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6. 06:30ㆍ★ 부부이야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혹은 케이블 영화를 보고 있다가 술취한 남편을 맞이한다.
자정 너머 술을 드시고 오신 서방님을 향해 활짝 웃으면서 어서오세요 라고는 못한다.
점차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술마신 횟수가 많아지는 서방님의 직업을 이해하기에
잔소리는 하지 않고 궁시렁 대는 행동은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새벽에 들어오는
서방님을 두팔 활짝 벌리고 어서오세요, 수고 하셨어요 하면서 방글방글 웃으면서
환영해주는 행동은 못하고 있다.
웃어주지 않는다고, 안아 주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차갑다고 트집이다.
졸린눈 비벼가면서 서방님 들어온것 보고 자려고 노력한것만으로는 만족을 못하는지,
왜 자길 보고 웃어주지 않는지,,, 자길 바라보는 눈이 왜 그리도 쌀쌀한지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 난 그 시각에 들어오는 서방님에게 활짝 웃음으로 환영해주지는 못한다.
그 시각에 원치 않는 술자리를 가질때도 많은데 그걸 알아주지 못하고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는 아내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질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가끔씩 끓여주는 해장국과 양파즙이랑 호박즙 챙겨주는것이 남편을 위해
내가 해줄수 있는 한계이다.
중년 아저씨의 외로움을 다독거려 달라는 이야기라는 것은 알지만, 머릿속으로는
외로운 내 서방님의 중년의 쓸쓸함에 대해 모르지 않치만 그래도 나에게, 새벽에
술취해 들어온 남편을 향해 이쁘게 활짝 웃어주는 행동은 무리한일로 존재한다.
매일 매일 술이네 그려 하면서 따발총 잔소리 하는것도 싫고, 또 그런 말을 너무
안하면 자신에게 너무 무심하다고 서운해하는 남편, 진짜 대한민국의 40대의
중년의 남자로서의 외로움을 나에게 호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산지 이제 14년, 지금까지 잘했든 못했든
우리 가족을 위해 백수로 지낸 적은 한번도 없이 열심히는 살았다.
그럼에도 마누라에게는 큰소리 뻥뻥 치면서 잘난척 하면서 산적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축구할때 말고는 없는 아저씨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과의 술한잔 하면서 맘편하게 풀어지는 시간도 많치가 않다.
어떤 술자리도 일과 관련이 되어 있거나, 일하고는 상관없는 술자리라도
너브러져서 아무 걱정 없이 술잔을 기울인적은 별로 없는 남편일것이다.
모든게 사회생활의 연장일뿐,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누라와는 술상을 놓고
이야기 한적도 없고, 투정 부리면 늙어가면서 주사 부린다고 매정하게 뿌리치는
마누라에게 서운한 마음이 가득할것이다.
'★ 부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면접본날 문득 돌아본, 내 모자란 성격들. (0) | 2010.06.28 |
---|---|
면접보러 가다가 피를 본 내 발톱이야기 (0) | 2010.06.27 |
비교당하는 아내, 비교당하는 남편 (0) | 2010.06.26 |
블러그를 하는 이유와 내가 취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0) | 2010.06.25 |
술한잔 하신 서방님이 마누라를 위해 밤참을 들고 오셨다 (0) | 2010.06.24 |