 불편해서 고생한 기억이 지금도 난다.
240 사이즈 이 단화는 그래서 나에게 제일 편안한 신발로 존재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여름 샌달을 신고 다닐 생각을 하면 벌써 발가락이 아파온다.
여름 샌달도 편한것도 있지만 난 아직 1,2만원짜리 여름 샌달을 신으면서 편한 느낌을
받아본적이 없으며 좀 편하다 싶은 수제화는 5만원이 넘어서 그런 구두를 살 생각은 안한다.
신발도, 사람도 나는 편하고 오래 된 사람에게 안정감을 느끼는 촌스러운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매일 7,8시간정도는 운전을 하고 종종 술병들이 쌓여 있는 창고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할때도 있는 남편의 구두는 수명이 거의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하룻동안 얼마나 많이 운전을 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걷는지 모르는 남편의
구두는 늘 그렇게 바닥이 떨어지고 유리파편들이 자주 박혀서, 결혼 14년동안 구두는
몇컬레를 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예전에는 구두상품권이 상품으로 걸려 있는 라디오 프로에만 사연을
열심히 올려서 몇차례 경품으로 받아서 남편의 구두를 사준적이 있었다.
다른것들은 한번 사면 오래 사용하고, 낡아져서 버려야 할정도의 옷들도
절대로 못버리게 하는 남편이지만, 이 구두만은 자주 교체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10만원이 훨씬 넘는 좋은 구두를 사줬지만 비싼 구두든
저렴한 가격의 구두든지 남편의 구두의 수명은 엇비슷하다는것을
경험하고 나서는 값비싼 구두는 돈주고는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270 사이즈 남편의 구두를 볼때마다 가끔씩 나는 남편의 밖에서의 수고로움을 느낀다.
간만에 상품권이 생겼다.
남편의 구두를 구입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여직 사주지 못했던차라 잘됐다 싶었다.
이미트 가서 남편의 구두를 사주려고 맘먹었는데 남편님이 이번에 제발 내 노인네
같은 단화 버리고 세련된 구두를 사서 신으라고 인심을 쓴다.
아직까지 그런 얘길 자주 들었지만 난 결단코 10만원에 가까운 고가의 구두를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노인네 같으면 어떤가.. 내가 편하면 최고인데.. 그리고 오가가다 찜해 놓은 구두도 없는데...
예쁜옷을 사고 싶고, 멋진 구두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난다.
거리를 걷다가도 아이들 옷과 남편의 옷만 눈에 들어오지 내가 입을만한 옷들과 신발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게 아주아주 오래된 것 같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하는 남편은 아니라서 구두까지 낡으면 참 마음이 짠하다.
나도 직장을다닐때도 그러했지만 신발도 디자인이나 품질보다는 편한게 제일 좋다.
비싼것은 이쁘기도 하고 편하기까지 하다고 했지만 나도 예전에 상품권으로 20만원 가까운
구두를 신어본적도 있지만 내 기억으로는 절대로 지금의 낡은 내 단화만큼은 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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